통계청 지표에 따르면 2004년부터 청년 고용률이 점차 감소하면서 2013년에는 최하점을 찍었다. ‘대학생 취업난’이란 말은 이제 공공연하다. 취업난에 이어 최근에는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인문사회계열 학생의 취업 문제가 대두됐다. 2001년 이래 취업, 진로 분야 사업을 수행하는 이우곤HR연구소의 이우곤 소장과 본교 경력개발센터 안성식 주임을 통해 현 취업난의 원인과 채용동향, 본교생 취업동향에 대해 알아봤다.

▲ 일러스트 | 김채형 전문기자

 구조와 보상의 미스매치(mismatch)
  이우곤 소장은 대학생 취업난의 주요 원인으로 구조적 미스매치와 보상의 미스매치를 꼽았다. 구조적 미스매치는 기업에서 뽑는 채용 인원수와 구직자 수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는 약 6:4의 비율로 문과 선택자 비율이 더 높다. 대학에 오면 인문계열과 이공계열 학생 수가 약 5:5로 비슷해진다. 2014년 본교 학생정원 또한 인문사회계열 7496명, 이공계열 7260명으로, 재학생 수는 인문사회계열이 55%(1만621명), 이공계열이 45%(8877명)를 차지했다. 하지만 기업의 대졸자 채용 비율은 2:8로 이공계 수요가 현저히 높아, 대졸자 공급과 채용 수요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 현상이 일어났다. 이 소장은 “이공계 중심의 채용환경에서 인문계 학생이 갈수 있는 직장 수가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인문계학생들의 체감 취업난이 훨씬 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졸신입직의 보수와 연봉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보상의 미스매치를 야기해 취업난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학생들이 기대하는 임금과 실제 중소기업의 임금 간의 괴리가 가시화되자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보상이 높은 대기업으로 몰리게 됐다.

 본교 인문계 취업률 높아
  실제 대부분의 대학에서도 이공계의 취업률이 높게 나타났다. 2013년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대부분의 사립대 이공계 취업률은 인문계보다 10~15%p정도 높았다.

  반면 본교는 인문계 출신자의 취업률이 이공계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각 계열별 취업률(계열별 취직자 수/계열별 졸업자 수) 환산 결과 2012년엔 인문계 53%, 이공계 50%를, 2013년엔 인문계 50%, 이공계 48%를 차지했다. 또한 2014년 상반기에는 인문계가 50%, 이공계가 44%의 취업률을 보이면서 인문계가 약 6%p 높은 취업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경력개발팀 안성식 주임은 “작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자연계열 채용이 크게 없었다”며 “이 때문에 한양대나 성대같이 이공계열이 다수인 학교는 취업률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 주임은 “이번 상반기에 적게 뽑은 만큼 기업에서 하반기 때 더 뽑는 다곤 하지만, 취업률이 오를지는 하반기 채용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공계 중심적인 산업 구조
  이우곤 소장은 전반적으로 이공계 학생들의 채용 수요가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노동집약적인 산업들은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이, 금융·문화콘텐츠·관광·지식 사업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은 미국, 유럽 지역이 주로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주력분야는 하이테크놀로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원전, 조선, 석유화학 등이다. 이 소장은 “이런 산업들에선 인문계가 할 수 있는 직무가 많지 않다”며 “특히 조선 같은 산업은 국가적, 외교적 세일즈이기에 주로 인문계가 많이 하는 영업, 마케팅도 사원이 아닌 사장 단위의 임원진이 한다”고 말했다. 안성식 주임도 “제조업에선 경영, 지원파트를 제외하면 인문계가 별로 필요하지 않다”며 “본교 인문계 학생들도 제조업이 아닌 유통, 물류, 서비스업 등의 3차 산업으로 많이 몰리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권도 이공계 선호 보여
  기존에 상경계열의 인문계 학생을 중심으로 채용했던 금융권에도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채용공고에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 사항’으로 명시했고, 우리은행 또한 ‘정보기술 관련 전공자와 프로그래밍 언어 능통자’를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 이공계 채용을 선호하는 것은 금융산업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최근 금융 서비스가 전산화되면서 고객들이 은행에 가는 일이 줄어들자 다수의 은행지점이 통폐합됐다. 이에 지점영업을 할 인력이 자연스레 줄어들고, 대신 전산화 된 업무의 보안과 시스템 관리, 금융상품 개발 등이 중요해졌다. 이우곤 소장은 “시스템 관리와 금융상품 개발은 고도화된 이공계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금융산업 자체에 변화가 생겼기에 자연히 인력에 대한 선호도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열풍의 숨은 의미
  ‘거북선, 거중기, 한글 등 역사 속 인물의 발명품 중 자신이 생각하는 공학도의 자질과 연관 있는 발명품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쓰시오’ 이는 2013년 이공계 지원자를 선발하는 현대자동차 직무적성검사에서 출제된 문항이다. 작년부터 이공계열 지원자 채용시험에 인문학 소양을 묻는 문항이 출제되면서 취업시장에 인문학 열풍이 시작됐다. 새로운 취업 트렌드에 대부분의 구직자가 인문학 공부를 취업을 위해 쌓아야 할 스펙처럼 여겼다. 하지만 이 소장은 채용에서의 인문학 열풍은 HRD(인적자원개발)관점에서 봤을 때 근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근속에 영향을 주는 건 그 사람의 가치관”이라며 “인문학적 활동이 지원자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 적합한 방법으로 여겨 채용에서 인문학 소양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이 현상을 취업시장에서 인문학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보단 채용에서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과 태도 변화 필요
  이우곤 소장은 앞으로 당분간 채용에서 이공계 출신 학생을 선호하는 현상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상황에서 이우곤 소장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구직자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영화, 미디어, 게임, 방송 등의 미디어콘텐츠 산업 육성을 통해 인문계 출신 구직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해야한다고 했다. 이 소장은 “현 정권이 문화산업을 계속 늘리려고 투자하고 있지만 일부 CJ E&M이나 제일기획 같은 곳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미미하다”며 “이 분야가 어느 정도 확대되기 위해선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도 무언가를 경험할 때 그 경험이 자신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경제적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성식 주임은 학생들이 취업준비를 할 때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안 주임은 “자신의 진로에 대한 의사결정 없이 취업에 급급해 무작정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기업, 직무, 산업을 정하고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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