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어느 종류의 밥집에서까지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네티즌들이 난이도를 매긴 그림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다. 난이도는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이나 라면을 먹는 1단계부터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9단계까지 다양했다. 이는 사람들이 혼자 먹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혼자 술집에서 술을 마실 정도로 혼자 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닌 혼자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식사, 노래방, 영화관람, 그리고 여행까지 홀로 즐기는 여가의 범위도 다양하다. 이에 그들이 영위할 수 있는 공간과 혜택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혼밥’ 어렵지 않아요

▲ 1인석에 앉은 한 손님이 매운 맛의 정도를 선택하고 있다.

  공강 시간이 애매해 식사 때를 놓치고 혼자 밥을 먹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대학교 커뮤니티에서는 학교 근처 ‘혼밥(혼자 밥 먹는 것)’하기 좋은 곳을 소개해달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만을 위한 식당이 있다. 20일 오후 6시경 신촌의 한 일식집,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위치한 자판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골라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플 한 쌍이 메뉴를 고르고 결제를 한 뒤 나온 표를 가지고 빈자리를 확인한 뒤 B열로 들어갔다.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벽에는 식사를 주문하는 요령이 적혀있고 그 오른쪽에는 공석 표지판이 크게 보였다. 총 20석 중 비어있는 자리가 있는지 전광판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었다. 식당은 자리마다 칸막이가 쳐진 A, D열과 커플 전용 좌석으로 두 칸마다 칸막이가 쳐진 B, C열로 구분돼 있었다. 

  1인 전용 좌석에 앉았다. 좌석마다 테이블 오른편에 직원 호출 벨과 맛 선택 용지가 놓여 있었고 왼편에는 식수대가 자리해 있었다. 자리마다 있는 식수대는 손 님이 직원과 최대한 부딪치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실제로 호출 벨을 누르거나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직원을 볼 일은 없었다. 좌석 앞에는 창이 나 있어, 건너편에 마주보고 앉은 커플이 보였다. 1인 전용인데 바로 앞에 커플이 보여 어색하다고 생각한 순간, 주문했던 음식이 나오고 창을 가리는 빨간 천이 쳐졌다. 내려온 천에는 이 식당의 방침이 적혀 있었고 그 중 ‘혼자 즐기는 독립된 맛 공간을 제공’한다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독서실보다 조금 작은 한 칸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음식을 음미했다. 1인 전용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미얀마 유학생 쉐띰훈(연세대 국문11) 씨는 “한국에서는 혼자 밥 먹으면 이상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느꼈다”며 “여기는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있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식사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눈치 안보고 부르는 노래
  혼자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도 있다. 같은 날 오후 9시, 홍대의 어느 1인 전용 노래방은 평일인데도 손님들로 붐볐다. 가게엔 평일 하루 평균 약 170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들어서자마자 직원은 “1인만 입장 가능한 것 알고 오셨나요?”라고 질문했다. 1인 전용 노래방 인지 모르고 방문한 사람들은 당황하며 다시 나가기도 했다. 헤드폰을 받고 입장한 방에는 사무용 의자와 짐을 놓을 수 있는 바구니, 거울, 녹음용 스탠드 마이크, 노래방 기계, 그리고 음량 조절장치가 따로 준비돼있었다. 방에 없는 스피커 대신 기계에 헤드폰을 연결해서 반주와 목소리는 자신만 들을 수 있었다.

▲ 1인 노래방의 내부공간 사진 | 이종은 조아영 기자

  평소 1인 노래방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재웅(홍익대 건축13) 씨는 “다른 사람과 같이 가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부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래방에 친구들과 함께 놀러가는 경우도 있지만, 밴드 곡을 연습하는 등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노래하고 싶을 땐 혼자 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1인 영화 관람객을 위한 혜택
 
영화관에서도 나 홀로 관람객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기존 영화관의 매점 메뉴는 주로 다인 관람객을 겨냥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1인 관람객을 위한 혜택이 생겨나고 있다. C 영화관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 1인 맞춤 콤보를 제공한다. 이는 혼자 오는 관람객에게 쿠폰을 발급해 콜라와 팝콘 혹은 콜라와 핫도그 등을 세트로 판매하는 것으로 정가에서 1000원이 할인된다. M영화관에서는 특정 상영관의 5열을 모두 1인 전용 좌석으로 만들기도 했다.
C영화관과 M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재현(건국대 전기공학12) 씨는 “혼자 영화를 보러 오는 손님이 전체 관람객의 30%정도였고, 평일과 저녁 시간대에 1인 관람객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홀로 떠나는 여행
  동행을 구하지 않고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개인여행을 한 사람 중 혼자 여행을 떠난 사람은 2012년 33.8%에 달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여행 코스에서 ‘나 홀로 여행’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늘어나는 1인 여행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할 정도다.

▲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나 홀로 코스'를 선택해 여행정보를 찾을 수 있다.

  ‘나홀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혼자 하는 여행이 더 편하고 의미 있다고 말한다. 2013년 뉴욕과 시카고를 혼자 여행한 백민영(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11) 씨는 “처음엔 같이 갈 사람을 구하지 못해 혼자 갔다”며 “하지만 여행을 다니다보니 혼자인 게 더 편하게 느껴졌고 일정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임공빈(사범대 컴교11) 씨 또한 올해 여름 내일로를 통해 홀로 부산, 순천, 여수를 돌았다. 그는 “진로에 대해 타지에서 혼자 고민해보기 위해 나 홀로 여행을 택했다”며 “여행 후 실제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자발적 외톨이’로서의 여가생활
  박지남(이화여대 대학원·소비자학과) 씨는 자신의 저서 <청년 세대의 ‘나 홀로 여가’ 문화>에서 한국사회의 나 홀로 여가족의 급증 현상을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혼자 놀기에 익숙한 20대 청년세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의 불안함과 피로에서 오는 정서적 허기를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자발적 외톨이로서의 여가생활을 통해 충족의 느낌을 갖는다. 또한 이들은 외로움이라는 대인관계의 빈 공간을 네트워크로의 끊임없는 접속으로 상쇄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나 홀로 여가생활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세대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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