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야.” 애인 없는 자의 변명쯤으로 치부됐던 문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디어에선 연예인들이 연애를 안 하는 이유에 관해 토론하고, ‘싱글족’,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20, 30대를 일컫는 말) 등 솔로를 자처한 자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늘어나고 있다. 연애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제는 한 집단으로 자리 잡은 추세다. 많은 대학생도 자신은 연애를 ‘안’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이 연애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살펴봤다.

 바쁜 대학생, 경제·시간적 여유 없어

▲ 일러스트 | 홍유리 기자

  6월 A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에서 남녀 대학생 5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평균 데이트비용은 남자 4만 7000천 원, 여자 3만 원에 달했다. 통계를 증명하듯 많은 학생이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로 ‘시간적, 경제적 여유 부족’을 꼽았다. 데이트에 소비되는 경제적 비용이 부담스럽고, 취업·인턴·자격증 시험 등 미래를 위한 준비로 바쁜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인 박성우(단국대 전자전기09) 씨는 “지금은 취업 준비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어 사람을 만날 여유가 없다”며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재정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애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애’라는 관계에 대한 부담
  ‘연애’라는 관계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꺼려진다는 의견도 있다. 소위 말하는 ‘썸’(사귀는 단계는 아니지만 서로 호감을 느끼고 만나는 단계)까지는 좋지만 그 이상의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누군가를 공식적으로 사귄다는 행위를 ‘서로에게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복잡한 행위’로 정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모(여·21) 씨는 “개인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연애를 하면 서로 재고, 따지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감정소모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귀찮고 지친다”며 “만나는 사람이 있어도 가볍고 재미있게 ‘썸’ 타는 건 좋지만 그 이상의 사이로 발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이 모(이화여대 영문13) 씨 또한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과 겪는 갈등을 비롯한 일련의 과정의 무의미하다고 느껴서 연애비선호주의자가 됐다”고 말했다.

 연애의 필요성 느끼지 못해 
  올해 초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허지웅 영화평론가가 자신을 ‘무성욕자’라고 지칭해 관심을 모았다. 이후 그
▲ 일러스트 | 홍유리 기자
는 이혼 후 연애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 자체가 없어졌다는 뜻에서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밝혔다. 몇몇 대학생들도 그의 생각에 공감하며 ‘지금은 연애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오주희(단국대 한문교육11) 씨는 “이전에 긴 연애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연애에 지쳤다”며 “여유 있게 사는 지금이 편하고, 현재로써는 연애를 할 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어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독신주의자라고 밝힌 김 모(인문대 사회12) 씨는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포기했던 일이 많았기 때문에 혼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모든 활동에 제약이 없는 지금이 좋다”고 말했다.

 솔로가 말하는 장단점
  공통적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유’를 솔로의 장점으로 꼽았다. 임성엽(자전14) 씨는 “신경 쓸 사람이 없으니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반면 단점으로는 주변의 시선과 외로움을 언급했다. 오민(미디어13) 씨는 “너무 오래 솔로인 상태를 유지하면 지인들이 연애 안하냐고 눈치를 주기도 하고, 로맨스 작품을 보면서 외로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솔로가 느끼는 심리적 외로움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카타리나 침머(Katharina Zimmer)는 그의 저서 ‘솔로의 심리학(Die Kunst, allein zu Leben)’에서 혼자일 때 오는 외로움의 원인과 긍정적 측면을 이야기한다. 혼자일 때 오는 불안감은 혼자를 체험하는 발달 단계의 경험이 대부분 부정적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싱글인 상태에서 경험하는 불안에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인간은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창조적으로 내적 세계를 통합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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