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는 생명다양성을 위한 노력과 함께 인류의 생명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려는 목표를 지닌 연구소가 여럿 있다. 올 7월 설립된 생명대의 동물분자생체공학연구소도 그 중 한 곳이다. 연구소의 설립배경을 설명하며 홍기창 연구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생명공학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기술수준 또한 세계 정상수준에 도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특히 연구를 통한 원천기술의 창출과 이를 이용한 산업화가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어, 대학도 이러한 변화에 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활동 제어 가능해져
  동물분자생체공학연구소는 유전체연구부와 세포생리활성연구부로 구성돼있다. 홍 소장은 “유전체연구부에서는 다양한 생명활동을 제어할 수 있는 선진 시스템을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체연구부는 유전체 정보의 해독 기술을 연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유전체(genome)는 생명의 기본 설계도다. 모든 생물은 유전체에 담겨있는 DNA 정보를 기반으로 생명활동을 계속한다. 인간에게는 3만 5000개의 유전체가 있다. 이 유전체는 각각 46개의 염색체로 구성돼, 이 염색체의 배열순서나 이상여부에 따라 각각 다른 사람으로 성장한다. 인간과 침팬지는 1%, 인간끼리도 0.1%는 유전체가 서로 다르다. 유전자의 정보를 해독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의 생명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용 유전자와 조절 인자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정보 해독 기술은 육종, 노화, 면역, 발생 및 대사와 같은 곳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세한 유전자의 차이에 따라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이라도 증상이 다르고 약물 반응에도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연구를 통해 사람 혹은 동물의 유전체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기존에 치료가 불가능했던 질병치료나 개개인 별로 다른 증상에 대한 맞춤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영식 동물분자생체공학연구소 실장은 “다양한 인간 및 동물 생리활동에 대한 기전 연구와 제어 연구를 통하여 다양한 생리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조절하는 메커니즘 및 인자들을 발굴해 세포치료 및 단백질 치료의 기술적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이를 임상에 적용해 초기 진단률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포생리활성연구로 비만문제 해결
  세포생리활성연구부는 생리활성 및 분화조절기술을 기반으로 조직 특이적 전구세포 특정 세포의 형태 및 기능을 갖추기 전 단계의 세포와 분화세포 구조와 기능에서 질적인 차이를 갖는 두 개 이상의 세포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겪은 세포를 생산하는 연구를 하는 곳이다. 생리활성물질이란 유전표현과 생리기능을 조정하는 물질로서 생체 내에서 기능조절에 관여하는 물질이 결핍하거나 과도해 해당 생명체가 비정상적인 병태를 보일 때 이를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실장은 “조직 특이적 전구세포와 분화세포에 대한 연구는 개인맞춤형과 질환 특이적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포생리 기능 조절은 세포생리활성연구부의 가장 주된 연구 분야다. 새포생리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성공하면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분야가 비만이다. 특히 이 연구부는 갈색지방세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지방세포에는 백색지방세포와 갈색지방세포가 있는데, 이 중에서 갈색지방세포는 인간에게는 거의 없고 동면을 취하는 동물에게 흔히 나타난다. 갈색지방세포는 골격근의 수축 없이도 열을 생산하는데 이는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단백질인 ‘UCP(uncoupling protein)’가 많이 분포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동면하는 동물들은 겨우내 얼어 죽지 않을 수 있다. 즉, 갈색지방조직 속에 잠자던 모든 UCP가 동시에 가동되면서 주변에 있는 지방을 순식간에 분해하여 열을 발생 시키는데, 이렇게 발생된 열은 혈관을 타고 빠른 속도로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 이렇게 하여 다시 정상체온으로 돌아온 동물들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고 지방을 태워 날씬해진다. 연구소 측은 “갈색지방세포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밝혀내고 그 특성을 분석하면 비만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해당 연구부는 비만을 유발시키는 것이 무엇이고 비만과 관련돼있다고 알려진 질병과 비만 간의 연계성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항비만효과를 가진 천연물을 탐색하고 응용하려 한다.
세포생리활성연구부는 실험연구용 동물에도 주목한다. 새로운 실험연구용 동물소재 발굴은 세포생리활성연구부의 핵심 분야 중 하나다. 이 연구부는 실험연구 동물의 질병 모델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용도별로 각기 다른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실장은 “특정 세포의 생리 활성 연구와 특성 세포로의 분화를 위한 조절 네트워크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세포 생리활성과 분화를 유도 또는 제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생리 활성 및 분화 조절 기술을 기반으로 조직 특이적 전구세포와 분화세포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임상적·산업적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물소재 분야, 독창적 연구 필요해
  11월 28일 동물분자생체공학연구소가 주최한 창립기념 심포지움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생명공학 내 동물관련 연구에 대한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조종수(서울대 농업생명과학) 교수는 “동물소재는 미래 지속가능한 환경친화적 삶의 구현을 위해 농생명공학기술을 통해 개발한 친환경, 기능적 생리활성 소재이자 그 동안 없었던 새로운 물질을 창조하게 하는 매개체”라며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한 세계시장 선점 가능 10대 농생명소재에서도 동물소재가 포함된 만큼 앞으로 대학에서도 동물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석우 CJ생물자원연구소장은 “한국에서 생명공학, 그중에서도 특히 동물소재 분야의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편”이라며 “도전(Challenge), 변혁(Change), 창조(Creation)의 3C를 통해 국내, 특히 고려대만의 독창적인 전문 분야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식이 경영노하우와 연결될 때 성과창출이 일어나기에 학교의 기술력과 기업의 경영노하우가 합쳐져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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