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의 시에스타(siesta)를 표방한 휴식 공간이 서울 도심에 생겼다. 시에스타란 지중해 혹은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한낮의 능률 저하를 막기 위해 낮잠을 자는 풍습을 말한다. 일상에 지친 몸을 해먹에 묻을 수 있는 그 곳 ‘낮잠 카페’를 찾아갔다. 

▲ 낮잠 까페의 내부 모습 사진 | 이종은 조아영 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11월 28일 오전 10시 경, 안국역 근처 낮잠 카페를 방문했다. 카페가 위치한 3층으로 올라가니 계단 벽에는 큼지막하고 새하얀 베개 세 개가 걸려있었다. 파란 색의 벽에 걸린 흰 베개가 마치 하늘에 뜬 구름처럼 보였다. 입구로 들어가 푹신한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14개의 줄무늬 해먹이 벽과 기둥에 걸려 있었고, 해먹마다 담요와 깔개가 비치돼 있었다. 침대가 아닌 해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낮잠 카페 대표 정지은 씨는 “해먹이 주는 이미지인 휴양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직장인의 경우 짧은 시간에 빠르게 잠들어야 하는데, 침대보다는 요람처럼 몸을 감싸주는 해먹이 더 안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방울무늬 커튼으로 모두 가린 창문과 은은하게 켜져 있는 난로, 그리고 곳곳에 켜져 있는 향초가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이윽고 한 남성이 들어왔다. 정장차림에 외근중인 것으로 보이는 그는 매우 피곤한 표정이었다. 그는 익숙하게 맨 구석 해먹에 다가가 해먹 옆에 서류가방을 놓은 뒤, 해먹 사이에 있는 칸막이를 치고 몸을 뉘었다. 정지은 대표는 음료를 마실지, 깨워줄지 말지를 손님에게 물었다. “깨워드릴까요?” “네. 11시 20분 쯤 깨워주세요.” 그가 눕자 정 대표는 베개로 사용할 수 있는 온수 팩을 곧 그에게 갖다 줬다. 정 대표가 온수 팩과 함께 건넨 따뜻한 차를 마시고 그는 몇 분 안에 잠이 든 것 같았다. 정지은 씨는 “유럽의 시에스타가 한국에도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점심시간에 끼니도 포기하고 엎드려 자는 직장인을 보고 근처에 발 뻗고 편히 잘 데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안내를 받아 낮잠 카페를 체험해봤다. 담요를 덮고 눕자 반동에 조용히 흔들리는 해먹이 안락했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어둑어둑한 창 밖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빗소리가 어울려 자장가처럼 들렸다.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날 즈음에는 음악이 새와 풀벌레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어렴풋이 청량한 향에 잠을 깼다. 정 대표는 “심신 안정에 좋다는 피톤치드향을 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먼저 잠이 들었던 남성 손님은 곧 일어나 벗어놓은 넥타이를 다시 매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곧 카페를 떠났다. 정지은 씨는 “이곳이 단순한 ‘낮잠방’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카페처럼 열린 공간으로 누구나 쉽게 와서 편하게 쉬는 곳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테이블과 의자대신 자리한 해먹 사이 한 편에는 잡지와 책들이 비치돼 있었다. 그녀는 이어 “젊은 대학생도 많이 찾는다”며 “주말의 경우 근처에 있는 삼청동과 북촌을 방문하다 들리는 젊은 커플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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