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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17년, 갈수록 악화되는 비정규직 상황
IMF 이후 17년, 갈수록 악화되는 비정규직 상황
  • 송민지·한재윤 기자
  • 승인 2014.11.3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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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을 다룬 영화 ‘카트’, 12일 수도권 최대 케이블방송업체인 씨앤엠 비정규직 노조 파업, 20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21일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 공동 파업. 모두 비정규직의 현실을 보여주는 2014년 연말의 모습이다.

  11월, 잇따른 파업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경제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최근에야 심각하게 대두된 듯하지만, 사실 비정규직 문제는 IMF이후부터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누적된 난제였다. 올해 8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45.4%, 총 852만 명)이 10년 전(2004년 8월 기준 55.9%, 총 815만 명)에 비해 그나마 나아진 상황이라는 점을 보면 그간 ‘비정규직’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만연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탄생
  비정규직의 종류로는 사업장과 노동자 사이에 하청업체를 두는 간접고용, 일당을 받는 일용직, 트럭기사와 같이 개별사업자로서 임금을 받는 특수고용, 고용기간을 정해놓고 계약을 맺는 계약직 등이 있다. 처음부터 우리사회에 이러한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다. 정흥준(본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1997년 이전엔 연공서열을 중심으로 하는 정규직 고용형태가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 이전에도 비정규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 비정규직은 농번기 노동수요 급증이라든지 일용직, 임신, 질병으로 인해 노동공백이 생겼을 경우에 한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고용유연화, 비용 감소 등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 상대적으로 해고가 쉽고 임금이 적은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났다. 공인 노무사 하윤성 씨는 “IMF 당시 일례로 은행 캐셔들을 일시 해고하고 다음날 절반의 임금을 주면서 비정규직 형태로 다시 고용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노동, 다른 처우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조건에 있어서 정규직 노동자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는 데 있다. 씨앤엠 비정규직 노조 파업현장에서 만난 한 해고 노동자는 “원청(씨앤엠)의 정규직 직원이었지만 하청업체 전환 과정에서 2008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 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기존 임금의 60%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민태호 사무처장은 “기간제 교사, 급식실 아주머니, 행정실 직원 등 20여개 직종에 달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년을 일하나 1년을 일하나 임금이 똑같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2012년 총파업으로 그나마 일궈낸 성과가 정규직 급여의 50%수준으로 비정규직 급여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평균 노동시간과 임금을 비교해 보면, 올 해 8월 기준 정규직의 주당 노동시간은 42.7시간이고 비정규직은 40시간으로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289만원이고 비정규직은 144만원으로 2배의 격차를 보였다. 그렇다고 업무 강도에 임금 격차 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탈법적 장시간 노동 비중은 비정규직(15.0%)이 정규직(7.4%)보다 많았다. 민태호 처장은 “카톨릭대 의과대 조사에 따르면 대형 식기구를 다루고, 새벽부터 식자재검수를 매일 해야 하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경우 조선소 플랜트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보다 높게 측정됐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에도 비정규직은 존재하지만 정규직과의 차별이 심하지 않다. 프랑스는 파트타임 근로자에게 상용근로자와 똑같은 대우를 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파트타임 근로자가 정규직을 희망할 경우 이동도 가능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우에 큰 차이가 없어 정규직 근로자들이 유연한 업무시간을 원할 경우 파트타임에 자원하기도 한다. 영국 또한 파트타임 근로자에 대해 임금, 휴가, 연금가입 등에 있어서 정규직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고 있다. 정흥준 교수는 “외국은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려있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넘나들 수 있는 브릿지 형태를 띤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자체가 정규직 트랙과 비정규직 트랙으로 분화돼 있고 이것이 사회구조처럼 정착돼 한번 비정규직이면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실효성은
  이후 급속히 늘어난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정규직 해고법’이라는 비판을 들으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주요 내용인 ‘계약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한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 한다’는 내용을 두고 기업들이 편법만 일삼은 것이다. 하윤성 노무사는 “계약직에 대해 2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하면서, 기업입장에서는 2년 이후 이들을 해고하거나 하청업체를 통해 재고용(파견)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비정규직 고용 가이드라인’이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흥준 교수는 “기업은 계약직 근로자들을 2년이 되기 전에 하청업체에 파견하여 재고용하고, 파견 이후에는 용역을 쓰고, 용역 이후에는 특수고용을 쓴다”며 “결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의 총 비중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개선방안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나 계약직 2년 제한 연한을 3년으로 늘리는 것 모두 단기적인 비정규직 억제 효과를 보여줄 뿐, 장기적 관점에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이다. 씨앤엠 해고노동자 박석훈 씨는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하향평준화를 이루자는 것이고, 계약직 연한을 늘리는 것은 오늘 터질 폭탄을 내일 터지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흥준 교수는 “외국의 정리해고요건이 우리나라보다 유연한건 사실이지만, 외국은 시간 당 임금이 비슷하고 이직이 보편화 돼있다”며 “고용 완화로 해고된 우리나라 정규직 노동자의 대다수는 결국 비정규직이 될 텐데, 비정규직 차별 해결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의 고용 완화는 비정규직을 더 늘리게 될 뿐이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하윤성 노무사는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출산 휴가나 정규직 노동자의 단기공백과 같이 이유를 분명히 밝힐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비정규직을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IMF당시 생겼던 고용 유연화 정책의 결과물인 비정규직은 현재에 와서 기업 이윤을 높이기 위해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정흥준 교수는 “기업의 이윤이 높아져도 국민이 소비가 없으면 내수시장이 경직되는데, 지금의 비정규직은 충분한 소비능력을 갖출 수 없다”며 “내수시장 활성화 외에도 기업의 전문화와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통해 기업성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많은 청년, 노인층이 고용불안으로 인한 생계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비단 개별 기업들의 문제만은 아니기에 정부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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