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조직된 동국대 청년학생 진보모임 ‘달려라 진보’(이하 달라진)는 현재 동국대 학생 9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단체이다. 그래도 그들의 관심범위는 노동, 환경, 교육, 여성 등 다양한 분야의 투쟁을 넘나든다. 특히 그들은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재능교육, 스타케미칼, 씨앤앰 등의 기업 및 기관에서 벌어지는 여러 비정규직 노조 투쟁에 참여하며 노동자 처우개선에 힘쓰고 있다. 학교생활과 자기계발에도 바쁜 대학생을 노동투쟁 현장으로 이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달라진’의 초대 회원 최은미(동국대 사회10) 씨를 만났다.

▲ 최은미(동국대 사회10)

 - ‘달라진’은 어떻게 구성됐나
  “2011년 초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위한 투쟁에 참여했을 때 알게 된 선배들과  ‘달라진’을 만들었다. 학내에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있지만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이 관심이 혼자만의 관심으로 끝나는 게 아닌, 함께 모여 모임을 조직하고 활동해야 사회를 변화시킬 실질적인 힘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보편적으로 대학에선 학생회 단위의 사회참여가 이뤄지지만, 학생회는 기본적으로 새내기 배움터, 학과 행사 등 해야 할 일이 많아 제약이 있다. 이에 학생들이 다른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학생운동을 지속할 방안이 뭘까 고민하다 ‘달라진’을 만들게 됐다. 현재는 8~9명의 학생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회장단 같은 직급은 없고 개개인 모두가 동등한 직책을 맡아 모임을 이끌고 있다.”

 - 비정규직 투쟁 지지 활동이 두드러진다
  “본래 비정규직 투쟁 지지만을 목적으로 만든 모임은 아니다. 모임 명칭에도 있듯이 ‘진보’를 위해, 즉 우리 삶에서 우리가 처해있는 억압, 폭력에 속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다. 실제로 노동사안 외에 대학구조조정, 민영화, 전교조 탄압, 장애인등급제 등 다양한 투쟁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만 현 사회에서 일반화될 만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억압이 고용불안, 비정규직 문제이기에 이 분야의 활동이 많았던 것 같다.”

 - 현재 주된 활동은 무엇인가
  “비정규직 투쟁 중에서도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이하 개발원) 비정규직 원직복직 투쟁과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과 연대해 활동하고 있다. 개발원은 동국대 후문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고, 학습지노조 분들의 농성장도 광화문 쪽에 위치하고 있다. 다른 투쟁도 최대한 참여하려고 하지만, 개발원과 학습지노조분들의 농성장이 비교적 학교와 가까워 주로 연대하는 편이다. 투쟁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집회 참여 외에 노조 대책위원회 구성원으로서 투쟁 방법을 기획한다. 사안에 따라서 선전전을 하거나 회사 본사와 회장 가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또는 플랜카드를 많이 써서 대대적인 선전을 하는 등의 활동을 기획한다.”

▲ '달려라 진보' 회원들이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신임 원장의 가택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부당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현장이 아닌 학내에서도 하는 활동이 있다면
  “학내에서는 주로 학생들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알리는 활동을 한다. 그들이 왜 투쟁을 시작했고, 무슨 이유로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 알리기 위해 학생들에게 직접 사안을 정리한 유인물을 나눠주고 강연을 하기도 했다. 또한 투쟁하고 계시는 분들을 학내에 직접 모셔 간담회를 진행한 적도 있다. 실제로 강연을 듣고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 모임에 들어오거나 함께 투쟁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2011년 학내에서 청소업무를 하는 동국대 시설관리분회 조합원분들의 투쟁에 참여했을 때가 가장 의미 있었다. 학내에서 일어난 투쟁이었기에 비정규직의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투쟁에서 알게 된 노동자분들은 지금도 지나가면 반갑게 인사해주시곤 한다. 또한 학생들이 학내 구조조정과 등록금 투쟁을 했을 때 오셔서 지지 발언을 해주시기도 했다. 같은 학내 구성원으로서 연대해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어 좋았다”

 - 대학생의 참여는 어떤 편인가
  “정말 저조하다. 물론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전국학생행진 등 큰 연합에 속한 대학생은 항상 참여하지만 일반 학생의 참여는 거의 없는 편이다. 평소 강연을 통해 투쟁 소식을 알게 되고, 모임에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나오는 학생보다 스쳐가는 학생이 더 많다. 물론 요즘 대학생들이 바쁘고 힘들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 대학생 참여의 중요성은
  “많은 대학생들이 비정규직 문제가 본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취직 후에도 이직을 준비하거나 계약이 만료됐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렇다고 ‘우리가 대학 생활을 망쳤나?’라고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니다. 모든 학생이 대학 생활 내내 정말 열심히 스펙을 쌓고, 학점을 관리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대기업과 공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고, 막상 회사에 들어가도 이직준비와 계약직 문제에 허덕인다. 취업에 실패하면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박탈감을 느낀다는 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항상 불안에 떨어야하는 20대 문제의 원인은 결국 불안정한 고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처럼 투쟁 연대를 지속하는 것, 또 하나는 학생들에게 참여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다. 영화 ‘카트’ 속 주인공들도 자신이 해고될 줄 몰랐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영문도 모른 채 해고당한다. 현실에서도 똑같다. 사회에 던져져 문제를 체감하기 전에 대학생 때 조금 더 빨리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노력하면 지금보다 좋은 세상에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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