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학생사회는 부끄러운 이면을 드러내며 논란의 장이 됐다. 부정선거와 선거파행, 횡령 등이 비단 지난해만의 일은 아니지만, 기성정치권의 모습을 닮은 학생사회의 단면은 학생사회가 붕괴됐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직 학생사회의 붕괴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학생운동을 주장하던 학생사회 내 정파가 점차적으로 힘을 잃었을 때부터 학생사회 위기론은 대두돼왔다. 하지만 그 후 20년 동안 학생회는 학생자치기구로서 역할을 꾸준히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학생자치기구로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학생사회가 계속된 논란을 끝내고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부터 시작해야할까.

▲ 부정선거로 밝혀진 2014년도 안암총학생회 선거 후보자 공청회 모습 사진|고대신문 DB

학생선거에선 부정선거와 상대 후보자에 대한 비방이 난무했고, 총학생회장 후보가 출마하지 않아 학생대표자리가 공석으로 남는 대학도 있었다. 또한 학생 대표들이 공금인 학생회비를 횡령해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는 학생회에 학생회의 필요성을 묻는 학생회 무용론까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일무이한 학생자치기구로서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학교본부측이 독단적으로 상대평가 소급결정을 내린 한국외대 사태를 예로 들며 “학생들이 부당한 결정을 당했을 때 학생회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목소리를 모으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중립의무 위반...
11월, 선거철을 맞았던 전국대학 학생사회는 각종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2012년도부터 3년 동안 고려대 안암총학생회를 역임했던 고대공감대는 제47대 총학생회장 선거 당시 전임 총학생회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 위원장으로서 중립성을 어긴 사실이 내부고발을 통해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제46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은 자퇴를 했다.
또한 중앙대 동아리연합회(동연) 회장 선거에서는 중선관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낙선시키고자 한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3명의 후보가 출마했던 경선에서 중선관위원장이 한 후보를 제외한 두 명의 후보에게 한 후보를 ‘공공의 적’이라 칭하며 낙선시킬 것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전임 동연회장이었던 중선관위원장은 사실을 시인하고 중선관위원장 직에서 물러났다.
수도권 외의 지방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순천대는 2013년, 총학생회가 조직폭력배와 연관된 점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고 경상대는 4년 연속 선거파행을 겪고 있다. 경상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특정 선본을 탈락시키기 위해 회칙을 위반해 선거운동을 하는 동영상을 상대선본이 조작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력부족에 따른 구조적 문제
학생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결여된 구조적 문제가 학생사회 내 부정선거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대다수 대학의 중선관위원회는 각 단과대 대표자들로 이뤄진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서 구성한다. 하지만 주로 전임 학생회장이 중선관위원장을 맡아와 중립의무에 취약한 중선관위 구조가 만들어졌다. 안보영 전 정경대 학생회장은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단과대와 과반 선거에서도 선관위원장을 전임 회장이 맡아오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본교 고대공감대 부정선거는 같은 정파인 고대공감대 출신 전임 학생회장이 중선관위원장을 맡아 중립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비정상적 관행에 대해 학생회에 몸담고 있는 학생들은 현실적인 이유가 초래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서재우 안암총학생회장은 “중선관위의 중립의무 위반이 가장 우려되는 문제지만 중선관위의 업무 성격상 책임감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준석 연세대 총학생회장도 “중선관위원장은 중운위에서 자원을 받고 인준 받지만 사실 자원하는 학생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이러한 재원확보의 어려움과 업무의 막중함을 해결하면서도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재우 안암총학생회장은 “중선관위원장을 이원화해 전임 학생회장과 중운위에서 구성한 중선관위원장이 일을 분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중선관위 구성에 대한 대안으로 신재혁(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배심원 제도차용을 추천했다. 신 교수는 “학생회 간부를 제외한 일반학생들 중에서 중선관위원을 무작위로 선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며 “그렇게 구성된 중선관위원들이 회의를 거쳐 중선관위원장을 뽑으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 교수는 구성된 중선관위에 대해서 모든 선본의 동의가 선행돼야 하는 점과 학생회비로 중선관위원들에게 일정의 수고비를 줌으로써 유인책을 제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양성 사라진 학생그룹
학생회는 역사적으로 학생운동과 함께 성장한 학생자치기구다. 90년대 이후 학생운동이 사회적으로 약화되면서 학생사회 내에서 학생운동을 주장했던 정파 또한 힘을 잃어버렸다. 기존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이유에는 이러한 학내 다양한 정파의 결여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박원익 대학원총학생회장은 “현재 총학생회 제도나 전학대회의 모습은 과거 여러 정파가 공존했을 당시 정파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라며 “다양한 성향을 가진 대표자들이 중선관위를 구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수년간 학생사회에 관한 자료를 모아온 하인혜(남‧26) 씨는 “학생회 선거파행이나 부정선거는 단순히 전임 학생회장이 중선관위원회를 맡아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어떤 특정 학내정파가 중선관위를 장악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인혜 씨는 “장기적으로 한 정파가 독주하지 못하도록 학내에 다양한 의견 그룹들이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학생들의 무관심이 증가한 현재로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학생회와 학생간의 괴리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무관심 속 선거무산
올해 가톨릭대와 한국외대, 카이스트는 총학생회장 후보가 나오지 않아 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 가톨릭대는 작년에 이은 두 번째 선거무산이다. 서울대와 한성대는 단선 후보로 선거가 진행됐지만 투표율이 회칙 상 넘어야 하는 50%를 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서울대는 46.9%, 한성대는 39.9%의 투표율을 보였다.
출마 후보의 부재뿐만 아니라 학생회에 출마하는 선본들의 공약은 대개 비슷하다. 등록금 인하, 교육환경 개선, 소통 중시 등이 매년 공통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제48대 총학생회 선거에 투표하지 않은 임영환(정경대 경제10) 씨는 “누가 되든 나한테 영향이 없을 것 같아서 투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 선본들이 제시한 학내 복지공약에는 학생 간의 의견차이가 적고 반대할만한 점도 없다. 신재혁 교수는 “선거에 출마한 선본들이 주장하는 학내 복지공약은 균열이 생기거나 이슈화가 될 만한 사항이 아니기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누가 되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무관심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학생들이 공동의 문제를 공동체를 통해 해결해본 경험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임은희 연구원은 “예를 들어 취업문제도 학생사회가 다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학생들은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스펙을 쌓고 공부를 더 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붕괴를 얘기하기엔 이르다
정말 학생사회는 붕괴될 우려에 처해있을까. 전문가들은 붕괴를 얘기할 만큼 학생사회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생사회 또한 사회의 축소판이기에 일반사회에서의 문제가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원익 대학원총학생회장은 “어느 사회나 권력이 있는 곳에는 부패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학생회를 바라봐야 한다”며 “일부 개인의 부정이 벌어져도 전체적인 학생사회는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사회의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들은 이익집단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의 학생회는 진보와 운동이라는 이념적인 접근 방식으로 운동을 주도했지만 사회의 변화로 계속되는 이념 논쟁적 학생운동은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신재혁 교수는 “학생들이 공동으로 안고 있는 취업문제나 비정규직 문제는 이념이 아닌 정치적이고 이익적인 문제”라며 “사회 계층으로서 대학생의 이익을 효율적으로 실현화시키기 위해 압력단체로서 정치화‧조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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