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사회가 융성했던 시기는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1980년대 독재정권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사정권에 맞설 정치세력도, 체계적인 노동세력도 없었던 때 학생사회는 독재에 맞설 유일한 사회세력이었다. 그 당시 본교 총학생회장이었던 교수들이 바라본 현재 학생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1986년도와 1994년도 본교 총학생회장이었던 김윤태(인문대 사회학과) 교수와 정재관(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학생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안타까운 사회적 현실
현재 학생사회에 대해 두 교수는 모두 학생들의 무관심이 팽배해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을 탓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여건이 그때와는 다른 이유로 힘들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경제위기가 찾아오고 청년실업률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대학교 진학비율은 30%에서 80%로 치솟았고 졸업 후 취업을 위해서는 학점뿐만 아니라 챙겨야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 정재관 교수는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생회가 이렇게 된 것은 학생들 책임은 아니에요. 경제위기 속에서 취업에 대한 고민으로 살아가는 어려운 대학시절이기에 학생들에게 관심과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어요.” 김윤태 교수는 대학정책의 구조적 원인도 지적했다. “상대평가와 복수전공, 이중전공의 부담은 학생들을 공동체 의식에서 더 멀어지게 만들었어요. 특히,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는 확실히 대학사회를 더 개인화, 파편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버렸죠.”
견제기구와 리더의 책임
부정선거와 횡령문제에 있어 감시·견제기구의 역할부재에 두 교수는 입을 모았다. 정재관 교수는 과거에는 학내 언론사들이 학생회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견제역할을 했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고대신문, 영자신문, 석순, 고대문화, 생활도서관으로 이뤄진 언론출판협의회(언출협)는 총학생회 후보자 공청회를 열어 후보검증을 하기도 했다. “언출협은 고려대 학생사회의 감시기구로서 영향력이 굉장히 컸어요. 학내 언론이 학생회를 감시하고 일반학생들은 그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선순환구조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학내 언론도 기자수가 줄고 자체운영이 어려워서 본래의 견제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김윤태 교수는 학생회 리더들의 전략적 문제를 짚었다. “학생사회 내에는 아직 공동의 목소리를 낼만한 의제들이 많아요. 그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학생회의 역할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진정으로 목말라하는 요구를 주장했는지 리더들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해요.”
 “악순환의 고리 안에서 끊어야 한다”
학생들의 관심이 없으면 학생사회는 지속될 수 없다. 정재관 교수는 무관심과 학생회의 정당성이 악순환의 고리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학생회는 학교 문제해결에서도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학생에게조차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학생회의 말에 학교가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죠. 관심과 지지는 학생회의 힘을 길러주고 공약이행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결국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학생사회 내에서 자생적으로 끊어내야 한다고 봐요.”
대학생이라는 그 특별함
김윤태 교수는 대학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도 학생회라는 자치활동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자치활동이 사회의 중요한 자산임에도 대학에서의 자치활동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것이 실정이에요. 남의 일을 내 문제로 생각하고 해결하려 하는 것이 대학생의 중요한 도덕적 의무죠. 사회에 꼭 필요한 리더를 배출하기 위해선 대학이 그 교육을 해줘야 해요.”
정재관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생사회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아직 학생사회 구석구석에는 학생사회를 위한 원천이 많아요. 학과나 단과대 동아리들에서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작지만 소중한 에너지의 원동력을 학생회가 모아야 해요. 대학생만이 가질 수 있는 남과 공동체를 생각할 수 있는 여지와 열정, 순수함을 학생회가 어떻게 큰 차원으로 모을 수 있을 지의 함께 생각해봐요.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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