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설 이후 현상학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홍성하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에게 후설의 계보를 잇는 현상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석학적 현상학을 주장한 하이데거
현상학의 이념은 후설이 창시했지만, 독일의 하이데거와 셸러, 프랑스의 사르트르와 메를로퐁티 등과 같은 철학자들에 의해 계승·발전됐다. 특히 후설과 함께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던 하이데거는 존재자의 존재의미를 문제 삼는 ‘해석학적 현상학’을 주장한다. 하이데거는 전통적 형이상학은 존재를 문제 삼지 않은 채 ‘존재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같이 존재자의 본질이나 실체만을 문제 삼는다고 비판한다. 그에 의하면 전통적 형이상학은 존재를 망각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하이데거는 현상학의 과제가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찰을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데 있다고 봤다. 이처럼 현존재 분석을 통해 존재의미를 밝히고자 한다는 점에서 하이데거는 자신의 철학을 존재론 또는 해석학적 현상학이라 부르면서 후설과의 차별성을 꾀하려 했다.
몸의 현상학, 메를로퐁티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상학자인 메를로퐁티는 후설과 하이데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메를로퐁티는 생활세계와 접촉하기 위해 지각현상을 고찰한다. 메를로퐁티는 세계는 우리와 분리된 실재가 아니라 우리가 반성하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고 내 몸이 보고 느끼면서 세계와 지속해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때 지각의 주체는 의식이 아니라 움직이는 몸이다. 의식이 근본이라는 후설의 주장과 달리 메를로퐁티는 몸을 의식보다 근원적으로 봤다. 내가 타자와 소통하게 되는 토대 역시 몸이라는 점에서 현상학이 지향하는 사태는 바로 몸이고 이는 의식보다 더 근원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존재를 둘러싸고 있는 무(無), 사르트르
프랑스를 대표하는 또 다른 현상학자로는 사르트르가 있다. 후설과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은 사르트르가 말한 바로는, 상상과 지각의 차이는 이미지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의식의 지향적 대상을 지시하는 방식에 놓여 있다. 상상은 그 대상을 그 자체로 아무런 내용물이 없이 투명한 존재인 ‘무(無)’로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카페에서 친구를 찾을 때도 ‘무’를 경험할 수 있다. 카페에서 우리가 지나치는 얼굴에서 ‘친구가 아니다’라는 정보를 얻는 방식으로 무를 경험한다. 이처럼 ‘무’는 항상 존재의 배경처럼 존재를 둘러싸고 있다. 사르트르의 ‘무’에 대한 논의는 당시 하이데거에 의해 위축됐던 후설의 현상학을 재조명하는 데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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