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도 역사를 기록하는 아카이브가 있다. 역사기록, 연구기록, 행정기록, 학생기록 등이 담겨있는 ‘고려대아카이브’다. ‘고려대아카이브’는 1905년 보성전문학교의 개교에서 현재까지 110여 년의 시간 속에서 생산되고 수집된 학교사(學校史) 자료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함께해 온 다양한 국가기록물을 보존한다.
‘고려대아카이브’는 개인 기록물을 보관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현재 8000여 점이 넘는 기록물 중 반 이상이 개인 기록물로 구성돼 있다. 국가지정기록물 제2호인 민세 안재홍의 미국군정 문서, 본교 의학과 이호왕 교수의 한탄바이러스 연구자료, 화학과 진정일 교수의 연구기록이 그 대표적 예다. 김성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운영과 학회연구사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보성전문학교의 자료를 대여해 당시 교육사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고려대는 개인 기록물까지도 잘 보관해 훗날 오래된 역사를 전해주는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의 역사가 되는 개인 기록물
본교 박물관 학예사 박유민 씨는 개인 기록물을 수집하는 이유에 대해 “본교의 구성원으로서 학교와 관련된 모든 자료는 학교 역사의 순간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과 와 과반 티셔츠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학교의 역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학부제 시절엔 ‘인문 칠반, 악칠반’으로 표기됐던 사회학과의 과 티셔츠도 좋은 역사가 된다.
박유민 학예사는 “고려대아카이브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기록물이 고려대의 역사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교수가 받은 명함, 강의안 등의 자료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아카이브’의 기록물 중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것도 있다. 교수 월급봉투가 한 예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급여지급이 현금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3년 고연전 씨름대회 기념품’이라고 적힌 볼펜, ‘민족해방제’라고 적힌 티셔츠도 마찬가지다. ‘정기전’이라는 이름으로 이틀간 5개 종목의 운동경기가 진행되는 지금과 달리 이전에는 ‘민족해방제, 민중해방제’로 불리며 운동경기를 포함해 연세대와 과 교류, 주점, 씨름대회 등의 행사를 5일간 진행했었다.
학과 내 공책처럼 학생들의 의식변화를 보여주는 기록물도 있다. 학과마다 ‘잡기장’, ‘열린마음’ 등 이름은 다르지만, 그 내용을 보면 당시 시대상과 그 안에서 학생의 고민과 생각을 알 수 있다. 박 학예사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사람도 여럿이 죽고, 많이 구속되던 시절이었다”며 “당시 과방 공책들을 보면 내용이 대게 우울하다”고 말했다. 1998년도 공책에는 ‘오늘 학교 앞에 전경들이 와서 불심 검문을 했다’, ‘답답하다’, ‘민주주의는 언제 오는가’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기록문화 확산 노력해 
‘고려대아카이브’는 개인의 사소한 기록물도 수집해 보존될 수 있다는 측면을 알려 기록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의 목적으로 ‘고려대아카이브’는 3년 전부터 은퇴하는 교수에게 ‘고려대아카이브’를 소개해, 개인 기록물을 기증받고 있다. 이는 학회 차원에서 보관할 수 없는 기록물의 결락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박 씨는 “학회의 경우 예산과 인력부족 때문에 해당 분야의 모든 연구업적을 보관하기 힘들다”며 “이런 결락을 ‘고려대아카이브’에서 보완해준다”고 말했다.  

▲ 1998년 한국사학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열린 마음'

박유민 학예사는 “대부분의 학생 기록물이 학교 직원의 지인을 통해 기증되고 있다”며 “‘고려대아카이브’의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선 본교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소한 기록물이라도 적극적으로 기부해 고려대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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