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탑 MRI] 즐풍목우의 시기
[석탑 MRI] 즐풍목우의 시기
  • 고대신문
  • 승인 2015.01.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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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어려운 시절을 지남을 말할 때 천신만고(千辛萬苦)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비슷한 뜻을 가진 즐풍목우(櫛風沐雨)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중국의 태평성대를 이룬 순(舜)임금 때 치수(治水)사업을 주관했던 우(禹)의 일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순임금이 홍수를 다스리기 위하여 등용한 우는 9년 동안 ‘너무나 바쁘게 동분서주하며 일하느라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즐풍櫛風) 빗물로 머리를 감았다(목우沐雨)’하여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노력을 다함’을 뜻하는 사자성어가 생겨나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개인과 기업, 정부까지 모두가 이런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국내 경제속에서 기업들의 고군분투가 힘에 겨워보인다. 작년과 올해에는 대마불사라고 믿었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STX, 동양, 웅진에 이어 동부그룹까지,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이러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여 결국 기업구조조정의 길로 들어섰다. 어떤 기업은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을 택했고 어떤 기업은 법정관리를 택했다고 한다. 어쨌든 기업이 상황이 나빠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기업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을 때 기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훗날의 재기를 도모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에 적용될 수 있는 기업구조조정제도는 기업의 부실정도에 따라 채권단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그리고 법정관리가 있다. 언급된 세 가지 기업구조조정은 주도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와 법적강제성이 있는지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이고 법정관리는 법원의 판단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워크아웃은 자율협약과 달리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라는 법적근거를 가지고 있고 법정관리는 통합도산법이라는 법률에 근거한다.
기업구조조정의 외형적 구분은 이렇지만 그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채무자가 자금을 빌리고도 이자나 원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을 때 채권자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를 갖게된다. 채무자의 자산 등을 현금화하여 빌려준 돈의 일부를 받아오거나, 당장은 어떻게든 넘겨줄테니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어서 빌린 돈 전부를 갚으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기업의 채권자는 많은 경우 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금융기관이다. 기업이 앞으로도 신통치 않아보이면 담보로 잡은 자산을 팔아 빌려준 돈의 일부만이라도 챙겨온다. 하지만 기업의 전망이 어둡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하여 어려운 상황이라면 금융기관은 빌려준 돈을 상환하는 시기를 좀 미뤄준다거나 이자를 감면해주거나, 또는 추가로 자금을 더 빌려주는 방법으로 영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 대신, 기업은 영업이익을 증가시켜 빌린 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을 갖추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정리하고, 자산을 팔아 운용자금을 마련하고 때로는 생계를 걸고있는 노동자의 고용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더 많은 희생이 생기기 전에, 상황이 더 나빠지기전에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결단이지만 기업에게도 개인에게도 모두 힘든 일임은 틀림없다.
자기 집 앞을 세 번이나 지나면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三過其門不入) 동분서주하며 일했던 우는 결국 왕위를 받게되고 중국 최초의 국가인 하(夏)국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 경제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즐풍목우, 천신만고 끝에 종국에는 다시 좋은 시절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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