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물론이고 집전화도 제대로 없었던 어릴 적 나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즉각 그 답을 알려주는 요정이 내 귀속에 항상 함께 붙어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기업 총수 같은 사람들은 (비록 귀속의 요정은 아니지만) 여러 비서와 참모가 항상 같이 다니면서 궁금한 것과 필요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었다. 다른 전문성을 가진 여러 개의 두뇌가 동시에 연결되어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런데 요즘의 우리가, 비록 돈과 권력은 없더라도 바로 그러한 전문 비서와 참모를 항상 함께 데리고 다니고 있지 아니한가. 그것이 바로 무선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폰이다. 나의 일정과 주변 연락처를 기억하고 알려주며, 강릉의 인구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할 때, 시가총액 10위 기업이 궁금할 때, 일본어의 번역이 필요할 때, 더 나아가 에볼라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할 때, 그는 즉각 나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주어서 내가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억이나 메모도 대신 해주고 필요할 때 즉각 내게 다시 알려준다. 스마트폰은 나의 제2의 뇌이다. 어릴 때 꿈꿔왔던 내 귀속의 지식 요정이며, 나의 유능한 비서이고 참모이다. 그와 내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때 나는 자유롭고 강하다.
인간은 자신의 뇌 능력 확장을 위하여 지능을 흉내 내는 기계를 만드는 노력을 해 왔다. 체스(chess)는 대표적인 흉내 실험 대상이었다. 18세기 말 ‘the mechanical turk’은 톱니바퀴로 만든 최초의 체스 자동 기계였는데 인간의 지능까지 구현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은 그 기계 속에 실제 사람이 숨어 있어서 기계를 수동으로 움직여 돌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20세기 초에 등장한 컴퓨터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단순반복 계산적 모델만 가지고도 인간의 지능 행위를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IBM은 체스를 두는 슈퍼컴퓨터 Deep Blue를 만들어 세계 체스챔피언인 카스파로프와 대전을 벌이는데, 놀랍게도 1997년 경기에서 2승3무1패로 인간에게 승리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슈퍼컴퓨터는 480개의 VLSI칩으로 초당 2억 개의 위치 계산 속도로 12수 앞까지 내다보며 경기를 한 것인데 그것이 과연 인간의 본질적인 지능 형태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1999년에는 ‘카스파로프 대 세계’라는 독특한 경기가 열렸는데 카스파로프 한 사람에 대항하여 전 세계 75개국 일반인 5만 명이 참여하여 함께 의견을 나누고 투표하는 방식으로 다음 돌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결국 카스파로프가 힘들게 이기긴 했지만 그는 훗날 이 경기가 가장 힘든 경기 중의 하나였다고 실토했다. 그것은 보편화된 인터넷 인프라 때문에 가능해진 ‘집단지성’ 방식의 문 해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수많은 보통 인간들의 뇌를 잘 협업 조직화 한다면 세계적 천재의 두뇌를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2005년에 열린 프리스타일 체스 경기에서 나왔다. 이 경기는 사람이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든 어떤 조합으로라도 팀이 되어 참가하는 것이었는데, 세계 최고의 체스 프로그램 혹은 체스 대가들로 이루어진 최강의 팀들을 물리치고 최종 우승한 팀은 다음 아닌 2명의 아마추어와 3개의 값싼 체스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그들은 비록 보통 사람과 보통 프로그램이었지만 매우 효율적이었던 인간과 컴퓨터 간의 협업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바로 승리의 요인이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이제, 어느 한명의 천재 인간도, 어느 최고의 슈퍼컴퓨터와 소프트웨어도, 다수의 보통 사람들과 소프트웨어를 연결한 하나의 뇌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효율적인 협업체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인스타인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고 한다. “컴퓨터는 매우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멍청하다. 사람은 매우 느리고 부정확하다. 하지만 똑똑하다. 이 둘이 힘을 합치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그의 말이 오늘날 우리에 의해서 실현되고 있다. 인간과 컴퓨터의 협업 공존의 시대다. 더 좋은 제2의 뇌를 준비하고, 새로운 협업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김현철 정보대 교수 컴퓨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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