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휴대전화의 상태를 수시로 살펴본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느니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이 낫다’

휴대전화의 가입자 수가 3300만 명을 넘어서면서 ‘휴대전화중독증’, ‘모바일 증후군’이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학생들의 이동전화 중독증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한 박웅기(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83%가 한번이라도 휴대전화 이용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며 “적어도 60%의 대학생들이 휴대전화중독증의 가능성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의 이용자가 전 국민의 3명 중 2명 꼴로 자리잡으면서 휴대전화는 이제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3천만 명의 사용자가 하루동안 평균 3억 통의 전화를 건다고 한다. 또한 지상파 TV를 실시간으로 수신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등장했는가 하면 개인휴대단말기(PDA) 기능에서부터 캠코더와 카메라, MP3, 전자결제기능을 비롯해 모바일 뱅킹까지 휴대전화의 기능은 날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의 사용량도 크게 증가하면서 과다이용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 중에는 잠시라도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증세나 우울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 신경정신학적 측면 - 휴대전화에 집착
‘휴대전화중독증’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휴대전화와 밀접한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휴대전화에 중독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중독증상, 금단증상, 내성, 의존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중독증상은 휴대전화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증상이다. △금단증상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했을 때 초조함과 불안감을 나타냄과 동시에 두통이나 불면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군입대나 출국 등의 특수한 경우에 발견된다. △내성은 한번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최소한 두 세 통화를 해야 하는 경우로 휴대전화의 사용횟수로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존증상은 한번 전화통화를 하면 다른 일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며 다른 사람에 비해 전화를 사용하는 횟수와 시간이 길게 나타난다.

김진세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휴대전화의 중독현상은 우울증과 조울증 및 강박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 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휴대전화에 집착하며 누군가의 존재를 확인해야만 하는 강박증, 초조함으로 누군가와 이야기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불안함이나 우울증, 마음이 답답해 쉴새없이 전화를 사용해야만 하는 조증(燥症) 등의 신경정신 질환이 휴대전화중독증의 신경정신학적 요인이 되는 것이다.

# 생물학적 측면 - 전자파가 뇌 속에 침투
휴대전화중독증의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는 대뇌 쾌락시스템의 결함이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쾌락을 맛 본 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전화를 거는 행동이 계속되는 것이다. 뇌에 행동이나 물질 등을 통해 원하는 자극이 생기면 대뇌 번연계의 쾌락중추에서는 도파민, 베타엔돌핀, 엔케팔린 등의 강력한 물질이 분비돼 쾌락을 유발하게 된다. 쾌락을 느꼈던 사람은 쾌락의 정도가 떨어지면 다시 찾게 되고 쾌락중추가 취약한 사람은 쾌락을 갈망하는 정도가 강력하기 때문에 계속 같은 자극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휴대전화의 중독현상은 신체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한다. 최근 스웨덴의 리프 샐퍼드 교수는 15년 간의 연구 끝에 “전자파가 혈액뇌관문을 열고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이 뇌 속에 침투하게 만들어 뇌에 손상을 주고 이는 조기 노화를 초래한다”며 “성장기의 장시간 휴대전화 사용이 중년 이후의 알츠하이머(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현대의 젊은이들은 다양한 전자파에 뇌를 노출시키고 있어 사상 최대의 인체 생물학 실험 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 심리학적 측면 - 외로움을 달래주는 휴대전화
휴대전화의 중독증상들을 불러일으키는 심리학적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본교의 안창일(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휴대전화중독증의 가장 큰 이유로 외로움을 꼽았다. 안 교수는 “예전의 대가족제도와는 달리 현대사회에서 핵가족화가 이뤄지면서 외동딸이나 외동아들이 많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환경이 외로움을 배가시키면서 누군가에게 의존하려하고 옆에 누군가 있다는 심리적인 보상을 얻으려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대인의 고립성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김 전문의도 “현대인의 의존적인 성향을 비롯해 인간소외현상과 대인관계를 원인으로 휴대전화의 중독현상이 나타난다”며 “특히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높은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휴대전화의 중독증상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현재 치료방법은 뚜렷하지 않다.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 모든 중독의 치료 원칙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심리치료기능을 담은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휴대전화가 심리 치료에 어떠한 효과가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서나 운동 등의 다른 방법을 통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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