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버스커가 늘면서 서울시 마포구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주변 지역의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음피해와 도보의 혼잡이 민원의 주를 이룬다. ‘걷고 싶은 거리’는 보행자의 도보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로지만 지금은 공연 무대로 변해버렸다. 낭만적인 길거리 공연 뒤편엔 공연자와 지역 주변 상인들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 사진 | 차정규 기자 regular@

소음으로 전락한 멜로디
서울시 마포구는 지난해 9월부터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를 보행자 편의를 위한 보행 전용거리로 지정했다. 유동인구가 많아 혼잡한 길로 손꼽혔던 ‘걷고 싶은 거리’는 보행 전용거리로 지정된 이후 주말이면 차 없는 거리로 변했다. 하지만 자동차가 사라지자 도로를 차지하는 것은 버스커들이었다. 길 위에 공연자와 관객이 뒤엉키자 보행에 차질이 생기고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마포구청 문화관광과 윤정아 주무관은 “거리공연에 대한 불만으로 수시로 민원이 들어오며 주말 야간까지 당직실을 통해 민원이 접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은 대부분 거리 주변 상점의 주인과 직원이다. 공연으로 인한 소음피해와 늘어나는 관객으로 상점 입구가 가로막힌다는 이유에서다. 기타와 공연자의 목소리만으로 공연하던 버스킹은 앰프와 마이크를 이용해 소리가 커졌고, 공연 인원도 밴드부터 댄스팀까지 점점 더 늘어났다.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A 액세서리 전문점 직원 박주희(여•35) 씨는 “매장에서 트는 음악과 버스커들의 앰프 소리까지 겹쳐 소음이 된다”며 “버스커의 앰프 소리가 크면 이제는 우리가 매장 음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커들이 주로 사용하는 앰프 업체의 코스모스 악기사 관계자는 “100(W)와트를 기본으로 출력하는 버스킹용 앰프가 따로 있다”며 “주변에서 계속 듣는 대상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캐릭터 상점주인 장인천(남•40) 씨는 “보행자끼리도 서로 얽히는 상황에 길 위에서 공연까지 진행해 상점 입구가 꽉 막힌다”며 “그럴 때는 직접 나가서 버스커에게 통제를 부탁하지만 복잡한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심할 경우 상인과 버스커들이 서로 욕설을 오가며 갈등을 빚을 때도 있다.


법규와 관리주체 불투명해
민원을 받아 경찰이 출동해 현장에 도착해도 크게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버스킹이 공연법에 위반되지 않고, 현장 주변 소음이 심해 소음측정도 어렵기 때문이다. 마포경찰서 경무계 측 담당자는 “길거리 공연을 현장에서 처벌할 수 있는 권한 규정이 없다”며 “근본적인 갈등 해결은 구청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청도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마포구청 환경과 소음 민원 담당 장용수 주무관은 “사업장에서 확성기를 틀어 영업을 방해하거나 정해진 공간에서의 소음 규제는 가능하다”며 “하지만 길거리 공연은 야외이고 공연이 영리 목적이 아니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포구청 윤정아 주무관은 “민원이 접수돼 현장으로 나가면 이미 공연은 끝나있어 제재 방법도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홍대 앞 거리공연의 관리는 도로마다 담당 부서가 모두 다르다. 따라서 길거리 공연관리와 제재 규정이 애매하고 분산된 상태다. 마포구청 문화홍보과 윤정아 주무관은 “상상마당 주차장 앞과 홍대 놀이터 그리고 걷고 싶은 거리 모두 관리하는 부서가 다르다”며 “담당 구역이 아닌 곳을 한 부서에서 승인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수가 아닌 욕을 듣기도
겨우 찾은 공연 장소에서 욕을 듣는 버스커도 있다. 그들이 결국 공연하는 무대는 사유지 또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이다. 레빈(남•28)이란 닉네임으로 공연하는 이 씨는 “공연을 위한 무대가 아니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며 “통기타에 잔잔한 노래를 하다가도 주변 상인에게 욕설을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걷고 싶은 거리’ 주변에 버스커를 위한 소규모 야외 무대공연장이 따로 마련돼 신청자를 받아 운영하지만 수많은 버스커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버스커들은 마땅한 공연 장소를 찾는 것이 힘들다고 말한다. 부족한 장소에 버스커들 간의 자리 경쟁도 심하다. 수많은 팀이 한 번에 공연을 진행하니 곡이 겹치거나, 공간의 한계에 부딪힌다. 홍대에서 버스킹을 자주 하는 김진환(남•25) 씨는 “다양한 팀이 근처에서 함께 공연하다 보니 소리가 섞여 힘들다”며 “다른 팀과 떨어져 있고 사람이 많은 공간을 찾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대 집중현상 해결은
전문가들은 버스커들의 홍대 집중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향적인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상인과 버스커들 간의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 김봉석 문화평론가는 “예술적인 측면에서 문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얽힌 상태에서는 제도적인 규제를 통해 서로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은 ‘Covent Garden’(코벤트 가든) 제도를 통해 거리공연을 제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공연자는 엄격한 기준의 심사를 거친 뒤 공연 승인을 받아야만 거리에서 공연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어 공연자는 공연 시간 동안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공연비 일정 부분을 세금 방식으로 지급한다.
서울문화재단은 ‘거리예술 활성화 사업’을 통해 길거리공연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관리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팀 김유리 씨는 “현재 해외 버스커 사례분석과 함께 한국의 제도적 적용 방안을 함께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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