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사범대의 한 학생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가정 형편상 2학기를 제외한 6학기 모두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가 졸업하면서 갚아야 하는 학자금은 총 2500만 원이다.

학자금을 빌리는 대학생이 늘어나면서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인원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총 대출액은 2010년 3조 7000억 원에서 2014년 10조 7000억 원으로 4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1인당 대출액은 2010년 525만 원에서 2014년 704만 원으로 1.3배 증가했다. 반면, 든든학자금(취업 후 상환)을 상환하는 졸업생 비율은 연도별로 60~70%에 불과하다. 3명 중 1명은 상환을 시작도 못 하고 있다.

▲ 사진 | 차정규 기자 regular@

늘어나는 학자금 대출
정부 학자금 대출(한국장학재단)에는 2.9%의 낮은 연금리로 운영되는 ‘든든 학자금’과 ‘일반상환 학자금’이 있다. 정부 학자금 대출은 점점 늘어나 든든학자금은 2010년 8000억 원에서 2014년 5조 6000억 원으로 7배, 일반상환 학자금은 2010년 2조 9000억 원에서 2014년 5조 1000억 원으로 1.8배 증가했다. 든든학자금은 재학 중에 등록금과 생활비로 쓸 돈을 빌리고 졸업 후 소득이 생기면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제도다. 일반학자금은 대출한 다음 달부터 이자납부가 이루어지지만 원금 상환은 조건별 최대 10년의 거치기간을 둔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본교의 경우 2014년도 1학기에 등록한 학생 중 학자금대출을 이용한 학생의 비율이 11.7%,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 총액에서 학자금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9.3%였다. 본교 학자금 대출 중에서도 일반상환 학자금의 경우 약 58억 원, 든든학자금의 경우 약 145억 원이다. 졸업유예 상태인 이재모(경상대 경제08) 씨는 “부모에게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기 힘든 학생이 아르바이트로만 학비를 충당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마지막 학기까지 받은 학자금은 2400만 원이다. 그는 “그나마 1학기 교우회 전액 장학금과 5번의 성적장학금 C유형(등록금의 30% 지원)을 받아 나았다”고 말했다.

부담되는 학자금 상환 과정
이미 재학 중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취업 후 월급을 받는다 해도 학자금 상환은 감당하기가 힘들다. 경기권에 있는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A(여‧29) 씨는 총 3300만 원의 학자금 빚을 지고 졸업했다. 그는 대학원 진학 당시 대학교 때 받은 학자금 대출도 상환해야 해 용돈에서 먼저 학자금을 내고 나머지 금액으로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A 씨가 더욱 힘들어진 것은 대학원 졸업 후였다. 작은 디자인회사에 입사한 그는 첫 월급으로 80만 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200만 원 남짓의 월급을 받고 있다. 그는 그 중 70만 원을 학자금 갚는 데 사용한다. 월세, 보험금, 공과금과 집안 형편상 가계보탬 등 고정 비용이 나가면 생활비 40만 원이 남는다. 그는 “취업 하더라도 학자금을 갚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니 남은 돈으로는 생활하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이 없는 친구들이 가장 부럽다는 그는 “4년째 학자금을 갚고 있지만, 아직도 마이너스”라며 “모아놓은 돈도 없어 연애도 결혼도 거의 반 포기 상태다”라고 말했다.
4000만 원의 학자금을 갚았다는 최광호(남‧34) 씨는 큰 소득을 벌지 못할 당시에는 학자금을 갚느라 ‘마이너스 생활’을 했다. 그는 “학자금을 갚고 나면 당장 생활비가 없어 카드를 사용하고, 다음 달에 들어온 소득으로 학자금과 전 달 카드 사용액을 갚으면 생활비가 하나도 없어 또 다시 카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졸업 후 3명 중 1명은 상환 시작 못해그나마 학자금 대출을 상환한다면 다행이다. 2010년 졸업자 기준 든든학자금 대출자는 2만 7717명이다. 2014년 말을 기준으로 이중에 상환을 시작한 사람은 1만 2791명으로 60.4%에 불과했다. 04학번으로 본교 경상대에 입학했던 B(남‧33) 씨는 2011년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다. 하지만 그는 취업후 상환을 시작하지 못했다. 그는 가계형편상 취업 후 4년 뒤인 올해 처음으로 원금의 3분의 1을 상환했다.
장기 미상환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든든학자금을 통해 대출한 학생이어도 졸업 3년 이후부터는 취업에 상관없이 납부를 시작해야 한다.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대출금을 한 번도 갚지 못했거나 갚은 돈이 원금과 이자의 5%가 안되면 장기 미상환자로 분류된다. 2014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든든학자금 장기 미상환자는 2013년 1000명에서 2014년 1만 3000명으로 폭증했다. 오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취업도 힘들지만 취업을 하더라도 소득이 낮아 상환이 힘든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반영해 일정소득 미만이면 대출상환유예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문제로 이어지기도
학자금 대출 연체자도 많다.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2014년 11월 말 기준 학자금 연체자는 4만 4620명이며 이 중 4366명(9.8%)은 연체금액이 100만 원 이상이다. 연체 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로 분류되는데 2013년에 신용유의자가 4만 1691명까지 늘었다가 작년에 2만 231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 신용유의자의 17.6%(3548명)는 빚이 1000만 원 이상이고 이들 가운데 빚이 4000만 원이 넘는 사람도 55명이나 됐다. 김진회 청년연대은행 사무국장은 “높은 신용유의자 수치로 보아 개인의 탓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장기연체자가 증가하면서 가압류, 소송, 강제집행의 법적 조치 또한 늘어나고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학자금 대출을 받은 8523명이 555억 원을 갚지 못해 가압류 소송과 강제집행의 법적 조치를 당했다. (표-s3) 강홍구 청년연대 사무국장은 “대학생이 사회로 나가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것은 앞으로의 기회와 꿈을 펼칠 기회가 박탈된다”며 “또한 신용을 회복할 길인 취직에도 문제가 돼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취업난의 문턱에서 이중고 겪어
장기 미상환자와 장기연체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4년 청년(15~29세) 실업률은 9.0%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학자금을 갚아야 할 나이인 25~29세 대졸자의 실업률은 지난해 7.7%(실업자 수 13만 6000명)였다. 전체 청년 실업자는 작년 5만4000명이 늘어난 38만 5000명이다. 오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사무처장은 “학자금 빚이 있는 대학생의 경우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학생과 달리 영어학원, 어학연수 등 스펙 쌓기에 충실할 수 없어 취업난이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해도 불안정한 고용환경으로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고 처음 얻은 일자리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던 15~29세 청년은 76만 1000명으로 전체 청년 취업자의 19.5%였다. 서울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C(남‧27) 씨는 학자금 대출 때문에 졸업유예를 결정했다. 그는 “졸업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취업유무와 상관없이 학자금 상환을 해야해 부담된다”며 “요즘 취업도 어려운 분위기라 졸업유예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을 한 많은 대학생이 취업난과 열악한 임금조건으로 사회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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