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중 중앙광장 내 새로 입점한 화장품 가게 앞, 한 기자가 지나가는 학생을 붙잡고 질문을 던진다. “교내에 면세가 되는 화장품 가게가 들어와서 중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공부하는 데 불편하시죠?”. “어떤 점이 불편하실까요?”. 학생의 의견을 물어보는 건지 본인의 말에 동의해 달라는 건지 구분되지 않는다. 그날 JTBC는 ‘고대에 난데없이 들어선 면세 화장품점...학생 반발’이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고파스에 이 뉴스가 담긴 게시글이 올라오고 학생들은 기자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기자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화장품 가게 입점의 문제는 면세나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아니다. 중앙광장이 학내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 쓰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기자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해 주려는 척 했으나 실제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화를 이끌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기자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26일, 중앙대는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은 단과대 규모로 입학하고 2학년 2학기부터 전공에 진입한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학과제 폐지 이유로 ‘학문적 다양성 강화’를 위한 교육시스템 구성을 들었다. 1학년 때부터 하나의 학과 수업만을 들으면 그 분야에 치우쳐서 융합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학문적 다양성이라는 말은 정말 바람직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발표된 바에 의하면 입학정원은 계열별로 학교 측이 임의 조정하되 전공의 경우 최근 3년간 그 전공을 선택한 학생 수의 120%를 정원으로 배정한다. 희망 인원이 배정 정원을 넘긴다면 앞으로 그 전공의 정원수는 늘어나겠지만 선택이 적은 학과는 정원이 줄어든다. 결국 학생들에게 인기가 낮은 학과가 자연스럽게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걱정한 탓일까. 중앙대 학사개편에 반대하는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도 인문계열의 교수다. 기초학문 학과 교수들이 세일즈맨처럼 학생들에게 학과를 팔러 다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학생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전공의 다양성을 지켜야 하니까 너는 기초학과로 가”라고 했을 때 쉽게 고개를 끄덕일 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모든 것을 학생 선호도에 맡겨 ‘학문적 다양화’를 이뤄내겠다는 학교. 하지만 그 속을 보면 결국 취업이 잘 되는 학과 인원 증가, 비인기 학과 인원 감소라는 구조조정을 얘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너는 대답만 해’라는 상황을 지칭한다. 지금, 우리는 또 어떤 ‘답정너’에 끌려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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