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9 20:55 (수)
틀 없는 노점정책 ... 사회적 합의가 먼저
틀 없는 노점정책 ... 사회적 합의가 먼저
  • 김민지 기자
  • 승인 2015.03.08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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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문제는 우리나라 도시의 역사와 그 맥락을 함께 하며 도시빈민의 중요 생계 수단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동시에 노점상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시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노점상은 생계형 자영업이자 취약한 비공식부문”이라며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빈곤층 문제가 사회적으로 늘어나면서 한때 감소했던 노점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래된 사회문제임에도 노점 관련 정책은 아직도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 
시 차원의 조례도 없어
현재 서울시 차원의 노점‧거리가게 조례는 없다. 노점 관련 사업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지만 그것들을 일관되게 담아줄 큰 틀이 없는 것이다. 홍인옥 도시사회연구소 소장은 “노점에 대한 하나의 방향에 합의가 되고 지자체가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국노점상연합회(의장=조덕휘, 전노련) 유의선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정부가 노점을 일괄적으로 관리했지만 지자체가 담당하게 되면서 지자체마다 노점 정책이 다르다”며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노점 정책이 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점 정책은 2007년을 기준으로 급변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노점을 디자인화, 규격화하고 시간제를 시행했다. 이전까지 단속에 초점을 맞췄던 노점을 관리와 통제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책의 시행으로 종로에 있던 1000여 개의 노점이 정리됐지만 많은 노점이 사람들의 통행이 적은 이면도로로 들어가게 됐다. 또한 2007년을 기준으로 노점상들을 기존과 신규로 구분해 관리했다. 규격화에 동의한 기존의 노점을 ‘거리가게’라고 명칭해 가게 박스를 지급했다. 유의선 사무국장은 “2007년 이전에 노점을 하던 사람들은 장소를 이전하거나 규격화를 유도해 계속 생계를 유지하도록 해줬지만 신규는 절대 불허했다”며 “하지만 제도적인 합법화나 법제화는 아니고 ‘임의적 허용’ 혹은 ‘암묵적 인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 목표는 노점의 소멸
현재 모든 지자체의 기본적인 노점 정책 기조는 ‘노점수의 점진적 감소 및 소멸’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거리나 노점상 특화 거리를 운영하며 노점을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노점수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허가하고 있는 거리가게도 현 주인이 장사를 그만두거나 사망하면 그 가게는 사라지고 만다. 배우자를 제외한 사람에게 매매, 상속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이다. 김준희 전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소위 합법화된 노점 특화거리의 노점은 점용허가를 받지만 그 규칙을 어길 경우에는 제재조치가 취해진다”며 “이 과정에서 승계 불인정, 영업 준수사항 위반 시 허가취소 등으로 노점의 자연스러운 소멸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성북구도 예외는 아니다. 성북구청 도시디자인과 김은석 주무관은 “2007년에 디자인노점(거리가게)로 허가해준 노점 외에 신규는 모두 단속대상”이라며 “성북구의 경우는 이미 특화 거리 사업으로 무질서했던 노점을 다 정리한 상태라 더 이상의 특화 거리는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임시 허가 상태의 노점을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노점문제는 매우 복잡하고도 오래된 문제인 만큼 노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인옥 소장은 “법적으로 합의하기에는 자영업자의 영업권이나 보행권 등 얽혀있는 권리관계가 너무 많다”며 “도시빈민이라는 인식과 불법이라는 인식 사이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문제의 하나로서 노점상도 하나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석(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다양한 사람이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에 모두가 동의한다면 노점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교수는 노점의 양성화와 공식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안했다. 이 교수는 “노점은 빈곤층의 생계 해결 수단이라는 역할과 여러 사회적 안전망 밖에 있는 사람들의 산업 분야”라며 “공식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유의선 사무국장은 저학력, 저소득, 고령화 된 생계형 노점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무국장은 “노점이 양산되는 구조를 인정하고 생계형 노점상에 대해 일부 기준선이 필요하다”며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떳떳하게 일하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노점에 대한 새로운 시도
2014년부터 서울시는 ‘서울시 거리가게 상생정책 자문단(위원장=정석, 상생정책 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상생정책 자문단은 이전의 합의 기구와 달리 노점 당사자들과 행정 공무원이 함께 만나서 노점문제를 의논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석 교수는 “노점을 정비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리가게의 긍정적인 면들을 유지하고 부정적인 면을 줄이면서 상생의 의미를 찾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노점 측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유의선 사무국장은 “상생정책 자문단은 궁극적으로 감소를 목표로 하고 이면도로로 밀어내는 기존의 허가제와는 달리 현재 노점 자리를 보장해준다”고 말했다.
또한 상생정책 자문단은 △거리가게 관련 조례 제정 △거리가게 자율관리 정책 도입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노점 관련 사항이 조례로 만들어지면 지자체에서는 기본적인 조례를 따라야 한다. 서울시 차원에서 지침 정도로만 노점 정책이 공지되고 있어 지자체에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정석 교수는 “조례가 만들어지면 시범거리 안 노점을 대상으로 등록제를 실시해 노점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상생정책 자문단에선 의견 차이가 큰 두 주체가 함께 논의하고 있어 합의 속도가 더디다. 하지만 노점상을 당사자로서 논의의 장에 끌어들인 점은 지체 중이던 노점 문제에 새로운 시도다. 홍인옥 소장은 “노점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바탕이 돼야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최소한의 원칙을 만든다면 노점문제도 답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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