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KU-KIEP-SBS EU센터(소장=박성훈 교수)는 1월 30일 국제관 324호에서 ‘프랑스 내의 무슬림 문제’를 주제로 융합연구회를 열었다. 발표는 박선희(서울대 EU연구센터) 연구원이 발표를 맡았으며, 오창룡(본교 세계지역연구소) 연구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박선희 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 내 무슬림 수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서 무슬림 인구가 2030년도엔 전체 프랑스 인구의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프랑스 통합고등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무슬림에 대한 선입견도 독일, 영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크지 않다. 프랑스는 본래 자국민의 종교 및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며, 톨레랑스(tolérance), 즉 관용이라는 국민 정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선 프랑스인들은 무슬림을 같은 ‘시민’이자 내부자로 받아들이는 데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박 연구원은 “프랑스 마누엘 바이스 총리는 ‘프랑스의 이민통합정책은 실패했고, 이는 인종적인 부분을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민주주의의 기반에는 평등성과 공화주의 정신이 있다. 그중 공화주의 원칙의 대표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인 라이시테(laïcité), 즉 비종교성은 프랑스인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개념이다. 라이시테 원칙은 보수 가톨릭에 대항해 1905년에 제정된 정교분리법에 따른 공화주의 정신이다. 2004년 라이시테 보충법으로 개정됐다. 이는 공교육 기관에서 학생이나 교사가 의복 등 자신의 종교적 외양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2011년엔 이슬람 여인들의 부르카 금지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에 박선희 연구원은 “라이시테 원칙은 가톨릭과 국가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 속에서 생긴 공화주의 원칙으로 무슬림과는 관계가 없다”며 “무슬림이 겪지 않은 역사적 과정에서 구축된 프랑스적 가치를 보편적 가치로 강요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선희 연구원은 다인종·다문화사회에서 시민권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라고 봤다. 이는 ‘프랑스 무슬림에게는 주류 프랑스인과 동일한 시민권이 주어졌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다인종, 다문화사회에서 시민권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되고 있다는 의미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시민권의 개념이 진화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문화권’의 보장이 특히 중요해진다. 문화권이란 보편성이 아닌 특수성과 다양성에 주목해 문화 집단 내의 특수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현대 정치사상가인 윌 킴리카(Will Kymlicka)는 시민권과 문화권이 동시에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 중 하나다. 킴리카는 인권이 본질에서 개인적이지 않으며, 종교의 자유 등은 집단 형성 및 지속을 담보하는 권리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한편으로 문화권이 시민권과 모순되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보편적 권리는 개인이 소속된 문화와 무관한 개인의 자유를 상정하고 있지만 문화권은 문화환경에 깊이 연루된 개인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이에 박선희 연구원은 사회 내 소수 집단이 갖고 있는 특수성과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주류 문화와 다른 다문화적 정체성을 수립하고 통합할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세션에서 오창룡 교수는 “이슬람 문화를 포용하는 다문화주의가 프랑스에서 어떤 특수성을 가졌기에 종교·문화간 갈등이 초래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박 연구원은 “프랑스가 이슬람교 자체에 대한 개방성은 높지만 무슬림을 프랑스 사회의 내집단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위협으로 느낀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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