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샤를리 에브도 사태, 코펜하겐 총격 사건 등 이슬람이 국제적 이슈의 중핵이 되고 있다. 지난 1월엔 한국인 고등학생이 국제적 테러 단체인 IS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했다. 국내의 많은 무슬림들은 이슬람 테러 집단이 이슬람 교리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본다. 극단적인 테러 행위와 이슬람교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슬람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을 우려하기까지 한다. 이슬람교에 대한 섣부른 오해와 그 진실을 알아봤다.
“테러 때문에 일반 무슬림이 피해봐”
쿠란에는 ‘사람 한 명을 죽이는 것은 온 인류를 죽이는 것과 같다’는 구절이 있다. 쿠란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알라의 말씀을 담은 이슬람교 경전으로, 이를 어기면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긴다. 이슬람 전문 서적을 출판하는 젠나무민북스 장후세인 대표는 IS가 쿠란을 따르지 않고 이슬람 교리를 왜곡해 행하는 집단이라고 말한다. 장후세인 씨는 “종교의 이름으로 테러에 의존하는 대부분은 이교도이거나 광적인 집단으로, 원래의 교리를 왜곡하고 부정확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시로 미국 KKK(Ku Klux Klan)단을 들었다. 백인 우월주의 집단인 KKK단은 반가톨릭주의와 인종차별 등을 내세우며 테러와 폭력을 행해왔다. KKK단은 자체적인 교회를 세우며 인종 차별을 일삼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미국인 테러리스트’, ‘기독교 테러리스트’라 부르진 않는다. 이슬람에 대해서만 유독 ‘이슬람 테러리스트’라는 명칭이 붙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서방 언론이 이슬람교에 대한 편파적 보도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워싱턴포스트 등 메이저 서구 언론이 유대인 중심의 언론으로, 이슬람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서구 언론에서는 자극적인 테러와 사건 사고만을 중심으로 이슬람 세계를 보지, 이슬람 사회 주류의 생각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있었던 프랑스도 이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무슬림 파티하(Fatiha, 여·20) 씨는 이메일 취재를 통해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프랑스 내 반이슬람 정서는 여태까지 중 가장 심해졌고, 언론에서 폭력과 테러를 이슬람교와 연관시키는 데에 혈안이 돼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교로 개종한 이경엽(핫산) 씨는 “테러 때문에 오히려 쿠란을 믿고 따르는 일반 무슬림들이 피해를 본다”며 “폭력으로 인간을 살생하는 테러에 관한 뉴스가 계속돼 이슬람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여성 억압하는 종교 아니야
이슬람교는 일부다처제를 인정한다. 이로 인해 ‘이슬람교는 여성을 억압하는 것 아니냐’는 등 편향된 시각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무슬림들은 이슬람 사회에서도 일부다처제는 줄고 있는 추세이고, 그 종교적·역사적 연원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때 국내 인터넷에선 이슬람교도의 두 번째 아내가 된 한국인 여자의 삶을 비참하게 그려 이슬람교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쿠란에는 일부다처제에 대해 남성 한 명이 최대 4명의 여성과 결혼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명시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이슬람교의 출범 당시 전쟁으로 인해 과부가 많아지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쿠란에 따르면 두 번째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전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모든 아내를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슬람교에선 여성을 성적 쾌락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특히 성매매나 간통이 철저히 금기시된다. 이슬람공부방 KUM의 맹우승(아무르) 사무국장은 “무슬림 남성에게 ‘여자를 몇 명 만나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슬람교의 일부다처제는 성적 쾌락을 취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슬람교가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슬람교는 알라 아래 남녀를 평등하게 본다. 이슬람에서 여성들은 재산권과 상속권, 교육권을 갖는다. 또한 비무슬림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여성들은 청혼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권리가 있으며 필요하다면 이혼할 수 있다. 장후세인 씨는 “이슬람은 모두가 평등하며 그 누구도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며 “이슬람이 여성을 존중하지 않고 억압하는 종교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타종교 이해하고 수용해야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은 대개 왜곡된 정보에 의한 경우가 많다. 이슬람 지역을 여행하거나 유학 온 이슬람 학생을 친구로 둔 사람들은 직접 종교의 모습을 접한 후 그 편견을 버리게 된다. 본교 정규외국인학생도우미인 KUISA의 이송현(정경대 정외13) 씨는 “실제로 만난 이슬람교도 학생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뉴스에 나오는 폭력적인 이슬람주의는 일부의 모습이고, 편파적이고 치우친 보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이슬람교를 비롯해 한국 사회에서 다른 소수 종교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이를 위해선 신자들이 종교를 믿는데 필요한 것이 갖춰져야 하지만 국내 현실에선 아직까진 먼 이야기다. 본교 주변만 해도 이슬람교도에게 필요한 할랄 음식이 드물고 이슬람교도를 위한 기도실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전은희(본교·사회통합교육연구소) 교수는 “그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하지 않고 ‘관용’을 베풀고 이해하는 방안만 논의한다는 것은 기득권의 위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2011년 국내 대학 최초로 기숙사에 이슬람 기도실을 마련했다. 서울대는 2010년부터 종교와 사상, 취향 등의 다양성을 존중해 학생 식당에서 채식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는 이번 달부터 학식 메뉴로 할랄 음식을 신설했다.
이슬람은 전 세계 종교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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