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이미 된 국밥에 새우젓을 넣는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고 만족스럽지 않은지 새우젓을 또 한 숟갈 뜬다. 새우젓을 뜬 수저를 국물에 올리고 잠시 고민하다 국물에 수저를 담가 젓는다. 그리고 떠먹은 국물 한 수저에 만족한다. 평소 자극적인 음식을 주로 먹어 싱거운 음식을 내놓는 식당에 가게 되면 으레 양념을 찾는다. 평소 느끼는 자극보다 강한 자극을 받아야 사람들이 반응한다는 것이 베버의 법칙이 내놓는 설명이다. 베버의 법칙의 베버상수 K는 감각기마다 고유의 크기가 있고, K가 작으면 예민한 감각으로 취급된다.
팝콘 브레인은 베버의 법칙을 잘 설명해주는 사회적 현상이다. 팝콘 브레인은 디지털기기에 익숙해진 뇌가 현실에는 무감각해진다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의 뇌가 마치 팝콘처럼 튀겨져 부풀어서,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것에 반응할 뿐 무던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중 몇 위일 것 같아?” 수업 시간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은 웃으며 대답한다. “1위요” 학생들의 웃음엔 씁쓸함이 담겨있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 최소의 출산율, 최고의 고령화속도는 이미 상식이 됐다. 이런 상식이 ‘상식’이 된 것은 수년 전부터 나오고 얘기됐기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살률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1위에서 머문 것이 11년째다. 심지어 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은 감소하고, 2위 국가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되려 증가 추세다.
오랜 기간 들어온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이미 기저에 깔린 ‘문제’로 보는 것이다. 새로운 문제가 아니거나 자극적인 문제가 아니면 사람들은 이를 지나쳐 범사회적인 해결과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베버상수 K가 커진 것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잊어버리고 산다. 지난 한 해에만 자살사건으로 서울시내에서 119구조대가 출동한 건수가 월평균 411건이라 한다. 오늘 하루도 평균 13명이 넘는 사람이 스스로의 생명을 버리려 한다. 하지만 상식이 된 ‘OECD 자살률 1위’는 수업시간의 씁쓸한 웃음 뒤로 사라져가고 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