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기술 발달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IT를 바탕으로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이 서로 연결돼 지능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초연결사회’라는 용어까지 등장시켰다. IT업계의 변화를 사회학적 관점으로 분석해온 김문조(문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에게 사물인터넷 발전이 바꿀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수는 “이전엔 사물이 사람 간의 소통에서 교량 역할을 수행했다면 사물인터넷 기술 발전 이후 사물이 사람 혹은 다른 사물과 직접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게 됐다”며 “여러 기계적 장치만 보장된다면 사물도 사람과 대등한 사회적 연결망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행위자 연결망 이론(ANT: Actor Network Theory)에 근거한 것이다. 이 이론은 과학과 기술을 보다 크고 강한 연결망 구축의 산물로 본다. 사람과 생명체, 사물이 자유로이 만나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한다는 의미에서다. ANT에서 주체는 단지 인간들만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포함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성 사이에 근본적 구분은 없다고 본다. 김 교수는 “새로운 연결 주체가 확산되고 연결 방식도 물리적 접촉을 넘어서 접속의 형태로 확장되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사회체계는 점차 ‘연결중심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결중심 사회서 ‘소통’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기술의 발달로 종전의 상호작용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새로운 소통 양식이 만들어지면 관련된 문제점들도 함께 생겨난다. SNS가 대표적 예다. 접속의 밀도가 날로 배가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정보량에 직면하는 SNS 사용자들은 자신의 주관적 감흥을 즉각적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간명한 문체로 타자와 소통하기를 원한다. 게시판이나 블로그 같은 것에 의존한 이전의 대화 방식이 문장의 전후 맥락이나 논리성을 고려한 담론 형태였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주고받는 문자는 이성보다 감성, 객관보다 주관, 사실보다 느낌, 진실보다 기분을 앞세운 말이 많다. 김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나 천안함 피폭 공방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전문가들의 견해나 정부 기관의 공식 발표가 네티즌들의 집단적 반발에 의해 매도된 상황들은 ‘아니면 말고’ 식의 치고 빠지는 객담이 횡횡하는 스마트 시대의 소통 모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 영화 에서 남자주인공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다. 사진출처| 공식 사이트
김 교수는 사람들은 점점 순간적으로 붙었다 떨어지는 경박단소(輕薄短小)형의 관계를 지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영화 <HER>을 예로 들었다. 영화서 남자주인공은 사람들과의 소통 부재 속에서 살아가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며 성장하는 운영체제와 사랑을 나눈다. 김 교수는 “사물은 사람과 같은 감정과 지능을 가지는 것을 뛰어넘어 사람보다 더 뛰어난 존재가 될 것”이라며 “사람은 더 이상 그들 삶의 반려자로 사람을 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의 발달은 개인의 내면적 의식세계도 변화시킬 수 있다. 권력, 학식, 부, 명예와 같은 삶의 목표가 성공가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성취 사회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열정이 개인의 내면세계를 구성하고 심적 동기를 좌우하던 삶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점차 경량화되고 사회구조가 이완된다면 우리가 추구해왔던 삶의 목표가 내면화된다. 김 교수는 “앞으로 사람들은 ‘나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자동화 시킬 것이다. 사람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약간의 움직임만으로 사물을 조작할 수 있다. 기억력도 크게 필요치 않다. 모든 기억은 사물에 저장되고 사람이 필요로 할 때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사람은 점차 수동적으로 변하고 사고작용도 줄어들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필연적 변화”라며 “앞으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사고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사물인터넷을 만든 것도 사람이기에 기술의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며 기계파괴운동을 예로 들었다. 그는 “기계가 처음 나왔을 땐 사람이 하는 일을 모두 대체할 것이라며 일부 반발세력들이 기계파괴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지만 결국 사회 전체가 기계화되진 않았다”며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하기 보단 사회변화를 수용하되 기술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래는 결국 초연결사회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사물인터넷 제품이 점차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그는 “편리해서, 재밌으니까 등 사물인터넷을 사용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사회에 대한 파급력도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빈부격차로 가난한 사람은 구매력이 없어 상용화가 실패할 것이라는데 PC가 처음 나왔을 때 비쌌던 것 같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앞으로 사람들은 총명하고 민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IT사회에서도 기존 사회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지만 명민한 사람들에 의해 극복되어 살아가고 있다”며 “불확정성이 가중되는 혼돈의 시대, 혁신이 강조되는 변혁의 시대에 우리는 새롭게 생겨날 문제들을 요령껏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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