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이 집 순대만은 예외다. 비결은 바로 잡내가 느껴지지 않는 그윽한 풍미 덕이다. 잡내 잡는 법을 묻자 오소리순대의 박연홍(여·66) 사장은 “위생을 제일 우선으로 한다”며 “소금과 밀가루로 창자를 수차례 씻어내야 잡내가 없고 기름기 적다”고 말했다.

▲ 사진| 유민지 기자 you@kunews.ac.kr

메뉴는 간단하다. 모듬 순대, 순댓국, 수육이 전부다. 모듬 순대는 기본 순대와 흰 순대, 그리고 머리고기 약간으로 이루어진다. 윤기 있는 순대를 하나 집어 문다. 첫 식감은 쫄깃하나 이내 찰지기보단 부드러운 순대 속의 감촉이 혀를 자극한다. 순대 색은 속에 선지가 포함되는지에 따라 갈린다. 당일 아침에 산 적갈색 선지가 들어간 순대는 신선함을 뽐낸다. 선지는 푸르스름한 색을 띠지 않고 붉은 색을 띠는 것이 신선하다고 했다. 흰 순대엔 선지가 들어가지 않는 대신 양배추와 당근 등이 들어간다. 이외에도 ‘며느리만 안다는’ 비법의 국산 재료 10여 가지가 들어간 속은 두부를 많이 넣어 잘 익힌 만두 속처럼 사르르 녹는다. 불투명한 창자는 두툼한 식감이 좋다. 그러면서도 질기지 않아 몇 번 씹지 않아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순댓국엔 순대와 머리고기, 당면이 들어간다. 김이 폴폴 나는 순댓국엔 초록빛 부추가 올라가 색감을 더한다. 국물은 탁하기보단 맑다. 사골을 끓여내 평소 센 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맛이지만 다진 고추와 양념, 들깨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즐길 수도 있다. 양념을 풀어 넣은 순댓국에 아산 갯벌쌀로 지은 밥 한 그릇을 만다. 한 숟갈 가득 떠서 넣는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온기가 든든하다. 양은 푸짐한 편이지만 학생들은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순대와 고기를 조금 더 얹어준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매콤하고 달콤한 상추 겉절이와 새콤하고 아삭한 무김치는 식감을 더한다. 상추 겉절이는 미리 무쳐놓지 않아 상추 본연의 식감을 유지한다. 무김치는 박연홍 사장의 자랑이다. 세 단계의 숙성을 걸쳐 은근히 익힌다. 겨울엔 무를 열흘 정도 숙성시킨다. 여름엔 온도가 높아 저온에서 2~3일간 숙성 과정을 거친다. 무를 한 입 베어 물면 아스락 씹히는 투박한 식감이 혀를 톡 쏜다. 시원하게 묵은 무김치 국물은 묵직한 순댓국을 거든다.
오소리순대는 40년째 그 자리를 한결같이 지키고 있다. 박연홍 사장은 남들이 다하는 40년 전통집이니 순댓국 맛집이니 하는 홍보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겉치레가 아닌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철학이다.
박연홍 사장은 40년 동안 위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다. 식재료는 여러 번 깨끗이 씻는다. 주방은 항상 청결하게 유지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오랫동안 실행해왔기에 그 의미가 깊다. 잠시 주방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개방형으로 밝은 조명 아래여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조리사들은 모두 머릿수건을 착용하고 있었다.
야외형 탁자 4개로 시작했던 40년 전과 달리 규모가 꽤 커졌지만 오소리순대는 여전히 사장이 직접 관리하는 체제다. 박연홍 사장이 요리부터 손님 관리까지 모두 참여한다. 박 사장은 “수십 년 전부터 찾아온 손님들이 있기에 그 맛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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