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을 소재로 한 주말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사진제공|KBS 홈페이지
가족을 스토리로 한 국내 ‘드라마’가 인기다. 유제현(과기대 응용통계11) 씨는 일주일에 4번씩 꼭 드라마를 시청한다. 그에게 드라마 시청은 삶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주말연속극과 일일연속극은 시청률 30%대를 웃돌며 시청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한준서 KBS 드라마 PD는 “학업과 취업, 그리고 결혼의 문제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이 드라마에 나타난다”며 “이것이 가족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관심을 끄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드라마의 이면엔 제작자의 어려움과 제도적 현실에 부딪혀 갈등을 빚고 있다.
시정자에게 익숙한 소재
가족을 주제로 한 국내드라마는 대개 양호한 시청률을 기록한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40%라는 시청률을 보이기도 했다. 극 중 신세대 배우 서강준과 중견 배우들의 조화로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 3사의 연속극을 살펴보면 대부분 가족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한준서 PD는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혹은 더 나쁜 상황을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과 가족들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며 “감정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시청자들이 타인에게 깊게 이입하는 일종의 거울 효과인 셈”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가족 스토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의 정서가 가족에 초점이 맞춰있어 시청자들도 가족이라는 소재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김지훈(단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옛부터 한국은 가족중심사회였다”며 “실제로 성공하는 드라마 스토리는 새로운 것에서가 아니라 서로에게 밀접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비용과 기간의 제약
많은 드라마 제작사가 가족스토리를 선택하는 이유가 드라마 제작비 부족 문제와 관련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족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전개는 세트장이 비교적 고정적이어서 제작비도 절감과 동시에 시청률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세탁 서울대 융합기술연구소 특임연구원은 “현재 한국 드라마시장은 제작비 부족과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문제도 있다”며 “적은 제작비를 가족스토리로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KBS 홈페이지

제작기간이 짧은 이유도 문제로 들었다. 한 편의 드라마 촬영 제작기간이 짧다 보니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드라마의 방향이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제작은 한 편당 평균 3일에서 4일의 기간이 소모된다. 이헌율(미디어학부) 교수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드라마 제작에 수정을 가한다”며 “작가의 숫자가 많지 않아 드라마 스토리의 힘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명배우보단 스토리가 중요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내기 위해선 유명한 배우보다는 탄탄한 스토리가 중요하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에서 연구한 <스타의 역량이 방송프로그램 성공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스타의 캐스팅보다 스토리의 우수성에 따라서 시청률이 증가했다. 스타배우가 출연해도 스토리가 약한 경우엔 후반 시청률이 초반보다 최대 50% 이상 하락했지만, 좋은 스토리가 결합한 경우 시청률이 2배 이상 상승했다.
그렇다면 좋은 스토리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좋은 스토리를 사회적 현상과 함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한준서 PD는 “재미와 함께 사회적 현상을 잘 반영해야 한다”며 “논쟁이 될 만한 사안을 스토리에 녹여낸다면 좀 더 광범위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웅재(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불륜 또는 막장드라마 스토리보다 가족이야기와 사회적 현상을 결합한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며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콘텐츠와 스토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외주제작의 열악한 환경
국내 대부분 드라마는 외주제작사의 제작을 통해 만들어진다. 방송통신위원회 ‘외주 제작시장 현황 분석’에 따르면 외주제작사의 △시사 △예능 △교양 제작 콘텐츠 중에서도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1400여억 원으로 가장 높다. 하지만 외주 제작사의 사정도 좋지만은 않다. 방송사로부터 제작비의 80%를 지원받아 드라마를 제작하지만, 유명 스타의 높은 출연를 감당하려면 재정적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성준기(동아방송대 영상제작과) 교수는 “작가와 주연급 연기자에게 과도하게 예산이 배정된다”며 “전체 예산이 적절한 균형을 가지고 배분되었을 때 드라마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제작한 제작사의 콘텐츠 방영권이 온전히 방송사의 소유가 되는 것도 문제다. 현재 976개의 드라마 콘텐츠 중 국내 방영권을 드라마제작사가 소유한 비율은 0%다. 방송사가 국내 방영권을 독점했다는 의미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는 철저히 갑과 을의 관계에 있다”며 “영국과 일본의 사례처럼 제작사들이 저작권을 가져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준기 교수는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작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며 “저작권 해외 판권 등을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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