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서(정경대 정외12) 씨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는다. 부모의 만류에도 그는 2014년엔 혼자 한 달간 인도 여행을 떠났고, 올해 1월엔 네팔에 다녀왔다. 여성학, 인권법에 관심이 많은 민서 씨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거나, 그런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다. “현실이 무섭지 않느냐”는 주변사람의 걱정에도 민서 씨의 꿈은 확고하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게 제 다짐이에요.”
# 김지호(정경대 행정14) 씨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예측되는 상황을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주변에선 지호 씨에게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조언한다. 그래도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모든 상황에 대처를 하려면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 좇는 ‘돈키호테형 인간’
이민서 씨는 스스로를 ‘돈키호테형 인간’이라고 칭했다. 이 개념이 처음 언급된 것은 1860년 러시아 소설가 이반 뚜르게네프(Ivan Sergeyevich Turgenev)의 논문 ‘햄릿과 돈키호테’에서다. 뚜르게네프는 이 논문에서 인간을 돈키호테형과 햄릿형 두 유형으로 나눴다. 돈키호테형 인간은 이상을 좇으며 이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는 유형이다. ‘뚜르게네프의 〈햄릿과 돈키호테〉에 나타난 인간관’에 대해 연구한 최동규(부산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돈키호테형 인간은 이상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고, 이상을 이룩하기 위한 희생과 헌신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돈키호테형 인간과 대비되는 ‘햄릿형 인간’은 자신의 사고로 이상을 분석한다. 생각이 깊고 행동이 신중해 한 박자씩 늦는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최동규 교수는 “햄릿형 인간은 이상을 분석하며, 자기 성찰을 하면서도 자기 자신조차 의심한다”고 말했다.

끝없는 도전에 대한 향수
일각에선 돈키호테형 인간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남들과 다른 방향을 추구해나가는 사람이 줄고 있는 추세이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선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이상과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돈키호테형 인간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해설했던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기적이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선 돈키호테형 인간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돈키호테가 이룰 수 없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작년에 <돈키호테>를 읽었다는 이정철(문과대 서문10) 씨는 “현실의 한계로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에 광적으로 미칠 수 있는 돈키호테형 인간은 늘 동경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조직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전문가들은 ‘돈키호테형’들의 미래가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 조직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엔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이창길(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튀는 성격의 돈키호테형 인간은 벤처기업이나 광고회사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조직에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의 채용 동향을 보면 남들과 다른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창의력과 개성으로 무장한 경우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인성과 창의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장기채용 프로그램 ‘The H’를 시행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상품, 마케팅, 해외영업, 국내영업 부문에선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중요하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실제로 조직 내에선 돈키호테형 인간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다. 조직에선 아직도 상명하복 체계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소위 ‘튀는’ 사람은 배척당하거나 소외당하곤 한다. 이창길 교수는 “대부분의 조직이 창조적인 인재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시키는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람을 원한다”며 “안정을 추구하는 조직에선 돈키호테와 같은 사람은 ‘왕따’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사회가 단순히 돈키호테형 인간을 수용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영옥(문과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진정한 돈키호테형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꿈을 갖고 진정으로 노력하고 미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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