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진 않지만 감칠맛이 있다.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국물에 숟가락이 가 있다. 뽀얀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푹 고은 돼지 육수 맛이 입안에 우러나 미소가 번진다. 쿠이도라쿠(喰道樂). 먹는 즐거움이다.
이 집의 자랑이라는 국물은 토렴 방식을 이용한다. 토렴이란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해 데우는 것이다. 쿠이도라쿠에선 커다란 솥 세 개를 이용해 국물을 두 번 옮겨 담아 진하게 끓인다. 그래선지 주방 한켠에 끓고 있는 세 솥에는 각각 국물 색이 다르다. 사골곰탕을 우려내는 듯 돼지 뼈를 오랜 시간 푹 고아 만든다. 그 외 재료는 영업상의 비밀이라며 알려줄 수 없단다. 면은 구리에 있는 나가사키 마쯔바라 씨의 직영 공장에서 주문 제작한다. 인스턴트와는 달리 튀기지 않기에 담백하다.


직원에게 추천받은 돈코츠 차슈라멘의 모양새는 고명을 갓 올린 비빔밥 같다. 노란 면 위엔 숙주와 초록빛 파를 적당히 쌓아 올리고 한켠엔 노랗게 물든 반숙 계란과 국물만큼이나 고운 차슈 다섯 점을 내었다. 다채로운 색감은 한 입 채 맛보기도 전에 침샘을 자극한다.
젓가락으로 차슈를 집어 든다. 돼지고기 삼겹살로 만드는 차슈는 식감은 부드러워 이가 아니라 혀로도 충분히 씹을 수 있다. 하지만 부드럽다고 육즙이 입안에서 달아나진 않는다. 돼지고기 기름기가 퍼져 감돌지만 부담스럽진 않다. 김용석 사장에게 차슈 맛의 비법에 대해 묻자 “6년간 우린 간장을 이용해 차슈에 잡내가 없고 육즙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어 면을 한껏 집어서는 국물을 퍼놓은 숟가락에 얹어 들이켰다. 고춧가루 양념이 된 단무지, 김치를 가져다 먹을 수 있지만 국물이나 면이 기름지지 않아 이 둘 없이도 잘 넘어간다.
칼칼하고 매운 맛을 즐기는 전형적 한국인을 위한 메뉴도 있다. 붉은 소스가 들어간 매운 돈코츠라멘이다. 목을 간질여 칼칼한 양념은 고추장보단 고춧가루의 매운 맛에 가깝다. 뜨뜻하고 얼큰한 국물은 추운 날씨에도 땀이 나게 한다.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곤 마시게 되는 맛이다. 일본에서 배워온 기술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했다는 김용석 사장의 말이 이해가 됐다. 이외에도 쿠이도라쿠엔 쇼유라멘, 미소라멘, 쯔케멘 등 총 7가지 라멘으로 승부를 본다.
쿠이도라쿠는 대부분의 좌석이 일자로 돼 있다. 요리하는 모습을 멀찍이 구경할 수 있는 다찌형이다. 그래선지 혼자 온 손님도 꽤 자주 보였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식당을 찾는다는 내용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마지막 화에 나온 쇼유라멘이 돌연 생각났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우리가 이곳에선 ‘먹는 즐거움’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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