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신을 갖추면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요.”
26일 오후 한국학관에서 만난 함돈균(민족문화연구소) 교수는 수수한 옷차림으로 연구실 테이블에 앉았다. 그의 테블릿 PC는 메모로 가득했다. 최근 2년간 ‘시민행성’이란 인문학 공동체에서 여러 학자들과 모임을 가졌던 그는 새로운 관점에서 인문학을 보려 노력해왔다.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재미있다는 말이겠죠?”
인문학은 취업 현실에 놓인 학생들에게 종종 선택받지 못한다. 정부와 기업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정부 교육정책이나 기업의 인사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함 교수에게 ‘인문학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 함돈균(민족문화연구소) 교수. 사진ㅣ김재훈 기자

“왜 어학이 문학보다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시죠?”
어문계열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어학보다 문학에 초점이 맞춰진 본교 교과과정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에 비해 실무적인 회화 관련 과목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어학을 문학보다 실용적으로 여기는 의견에 대해 함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비즈니스 회화’ 등을 교육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학이나 사상 등의 교과목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교 교착상태를 예로 들면, 그 어색한 분위기에서 그 나라 깊숙이 녹아 있고 위트 있는 농담을 던진다거나 한 국가의 대통령이 좋아하는 문학작품의 구절을 인용하는 등을 통해 어색한 분위기를 잘 풀 수 있어요. 어학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일 때 필요한 것은 역사나 철학 등에 대한 이해나 인간, 그 사회 자체에 대한 이해에요.” 그는 어학이 문학보다 실용적이라는 의견은 사회의 잘못된 시각이 반영된 착각이라고 말했다. “좋은 글쓰기는 문법에 맞는 글쓰기가 아니에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능력, 이것을 도와주는 것이 인문정신입니다.”
정부에게 필요한 것이 인문학
인문학을 배우는 학생 중에는 전공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 학생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거 배워서 어디 써먹나’하는 생각에 단순 암기식으로 머리를 통과하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인문학은 왜 필요할까. 근원적인 질문에 함 교수는 인문학이 관점의 깊이를 더하며 인간의 삶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는다고 말했다. “문학작품을 통해 문학작품 인물에 대해 이해하고 환경을 배우는 것이 생각의 다양한 층위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줘요. 이는 법관이 판결할 때도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한다면 더 현명한 판결을 내릴 수 있겠죠.”
요즘 정부의 사고 층위가 단편적이라며 그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중동에 청년일자리가 많다고 발언하며 청년들이 중동으로 진출할 것을 주문한 예를 들었다. “그 말은 국가가 청년을 미래를 위한 노동력의 관점으로만 보는 거죠. 이 관점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관점 중 그 관점을 유일한 관점으로 보는 것은 사람을 노동력의 대상으로만 보고 미래의 청년이 만들어갈 대한민국을 시장국가로만 보는 것이죠.”
과감히 인문학을 바라봐야하는 기업
‘인문학’을 외치는 현실과 달리 기업은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최근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LG전자는 사내 인터넷 교육 사이트에 ‘EBS 인문학관’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역사, 예술, 문화 등을 강의한다. 하지만 정작 기업은 인문학 전공자를 많이 채용하지 않는다. ‘인문계 출신 90%가 논다’는 의미인 ‘인구론’은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단어다.
함 교수는 기업은 이윤추구가 주목적이란 점에서 앞서 언급한 정부와 다르게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인문학 전공자를 선호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인문학을 외치는 기업이 정작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하지 않는 모순점에 대해 함 교수는 기업의 도전정신 부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기업에 창조적이고 모험적인 자세를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의성의 바닥엔 인문학이 있다는 것을 기업도 잘 알고 있을 거에요. 하지만 투자하는 것에 비해 생산성을 보장받지 못해 기업이 인문학 전공자를 많이 뽑지 않는다고 봐요.”
함 교수는 끝으로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며 정부와 기업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 “껍데기에 불과했던 디자인을 하드웨어보다 많이 고민한 사람이죠. 정부와 기업은 관점의 깊이를 더해주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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