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大學), 고등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대학은 과연 이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교육부의 정책에, 사회적 분위기에 대학의 본질은 흔들리고 있다. 취업률 평가에 의해 전공이 서열화 되는 지금, 대학은 ‘취업 양성소’ 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대학생은 대학에 들어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방황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자’는 생각으로 4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대학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고민하는 곳이어야 한다. 대학이기에, 현재만을 살아서는 안 된다. 이에 본지는 우리의 교육현실과 학생들의 교육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점검하면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획은 1773호(4월 6일자)부터 3회에 걸쳐 진행된다.

▲ 사진출처│고대신문 DB

<글 싣는 순서>

1. 대학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있나

-본교 1학년생들이 배우는 교양교육의 현재
-고려대에서 4.5를 받는 학생은 누군가

2. 대학생이 진정 배우고 싶은 것은
-대학생이 바라는 교양과목
-대학생이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3. 고려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학교육의 미래
-개척하는 정신, 글로벌, 창의성

대학에 들어온 젊은이들이 입학 당시보다 더 성숙한 인간, 더 나은 인간, 더 유용한 인간이 되어 사회로 진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것은 대학교육의 목적이자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사회가 대학에 지워준 기본 책임입니다.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소개 문구다. 12년간의 의무교육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들은 본교에서 어떤 수업을 듣고 있을까. 신입생들은 본교의 1학년 교양교육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1학년 교양교육과정 전반의 모습을 살펴봤다.

합리적 지성인을 목표로 하는 본교
본교는 지덕체를 겸비한 인격을 연마하고, 창의적 학문탐구와 전문적 실천능력을 배양하여, 한국과 국제 사회에 기여할 개방적 지도력을 육성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사고와 표현 △영어 강의(Academic English, 통합영어) △1학년 세미나가 공통교육으로 지정돼 있다. 교양교육실 측은 ‘신입생들의 기초적인 학업능력 배양과 학과 이해도 증진’을 위해 위와 같은 과목들을 필수로 지정했다고 했다.
본교는 학생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실용적인 대응능력(언어, 논리, 추론능력)과 함께 성공적인 전공 학습을 위한 기초수학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교양교육의 목표를 뒀다. 교양교육실 측은 “신입생들은 교양교육과정을 통해 대학에 잘 적응하면서 앞으로의 삶과 학문의 기초가 될 자신의 교양을 스스로 폭넓고 깊이 있게 깨우치고 함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교양은 삶을 위한 자양분이자 한 사람이 자신의 인간 됨됨이를 완성하는 바탕”이라고 말했다.

1학년 세미나

▲ 한 세미나에 참석한 학생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출처│고대신문 DB

본교 1학년 세미나는 기존의 전공지도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그 대안으로 2013년부터 시행됐다. 1학년 세미나는 학과 자체 프로그램과 국가에서 권고하는 ‘성 인지감수성 향상 교육’과 ‘안전관리 교육’이 포함된 ‘신입생 합동 강좌’로 나뉜다. 2014년 2학기부터는 합동세미나는 온라인 수강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교양교육실 측은 “1학년 세미나를 통해 학생들은 대학생다운 삶의 자세와 지성인다운 품성, 그리고 전문인다운 역랑의 바탕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학년 세미나 중 신입생 합동강좌의 경우, 내실이 탄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좌의 구성방식과 내용에 허술한 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효행(인문대 국문14) 씨는 “합동세미나는 학교에서 따로 공고가 나오면 그 시간에 가서 듣는 방식인데, 수업시간과 겹칠 뿐 아니라 강의 자체도 별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교양교육실은 강좌의 콘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이상조 교양교육실 과장은 “전문가들에게 감수를 받아 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과별세미나는 학과별 특성과 전공에 맞는 컨텐트로 진행돼 신입생 합동강좌에 비해 학생들의 관심과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권희정(경상대 경제14) 씨는 “학과세미나에서 적성검사를 시행해 좋았다”며 “통계 강의, 금융관련 강의 등 전공과 관련된 지식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소정(인문대 고미사14) 씨는 “매주 제시하는 주제에 대한 글쓰기를 했으며 자신이 고고미술사학과에 들어온 이유를 발표하는 시간도 가져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상조 과장은 “1학년 세미나의 본질은 사제 간 만남”이라며 “앞으로도 1학년 세미나의 본 의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Academic English
Academic English는 신입생에게 학문적 영역의 영어에 대한 능력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으로, 영어 강의를 통해 신입생이 영어에 대한 친근감과 접근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2012년부터는 신입생 영어능력평가를 통해 초급반과 고급반에 각각 총 인원의 20%를 배정하고 나머지 60% 학생은 중급반으로 배정해 수준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Academic English의 분반이 단편적이라 수준별 강의의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 신창섭(사범대 지교14) 씨는 “상, 하위 각각 20%만 다른 수준의 반으로 배정돼 대다수가 속하는 중급반 내부에서 영어능력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보다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선 좀 더 세세한 분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cademic English 강의를 담당하는 한 외국인 교수도 “학급당 배정 인원이 많아 효과적인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다”며 “분반의 수를 늘리고 한 학급당 인원을 20명 내외로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제어학원 외국어센터 신준호 씨는 “학기별로 1~2개 씩 초급, 고급 분반 수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중급반의 비율이 높기에 비율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cademic English의 상급반에 해당하는 Advanced English의 강의 수준이 학생 수준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실력을 지닌 신입생은 본인이 희망하는 다른 영어강의를 수강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2014년 1학기에 Advanced English를 수강한 김서연(간호대 간호14) 씨는 “Advanced English를 수강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의의 내용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지 않고 있다”라며 “차라리 다른 영어강의를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영어
세종캠퍼스 1학년 학생들은 ‘통합영어’라는 의무 영어 과목을 수강한다. 기존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외국어영역 성적으로 단순히 반을 나눴다면, 올해부터는 캠퍼스 내에서 자체적인 영어 시험을 실시한 후 반을 배정한다. 수능성적으로 영어실력을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수업 방식과 내용엔 큰 변화가 없어 학생들이 수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통합영어 회화는 작년부터 토익 스피킹 방식을 도입했지만, 토익 스피킹의 특성에 맞지 않는 암기식 수업으로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임단비(경상대 경제15) 씨는 “교수님이 예상 질문을 여덟 개 가르쳐주고 그 중 두 가지를 뽑아서 질문하는 방식으로 시험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에 심화종 국제교류원 과장은 “회화 교육 방식의 일부분으로 토익 스피킹을 도입했을 뿐, 그것이 완전한 회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통합영어를 통해 실질적인 영어능력 향상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예진(인문대 사회15) 씨는 “통합영어 교재가 토익 교재라 토익을 유형별로 정리해주는 수업인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때 지문공부 하듯 단어를 알려주고 본문을 한줄 씩 해석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수업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다는 것이다. 김용희(과기대 컴퓨터정보13) 씨 또한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걸 그대로 배운 것 같다”며 “통합영어가 영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안됐다”고 말했다.

사고와 표현
신입생 대상 공통교양에 해당하는 ‘사고와 표현’은 대학교육 이수에 필요한 사고, 표현능력을 함양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본격적인 전공 수업에 들어가기 전, 기본적인 능력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이 취지에 대해선 공감한다는 의견이다. 김흥식(공과대 전전14) 씨는 “사고와 표현 강의를 통해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건형(의과대 의예14) 씨 또한 “사고와 표현을 수강하면서 전공에서 접할 수 없는 인문학적 지식을 함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자마다 강의 방식이 천차만별이라 사고와 표현의 효과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어떤 강의는 논문 작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또 다른 강의는 발표나 토론 위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장재혁(정경대 정경15) 씨는 “사고와 표현은 어떤 교수에게 수업을 듣느냐에 따라 수업에 대한 평가가  나뉜다”며 “심지어 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공과목을 위주로 강의하는 교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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