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월 31일 공개한 ‘통계로 본 서울시민 건강’자료에 따르면 19세 이상 서울시민의 월간 음주율은 10명 중 6명이다. 본교생 음주 행태는 어떨까. 본지는 본교생의 알코올 의존도 및 음주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안암캠퍼스 15개 단과대를 대상으로, 2014년 1학기 기준 각 단과대 재학생 비율을 참고했다. 총 288명의 학생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선 △알코올 의존도 △음주 행태 등을 물었다. 알코올 의존도 판별은 한국형 음주문제 간이선별검사인 AUDIT-K를 이용했으며, 음주 행태에 관한 문항은 강웅구(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의 자문을 구했다.

역시 많이 마시는 고대생
본교생 10명 중 6.7명이 적정 수치보다 많이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1회 적정 음주량은 소주를 기준으로 남성이 4잔, 여성이 3잔이지만, 한 번 술을 마실 때 그 이상을 마신다고 답한 학생은 67%(193명)에 달했다. 또한 주 2회 이상 술을 마신다고 응답한 학생은 42.6%(123명)이다. ‘주2회 이상’은 AUDIT-K에서 4점에 해당해 답변 항목 중에 가장 높다.
이에 적정 음주량 기준이 낮게 설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하수민(공과대 건축14) 씨는 “술 마실 때 소주 4잔만 마시고 끝내는 경우는 드물어 기준이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를 소주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영철(연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소주 1병이면 1회 적정 음주량을 이미 넘어서지만, 다들 그렇게 마신다는 생각에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적정 음주량보다 많은 양의 술을 지속적으로 마실 경우 통계적으로 알코올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음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59.6%(172명)에 달했다. 응답자의 45.8%(132명)은 ‘문제 음주자’, 응답자의 13.8%(40명)는 ‘알코올사용장애 추정군’이라는 것이다. AUDIT-K 환산 점수가 10점 이상 20점 미만이면 문제 음주자, 20점 이상이면 알코올사용장애 추정군에 해당한다. 3월 14일자 매일신문 ‘Q:대학가 술문화 ‘사발주’ 아직도?  A:강요는 줄었지만…’에서 경북대 학생 83명을 대상으로 AUDIT-K를 시행한 결과, 알코올사용장에 추정군이라고 판명된 학생은 7.2%(6명)이었다. 본교생이 약 6.6%p 많은 셈이다.
한편, 응답자의 16.3%(47명)는 폭탄주를 주로 마신다고 답했다. 이는 소주, 맥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마신다고 응답한 주종이다. 하지만 흔히 마시는 ‘소맥’을 비롯한 폭탄주는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다. 고영훈 교수는 “폭탄주는 체내 흡수가 잘 되는 15도에서 25도인 경우가 많아 알코올의 부정적인 효과가 다른 주류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카페인 음료와 알코올을 섞은 ‘예거밤’의 경우 중추신경을 자극해 과음을 조장한다.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고카페인 음료는 각성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경우 카페인이 흡수되면서 일시적으로 술을 깨는 기분을 들게 해 자신의 원래 주량보다 더 폭음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더 마시는 새내기
본교 1학년 학생의 경우 음주 행태는 다른 학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신입생들은 설문조사에서 다른 학년보다 자주, 많이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얼마나 자주 술을 마시냐’는 질문에 1학년 응답자 중 67%(51명)의 학생이 주 2회 이상 술을 마신다고 응답했다. 이는 2, 3, 4학년 중 주 2회 이상 마시는 학생이 34.2%(71명)인 것에 비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또 신입생 중 33.3%(25명)이 주 2회 이상 한 번에 소주 7잔 이상을 마신다고 답했다. 이해국(가톨릭대 정신의학교실) 교수는 “신입생의 경우 자기 주량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아 과음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입생이 다른 학년보다 술을 자주, 많이 마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내 행사 때문이다. 문과대의 한 학과의 경우, 3월 한 달간 과반 행사는 총 5회 열렸으며 그 중 술자리가 있었던 행사는 3회로, 개강파티, 합동응원 뒷풀이, 사발식이 있었다. 이에 이상규(한림대 정신의학교실) 교수는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잦은 술자리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주 통해 유대감 강해져
그렇다면 1학년을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은 술을 왜 마실까. 62.2%(179명)의 학생이 술을 마시는 이유로 ‘친목 도모’를 꼽았다. 김지훈(사범대 체교11) 씨는 “술을 마시면 더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어 친해지기 쉽다”고 말했다.
특히 술을 마실 때 유대감과 연대의식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 본교로 편입한 박재현(문과대 서문13) 씨는 “고려대의 술자리에선 같은 학교 사람이라는 연대의식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선웅(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려대에서 유독 술과 유대감의 연관관계가 크다는 것은 고려대와 술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라며 “고정관념이 형성되면 그와 관련한 특성이 연달아 활성화되는 점화 효과(priming)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신다고 응답한 학생은 13.5%(39명)이었다. 한 경상대 2학년 남학생은 “술을 마시면 현재 해야 할 일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미국심리학협회에 발표된 한 논문에는 술을 사회적 윤활유(social lubricant)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알코올 의존 해결 위해선
전문가들은 알코올 의존을 타파하기 위해선 개인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철 교수는 “다양한 취미를 개발해서 술이 아닌 다른 곳에 관심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의 술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성곤(부산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음주를 하더라도 강요하지 않고, 과음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영훈 교수는 “알코올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는 알코올에 취약한 사람인지 알 수 없기에 많이 마시는 술 문화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주동아리는 캠퍼스 내 건전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대표적 사례다. 본교 절주동아리인 ‘참살이’는 1년에 2번 민주광장에서 절주 캠페인을 연다. 박수현(보과대 보건정책관리14) 참살이 회장은 “대학 내 올바른 술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4년 실적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순천향대 절주동아리 ‘쏘쿨이’는 올해 총학생회와 협력해 절주관련 학칙 만들기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쏘쿨이의 대표적인 캠페인인 3․3․3캠페인은 △술은 3번 이상 권하지 않기 △술자리는 3시간 이내에 △매달 3일은 절주데이라는 기조로 진행돼 학생들의 절주 실천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쏘쿨이 오성화(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13) 회장은 “절주란 술을 끊는 것이 아니라 절제하며 마시는 것임을 확실히 알려 올바른 인식을 정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회 차원에서도 술자리가 있는 학과 행사에서 자율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하다. 김지현(보과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14) 씨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아무도 술을 마시라고 강요하지 않아 과 행사에 자주 참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민봉 독어독문학과반 학생회장 역시 “뒷풀이 참여에 대해 자율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부담감을 줄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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