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대 3학년 여학생 A 씨는 주 2~3회 정도 술을 마신다. 친구들 역시 술을 좋아해 자주 모여 놀곤 한다. 그녀는 한 자리에서 오래, 많이 마시는 스타일이다. A씨는 보통 한 자리에서 소주 2병을 마시곤 하지만 기억이 끊길 정도로 마신 적은 드물다.
# 문과대 4학년 남학생 B 씨는 주 5회 이상 술을 마신다. 잠들기 전 맥주 1캔을 마셔오던 게 어느덧 습관이 됐다. 그의 친구들도 항상 그렇게 술을 하기에 많이 마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종종 그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셔 친구와 다투기도 한다.

▲ 과도한 음주는 신체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알코올 사용장애 추정군은 2011년 41만 명에서 2013년 기준 약 45만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음주 문제로 상담을 받은 경험의 비율은 알코올사용장애 추정자의 5.1%인 2만여 명에 불과하다. 이에 본인의 음주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정경대 3학년 여학생 A 씨, 문과대 4학년 남학생 B 씨와 함께 1일 노원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방문했다. 본래 3회 이상 진행되는 △예방 교육 △선별 검사 △검사결과 상담을 2시간 동안 압축해 진행했다. 상담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A씨와 B씨, 그리고 노원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의 동의하에 그 내용을 지면에 담았다.
먼저 윤지영 사회복지사가 ‘행복은 올리고 술잔은 내리고’라는 알코올 의존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이 예방교육은 알코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폐해를 살펴보기 위해 진행된다. 윤지영 사회복지사는 술은 에틸알코올인 화학물질이고, 중추신경억제 효과를 가진 약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소량 음주를 할 경우 일시적으로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진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뇌 기능에 오류가 생겨 통제력을 상실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과도한 음주는 뇌를 비롯해 여러 신체 장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몸은 1시간에 소주 1.5잔에 해당하는 에탄올 7g만을 해독할 수 있다. 잉여 알코올은 해독을 위해 대기하며 혈액을 타고 돈다. 이 과정에서 뇌와 심장에도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기에 심장이 빨리 뛰고 알딸딸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뇌를 비롯해 몸에 해를 끼친다. 특히 대뇌의 전두엽은 만 24세까지 성장을 계속하지만, 이 시기에 잦은 과음을 하면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할 수 없다. 전두엽은 이성과 자제력, 논리력 등을 담당한다. 전두엽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할 경우 이성을 잃고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윤지영 사회복지사는 “만취한 상태가 지속되면 전두엽에 무리가 간다”며 “이로 인해 충동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게 돼서 심하게는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음은 살을 찌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알코올에는 영양소는 없지만 열량은 높은 편이다. 소주 1병의 열량은 밥 두 공기와 같다.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열량이 지방으로 변해 배와 엉덩이가 튀어나온 체형이 되기 쉽다. B씨는 “주변에선 내게 술만 끊어도 살이 빠질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했다. 또, 곡주라고 해도 영양소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윤지영 사회복지사는 “막걸리 등 곡주는 처음 곡식이 갖고 있던 탄수화물 등이 발효해 변형돼 영양소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술을 자주 마시면 음주 상태에 익숙해지게 된다. 술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증가시켜 일시적으로 좋은 기분을 유발하는데, 술을 지속적으로 마실 경우 이 과정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은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술을 계속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뇌가 술에 적응해 변이되기 시작하면 복구시키기 쉽지 않다. 실제로 B씨는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채혜민 사회복지사가 선별검사와 이에 따른 집단상담을 진행했다. 선별검사는 AUDIT-K로, 상담은 절주를 위한 단축 상담을 위주로 진행됐다. A씨는 21점, B씨는 24점으로, 모두 ‘알코올사용장애 추정군’에 속했다. 이는 술을 조절해서 마시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 B씨는 “내가 주변 사람들만큼 먹는다고 생각해 괜찮은 줄 알았는데 습관적으로 마시는 것이 문제인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왜 음주를 하느냐’는 질문에 A씨는 술을 마시며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을, B씨는 불면증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어 채혜민 사회복지사가 ‘음주의 안 좋은 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A씨와 B씨 모두 음주의 폐해에 대해 말했다. A씨는 “위장병이 생기는 등 건강이 나빠지며 어머니랑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B씨는 “인간관계에 금이 가기도 하고, 다른 일에 지장이 생긴 적도 많다”고 말했다.
채혜민 사회복지사는 “알코올사용장애 추정군에 해당하는 사람은 절주가 아니라 단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쉽게 술을 끊기 어렵다. 하지만 A씨와 B씨 모두 ‘변화 단계’로, 술을 줄이거나 끊겠다는 변화의 의지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채혜민 사회복지사는 “절주나 단주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당장 오늘부터 실천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주변에 절주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자기 전 술을 마시는 대신 숙면을 위해 운동을 할 것”이라며 자신의 다짐을 밝혔다.
혼자서 이런 결정과 실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은 알코올상담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채혜민 사회복지사는 “과도한 음주가 계속되면 나 자신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나아가 사회를 병들게 한다”며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역 알코올 센터 등을 방문해 도움을 구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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