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이 치러졌던 2012년 상반기.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할 시기에 대대적인 언론노조 파업이 전국을 휩쓸었다. MBC 보도국의 제작거부에서 시작된 언론노조 파업은 약 3개월간 계속되며 KBS, YTN, 연합뉴스 등으로 확산됐다. 전국적인 파업은 100일 여간 진행됐으며 MBC 노조는 7월 17일 170일의 파업 끝에 ‘총파업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당시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MBC, KBS의 PD와 기자들의 ‘해고무효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또한 2014년 조직개편으로 인한 시사교양국, 보도제작국 해체와 최근 권성민 PD 해고 사건은 MBC 파업 및 해고의 여파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MBC 내부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났으며 해고 기자들의 상황은 어떨까.

▲ 2012년 파업 당시 참가자들은 공영방송 회복을 주장하며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를외쳤다. 사진제공 | 전국언론노조MBC본부


MBC 파업에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보도제작국의 제작거부 결정이었다. 2011년 한 해 동안 누적된 보도 공정성 훼손에 대한 불만이 원인이 됐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재철 사장의 취임 후 MBC는 보도 공정성을 잃고 시청자의 신뢰도 함께 잃었다. ‘뉴스 후’ 등 정권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 등이 폐지됐으며 ‘뉴스데스크’는 정권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파업 당시 기자회장이었던 박성호 기자는 “언론인의 사명인 비판기능을 실천하는 뉴스 아이템들이 자주 누락되면서 내부적으로도 불만이 쌓였다”고 말했다. 보도제작국 기자들은 공정성 회복 차원에서 보도 책임자인 보도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개표 당일 박성호 기자는 아침 뉴스 앵커 자리에서 해임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박 기자는 “회사가 답변이나 대화보다는 징계로 방향을 잡자 1월 25일 제작거부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제작거부 5일 후인 1월 30일, 전국언론노조문화방송본부(MBC 노조)가 사안을 전 회사 차원의 문제로 규정하면서 총파업이 시작됐다. 당시 홍보국장이었던 이용마 기자는 “2011년 김재철 사장은 공정방송에 관해 규정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며 “노조는 단체협약 갱신과 공정보도를 위한 투쟁을 병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MBC의 파업으로 시작된 언론노조 파업은 ‘공정보도 쟁취’와 ‘정권의 언론개입 반대’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KBS, YTN, 연합뉴스 등 국내 방송사 전반으로 확대됐다.

▲ 사진제공 | 전국언론노조MBC본부

해직기자의 진행 중인 소송
MBC 파업 주동자들은 170일의 파업 도중 전부 해고됐다. 강지웅 사무처장, 박성제 기자, 박성호 기자, 이용마 홍보국장, 정영하 위원장, 최승호 PD가 파업 도중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언론인들은 현재 다양한 방면에서 나름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박성호 기자는 한국 기자협회 부회장을 맡으며 본교 언론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박 기자는 “이 시간이 성찰과 발전을 할 시간이라 생각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호 PD는 뉴스타파에서 앵커로 활동 중이고, 박성제 기자는 해직 후 스피커를 만들다가 ‘쿠르베’라는 스피커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박성제 기자는 MBC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지만 직업은 기자”라며 “복직만 된다면 MBC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해직기자들은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이들의 해고무효소송은 끝나지 않았다. 1일로 예정돼있던 44명의 해직?정직 언론인에 대한 ‘MBC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의 2심 선고는 3월 31일 저녁에 29일로 미뤄졌다. 2심에서 승소해도 이들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최승호 PD는 “2심에서 승소해도 MBC 측에서 복직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대법원까지 가야 할 것이고 이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MBC 해고무효소송에 대한 관심은 무한도전 결방으로 시끄럽던 파업 당시에만 반짝했다. 이후 사건이 진행되는 3년 동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주요 일간지에서는 파업 참가자들의 비제작 부서발령이나 사측의 지속적인 탄압에 관한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비제작부서 발령과 업무배제
사측의 억압은 파업 주동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파업에 참가한 사원들 또한 정직 등의 징계를 받거나 본업인 제작현장에서 쫓겨나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았다. 최일구 앵커, 김주하 앵커, 한학수 PD, 김환균 PD 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최일구 앵커는 파업지지 후 정직을 받고 MBC 아카데미로 교육 발령을 받았고, 김주하 아나운서는 본래의 보도국이 아닌 사업부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발령받았다. 두 앵커는 현재 MBC를 퇴사한 상태다. 실제로 파업 이후 MBC 측은 1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을 MBC 아카데미로 보내 업무에서 배제했다. MBC 아카데미는 사원들 사이에서는 일명 ‘신천교육대’로 불린다. 박성호 기자는 “파업 이후 개별 사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진행 중”이라며 “예를 들면 시사매거진 2580에서 국정원 댓글 개입 사건을 정리해서 다루려던 기자도 ‘교육 발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파업 시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MBC는 무리한 경력기자 채용을 진행하고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MBC는 2012년 7월, 이례적으로 27명의 경력사원을 채용했고 그 중 5명이 시사교양국 PD였다. 당시 MBC 노조 측은 성명서를 통해 “파업 이후 6월 기준으로 김재철 사장은 66명의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시사교양국의 분해도 연장선
MBC 측의 탄압은 조직적 차원에서도 행해졌다. 2014년 10월 MBC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사실상 시사교양국을 해체시켰다. 2012년 MBC는 PD로 이뤄진 시사교양국의 시사부분과 기자로 이뤄진 보도제작국을 통합해 시사제작국으로 재편했다. 기존 시사교양국의 교양부분은 교양제작국으로 분리됐고 2014년 10월 MBC는 조직개편에서 교양제작국 해체 후 구성원들을 ‘예능 1국’과 ‘콘텐츠 협력국’으로 분산시켰다.
파업 당사자들은 조직개편이 파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승호 PD는 “시사교양국 PD들이 프로그램 불방이나 억압에 대해 조직적으로 자주 대항했다”며 “저항정신이 많은 PD가 모여 있는 조직을 해체해 중심을 없애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직 사원들은 현재의 MBC 시사프로그램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박성호 기자는 현재 ‘뉴스데스크’를 잘 보지 않는다고 했다. 박 기자는 “물론 소수의 기자들이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서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려고 애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방향이나 품질, 기사선택의 측면에서는 공영방송으로서 부족해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승호 PD도 “파업 당시보단 나아졌지만 지금의 MBC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PD수첩’의 무상급식 편과 같은 비판적 아이템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아이템 결정이 본부장까지 올라가서 이뤄지는 체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MBC의 사원에 대한 압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월 21일 MBC는 예능국 이야기를 담은 웹툰을 SNS에 올린 권성민 PD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고 해고를 결정했다.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고 사유로 “인터넷에 편향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동원해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로 중징계를 받은 뒤 또다시 같은 해사행위를 수차례 반복했다”며 “SNS는 개인적인 공간으로 한정할 수 없기에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이 담긴 주장을 유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민 PD는 1월 30일 미디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웹툰을 문제 삼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MBC가 이 정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은 퇴진했지만 방송을 결정하는 데스크라인은 큰 변화가 없다. 이용마 기자는 “김재철 사장 시절 MBC를 좌지우지했던 인사들이 그대로 남았다”며 “이들은 자리만 바꾸며 여전히 MBC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장 취임과정의 구조적인 원인이 크다. MBC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선임한다. 그런데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 구성은 청와대, 여당, 야당이 각각 3명씩 추천한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MBC 사장은 친 정권적인 인사로 뽑힐 가능성이 큰 것이다.
사원들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시청자들의 신뢰도 하락과 내부분열을 꼽았다. 실제로 MBC는 시청자가 직접 지상파 TV채널(KBS1, KBS2, MBC, SBS)의 프로그램의 품질을 평가하는 ‘시청자 프로그램 품질평가’에서 지난해 상반기 69.4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메인뉴스 평가 항목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11년 하반기 이후 계속해서 꼴찌를 하고 있다. MBC 노조 측도 “근본적인 위기는 구성원에 대한 반복되는 ‘낙인’과 ‘배제’ 로 인해 무너지는 조직의 신뢰와 시청자의 신뢰”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는 “방송의 가장 큰 자산은 진정한 언론인들이고 그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콘텐츠 경쟁력”이라며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배제되니 경쟁력과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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