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총학생회(세종총학)는 2013학년도 하반기 전학대회를 통해 인준한 회칙전부개정특별위원회(회특위)를 통해 총학생회 회칙을 18년 만에 전부 개정했다. 하지만 현재 세종총학 회칙에선 여전히 부실한 점이 많다. 회칙이란 모임에 참여하는 구성원 간의 합의를 통해 모임 운영에 필요한 규칙을 문서화한 것이다. 회칙이 모호하거나 부족한 것은 구성원 간의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뜻한다. 이러한 회칙은 모임운영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없다. 김일수(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에게 세종총학 회칙의 개선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선거로 드러난 회칙의 부실
2014년 진행된 제28대 세종총학 선거는 세종총학 회칙의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경우다. 세종총학선거는 회칙 제8장 ‘투표’에서 3조 1항에 의거해 투표율이 42% 이상일 때 유효투표율로 인정한다. 이는 투표가 무산돼 재투표가 실시됐을 때도 적용된다. 2014년 제28대 선거는 경선으로 진행됐지만 투표결과 당선을 확정 짓지 못했다. 재투표에서도, 투표율이 42%에 못 미쳐 선거는 무산됐다.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회의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구성됐고 제27대 부총학생회장이었던 한은경 씨가 세종총학 비대위원장이 됐다. 하지만 당시 2014년 12월 18일부로 임기가 끝나는 한은경 씨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해 중운위 위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세종총학 회칙 제6장 제2조 1항에는 ‘차기선거 혹은 보궐로 이양될 시 중앙운영위원회 의원 중 1인이 의장 대행을 할 수 있다’라고만 돼 있을 뿐, 비대위에 대한 조항은 없어 회칙 해석을 두고 논란이 생긴 것이다. 
김일수 교수는 “회칙은 비상사태의 발생과 그 해결을 위한 규정을 갖춰야 시비의 소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칙이 허술하거나 의미가 불분명하면 해석을 두고 논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암총학생회(안암총학) 회칙의 관련 조항에선 ‘선거 무산 후 비대위 구성은 각 단과대학·독립학부 학생회장과 각 동아리연합회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이 되며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 중 선출되며 전학대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서울대와 성균관대 역시 총학생회 회칙에 비대위 소집과 비대위원장 선출에 관한 조항이 있다. 안암총학 회칙의  유사 조항에선 ‘투표율에 상관없이 득표수가 많은 조를 당선조로 한다’고 명시돼 경선일 경우 유효투표율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사고처리’의 판단 주체 불분명
세종총학 회칙에는 ‘사고처리’에 대한 기준이 없어, ‘반쪽짜리’ 학생대표자회의 개회의 가능성이 있다. 2013학년도 세종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는 총 정원수 172명 중 42%인 72명이 참가했는데도 개회됐다. 세종총학 학생회칙 제3장 8조에 의하면 전학대회는 대의원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개회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대의원 중 96명이 결석이 아닌 ‘사고처리’돼 전학대회 개회를 위한 정원수가 172명에서 76명으로 조정됐고, 그중 72명이 출석한 것으로 인정했다.
세종총학 회칙 제3장 1조 5항에 ‘부득이한 경우, 학사일정과 일부 단위의 시간이 겹칠 경우, 사고처리를 하여 전체 성원 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서지원 전 학술동아리 ‘E.T.W. TIME’ 회장은 “전학대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대의원이 피력하는 자리인 만큼 제대로 된 불가사유가 아닌 경우에는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수 교수는 “개회 1주 전 또는 2주 전에 참석 대의원 명단을 공지해야 하며 불참 사정이 있는 대의원들에게는 위임장을 받는 방법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총학 회칙과 비교해봤을 때, 안암총학 회칙에선 청가서 또는 결석계를 제출해야 사고로 인정하게 돼있다.
이번학기 회칙 개정 준비중
2013년에 세종총학 회칙의 전부 개정을 주도한 박광월 26대 세종총학생회장은 회칙의 허점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개정 당시 일반 선거 법령을 비롯한 다양한 법령, 맞춤법 표준어 규정 등을 참고했는데도 허술한 부분이 많다”며 “앞으로 새로운 총학생회가 계속해서 수정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3월에 당선된 조현준 28대 세종총학생회장은 이번 학기에 세종총학 회칙을 전면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논란이 된 선거 회칙을 일부 수정할 것”이라며 “그 외에도 회칙의 순서, 오·탈자 등 전체적인 점검을 거쳐 회칙을 수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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