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기업화는 대학사회에서 꾸준히 문제제기 돼 왔다. 중앙대학교 학과 구조조정 문제로 여론이 들끓었고, 일부 대학의 학과들은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학과가 통폐합됐다. 사립대의 위기라 일컬어지는가운데 본교는 개교 110주년을 맞았다. 외부인은 현재 대학의 역할 및 고려대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문화의 안과 밖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창(문과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와 후마니타스 출판사 대표이자 정치발전소 소장인 박상훈 대표를 만났다.

- 요즘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나를 위한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얻기 위한 학문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학문의 순수성이 파괴되고, 순수학문에 대한 지원도 약해지고 있다. 유교에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이라는 말이 있다. 위기지학은 본인을 위해서, 위인지학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학문을 하는 것이다. 유교에서는 위기지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갈수록 위인지학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렵다.

▲사진제공|네이버 문화재단

한 예로, 인문학이 소위 돈 되는 것과 관련이 없으니 인문학 연구자들이 인문학에 대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인문학에 대한 지원이 없어도 좋은 연구를 많이 했다. 사실 인문학은 연구비가 많이 필요한 학문이 아니다. 자꾸 지원이 줄었다고 불평하는 것은 욕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인문학에 대한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연구자들이 지원에 큰 기대를 할 필요도 없다.
학생들이 취직 압력을 너무 많이 받는 것도 문제다. 직장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발전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두 가지가 모순되는 것처럼 보여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둘은 관련이 있다. 꾸준히 스스로 발전하다 보면 결국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시안적으로 업적을 만들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교육의 핵심은 두 가지 특징을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대학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대학은 본래부터 돈이 들어가는 기구인데 일부 대학은 돈을 벌려고만 한다. 대학에 사회적인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학문의 본질에 따라 기금을 마련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학문의 자율성이 손상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학교가 학문의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취업률, 대학평가 등 외적인 기준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교수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내리기 힘들어지고 행정 조직만 강화되고 있다.
논문 개수와 같은 계량적 수치로 연구자를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면 연구자는 연구 자체보다 외부의 관점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연구비 얻기 위해 하기 싫고, 의미 없는 연구를 해서는 안 된다. 연구자는 중심을 잡고 자기 판단에 따라 연구를 해야한다.
학교가 이러한 외적 기준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개선의 핵심은 학부에서는 교양교육을 중심으로 하고, 전문적인 교육은 대학원에서 받게 하는 것이다. 빨리 직업교육을 해서 취직시킬 생각을 해서 문제가 생긴다. 얼마 전 중앙대에서 취업률 중심의 대학구조조정을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대학은 하나로 합쳐서 교양교육 중심으로 가고, 학과는 별도로 유지해 교수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교수에게 정년을 보장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성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나 학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교수들은 이것을 ‘철밥통’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문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새로운 사회에 걸맞은 공동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한 사회의 문화는 수백,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쌓여서 형성되는 것인데, 현대 한국사회는 전통적 틀이 아니라 서양의 문화에 의해 운영된다. 우리의 전통이 약해졌는데 새로운 문화적 기초를 세울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한국 사회를 ‘정신적 폐허 상태’라고 표현하고 싶다. 새로운 문화적 기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시대 풍조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 이 문제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이 많아질수록 계량화, 추상화, 관료화되고 비인간적 요소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이유는 학생이 많아서다. 학생이 적으면 직접 대화할 수 있다. 학교는 각 단위를 쪼개서 학생들이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ollege’는 영어의 ‘collection’에서 온 말이다. 학생들이 서로 모여서 관계를 맺고 배우는 곳이라는 뜻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의 중심을 찾을 수 있다.”
 
- 개교 110주년을 맞은 본교가 더 발전하도록 조언을 한다면

“고려대는 국가의 간섭에 흔들리지 않고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지원이 풍부해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주로 뜻있는 사람들의 선의로 기금을 모으고 있다. 사적으로 출발한 대학은 국가의 강제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자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립대학도 공적인 목적을 가지되 권력자의 공적 명분에 의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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