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부총장으로 임명되셨을 때의 기분이 궁금합니다

“연구부총장 직책이 올해 처음 생겼다. 좋았던 기분과 당황스러운 기분의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됐다. 연구부총장으로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정해진 건 없기 때문에 이 자리가 어떻게 보면 편하게도,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려고 했다. 막상 들어와서 두 달 정도 일을 해보니까 그림을 내가 직접 그릴 수 있는 점은 큰 메리트이긴 하지만, 그림을 실행하는 데 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느끼기도 했다.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도 부담감과 책임감도 함께 무겁게 느끼고 있다.

- 부총장님이 생각하시는 연구부총장의 역할이 무엇입니까

“첫째는, 부총장으로서 모든 구성원을 이끌고 함께 큰 일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개별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런 구성원들을 모아서 끌고 가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는, 부총장으로서 연구원들의 집단연구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교 교수들의 개별연구는 타학교보다 우수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집단 연구는 그에 비해 굉장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교수들끼리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면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이공계 교수님들 사이에 존재하는 피해의식을 없애고 성장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고대의 전통은 인문사회계부터 시작됐기에 이공계는 후발주자라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교수들이 간혹 있다. 이런 생각을 빨리 없애야만 성장할 수 있다.”

- 연구부총장 산하에는 여러 부속기관과 연구기관이 있습니다. 부총장님은 이러한 기관들을 어떻게 관리할 계획입니까

“연구부총장 산하에는 산학협력단, 연구부처, 연구기획처 이렇게 3개 부서로 이뤄져있다. 산학협력단 같은 경우는 우리 학교 전체 예산의 반 정도를 다룰 정도로 큰 예산으로 움직인다. 규모가 큰 기관이라 비대하면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만큼 파급효과는 크다. 연구처는 교내 연구만 담당하는 곳이다. 논문 업적 평가, 교수 연구, 교육 평가, 이런 대외적 평가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연구기획처는 학교가 연구 계획을 세우고 정부와 기업을 설득시키는 상향식 연구, 1차적 연구를 기획하는 곳이다. 이제 기업과 정부에서 요청이 떨어지면 그에 한정해서 연구하는 하향식 연구, 2차적 연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연구부총장은 이런 연구부처 위의 우산 같은 존재라 생각한다. 이 우산이 유기적으로 잘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잘 포괄하고 소통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처의 크기가 너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부총장인 내가 큰 형 역할이라고 보면, 한 동생은 규모가 너무 크고, 한 동생은 너무 작다. 또한 투자가 그렇게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 세 개 부처가 있지만 연구기획처, 연구처, 산학협력단 모두 자기 공간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 할 수 있다.“

- 고려대의 연구 환경이 발전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가장 필요합니까

“첫 번째로는 사람이다. 우수한 교수님을 모시는게 가장 중요하다. 교육과 연구를 잘하고, 더불어 봉사까지도 하는 교수면 더욱 좋다. 우수한 연구를 하는 분들을 모시려면 그 분들이 와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하는데, 고대에서는 지금까지 우수한 교수를 모셔오는 데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
두 번째로는 공간도 필요하다. 좀 역설적이지만 조금 더 작은 것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더 큰 기계가 필요하다. 많은 돈과 큰 공간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문제는 교수님들도 늘 제기해 왔다. 어떻게 하면 현재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한다.“

- 연구비 수주는 연구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현재 산학협력단에는 여러 연구사업단과 BK21플러스사업단들이 분포돼 있습니다. 이런 사업단을 더 활성화시키고 연구비 재정확보를 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본교 교수들이 가진 IT 지적재산권이 굉장히 많은데, 그걸 통해 돈을 버는 교수들은 드물다.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입장에서는 교수가 가진 기술에 날개와 바퀴를 달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산학협력단에서 우리가 가진 지식을 시장에 내놓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고대지주회사에 투자해서 벤쳐기업도 만들고 경진대회도 하고, 스타트업 회사도 만들고, 시장에 우리 아이디어를 팔고 하는 과정에서 교수가 가진 지식이 더욱 빛을 볼 수 있다.
연구비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방어적 연구보다는 공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먼저 기획해서 대기업과 국가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같이 구현하는 방법으로 갈 수 있다. 벤처기업과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들을 학교 안으로 불러들인다거나 교내 여러 지적 재산들을 함께 발전시켜나가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도모할 수 있다.“

- 부총장님께서 임기 내에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나 발전계획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융합하는 모형을 만들고 싶다. 인문계와 이공계, 예술계를 한 데 합치고 싶다. 1등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현재 이공계에서 좋은 예로 정보보호 분야가 있다. 정보보호대학을 만들어서 우리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학교가 됐다.
두 번째로는 지역과 연계하는 것이다. 한의과 대학으로 유명한 경희대는 학교 주변의 약령시장에 있는 자재상들을 대학으로 끌어와 학연을 맺게 했다. 그게 엄청난 카르텔이 됐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시도 자체의 의미가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는 학내 구성원들과의 많은 소통이다. 함께 불만을 이야기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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