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취업 세미나가 28일 오후 7시에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해외취업고용서비스기관에서 열렸다.사진 | 김재훈 기자 hoony@kunews.ac.kr

“해외에서 사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살 걱정이 더 커요.”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다. 정부가 청년 해외진출확대사업인 K-Move를 홍보하면서 청년해외취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K-Move를 국정과제로 삼아 청년 해외취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5000명 수준인 청년 해외취업의 규모와 해외취업 장려금의 규모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이를 반영한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해외취업 알선업체와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해외취업 알선업체인 ㈜단잡 오형숙 본부장은 “2010년까지만 해도 해외취업 관련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최근 해외취업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존과 불안 사이의 청년층
청년들은 왜 해외취업을 선택했을까. ㈜단잡 오형숙 본부장은 청년이 해외취업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국내 취업난’을 꼽았다. 오 본부장은 “국내 취업 경쟁에서 밀린 청년들은 보통 ‘국내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해외에서는 인정해주는 곳이 있겠지’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국내에서 실패를 겪은 청년들의 해외취업 성공사례가 알려지며 이런 생각이 더 확산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013년 발표한 ‘직종별 해외취업 현황’자료에 따르면 해외취업에 종사하는 직종은 사무/서비스 분야가 689명으로 가장 많았고 IT분야가 13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해외취업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해외취업이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방법이 되겠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승준(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경제상태가 정체돼 청년실업문제 해결이 어려운 현실에서 해외 취업은 하나의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가 무작정 청년의 해외취업을 장려하는 것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곽 교수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청년의 중동 진출’ 발언을 예로 들며 “중동의 천연자원과 국내 인력자원의 시너지효과로 중동진출은 하나의 기회”라면서도 “하지만 당장 아랍어를 배울 환경도 마련돼 있지 않고 중동의 복잡한 정치, 문화에 대한 연구도 적은 상황에서 해외취업을 장려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 고강섭 선임연구원은 해외취업 장려의 긍정적 측면은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청년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의 ‘대한민국 청년세대 의식조사 청년 2030을 말한다’조사(2011)에 따르면 20대를 표현하는 단어는 생존(28.4%)과 불안(15.1%)이었다. 30대를 표현하는 단어는 생존(28.4%)과 경쟁(18.8%)이었다. 고강섭 연구원은 “2·30대를 표현하는 첫 단어가 ‘생존’이란 것은 그들의 요구가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할 구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해외취업은 결국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하는데 해외취업 장려가 ‘생존’, ‘불안’, ‘경쟁’을 해결할 방법이 되는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해외취업을 선택하는 청년
부산의 한 대학교 4학년인 A 씨는 현재 싱가폴로의 취업을 꿈꾸고 있다. 그는 국내 기업으로의 취업을 생각해봤지만 내키지 않았다고 했다. 대기업은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하고 중소기업은 임금과 복지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취업을 선택한 이유로 ‘국내와는 다른 기업 분위기’와 ‘해외직무경험’을 꼽았다. A 씨는 “싱가폴에서는 초과근무가 거의 없고 초과 근무를 하더라도 초과 수당을 지급한다”며 “개인의 능력이 중요시 하는 분위기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근속연수에 비해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와 싱가폴 모두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B(경영학과 04학번) 씨도 이 말에 동의했다. 그는 “싱가폴에서도 근속연수를 따지긴 하지만 국내와는 그 비율이 다르다”며 “업무능력이 좋다면 내가 팀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취업난보다는 한국에서 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눈을 돌린 이도 있다. 임동현(보과대 임상병리08) 씨는 입학하기 전부터 이민취업을 생각해왔다. 그는 미래를 생각할 때 그려지는 한국에서의 상황 때문에 이민취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평소 우리나라의 사회적 이슈를 볼 때마다 답답한 부분이 많았다”며 “교육문제만 보더라도 교육비 문제와 경쟁 위주의 시스템 등에 피로감을 느껴 이민취업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임 씨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어려움도 많겠지만 국내에서 앞으로 생활할 삶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
해외취업을 선택한 사람 중에는 직장인도 있다. 그들은 ‘한국 직장생활의 어려움’과 ‘보장되지 않는 노후’로 해외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해운업에 종사하는 C(남·36) 씨는 인도네시아에서 무역 관련 직종 재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직장생활이 힘든 이유로 ‘불안감’을 들었다. C 씨는 “국내 기업은 승진하지 못하면 관둬야하는데, 승진 비율도 매우 적다”며 “‘대기업 퇴직 후 치킨집 사장’ 말처럼 있듯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퇴직 후 재취업이 힘들기에 해외취업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영업도 해외에서 꿈꿔
취업걱정으로 자영업을 선택한 청년도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월 발표한 ‘자영업자 진입-퇴출 추계와 특징’에 따르면 2013년 자영업자 진입자 수보다 퇴출자 수가 8만 여명 더 많았다. 더욱이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인 퇴출비율이 높았다.
이태경(계명대 문예창작09) 씨는 라오스에서의 자영업을 준비 중이다. 기업의 조직문화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는 그도 처음에는 국내에서의 자영업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 국내 자영업 시장의 장벽은 높았다. 이 씨는 “국내에선 자영업시장이 포화상태고 대부분 망하는 상황이지만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미비하다”며 “그나마 프랜차이즈가 안정적이라지만 이마저도 초기 비용 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라오스를 선택한 배경으로 개척 가능성을 꼽았다. 현지 탐색을 위해 라오스를 수차례 방문했던 그는 “국가 예산이 부족한 라오스는 외국 투자를 받아 성장해 외국인들이 자영업을 시작하기 좋다”며 “현지의 한국인들도 ‘좋은 사업아이템으로 시작하면 투자가치가 높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국내의 어려움에 쫓겨 해외에서의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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