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4남매, 그리고 일가친척까지 총 11명이 본교를 졸업하거나 재학 중인 ‘고대 가족’이 있다. 사공정숙(사범대 수학교육과) 명예교수는 수학과 53학번으로, 본교에서 1968년부터 2003년까지 재직했다. 그의 첫째인 송상호(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학과 79학번, 둘째 송현옥(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영어영문학과 79학번이며, 송현옥 교수의 남편은 오세훈(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법학과 79학번이다. 사공정숙 교수의 셋째인 송현영 씨도 교육학과 82학번이며, 그의 딸인 김혜인 씨는 경영대 경영학과에 10학번으로 재학 중이다. 넷째 송상기(문과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서어서문학과 86학번이다.

▲ 왼쪽부터 송현영(교육학과 82학번) 교우, 송상기(서어서문학과 86학번) 교우, 김혜인(경영대 경영 10) 씨, 송상호(경영학과 79학번) 교우, 사공정숙(수학과 53학번) 교우, 송현옥(영어영문학과 79학번) 교우가 본관 앞에 서있다.사진|이경주 기자 race@

듣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지는 ‘고대가족’의 시작은 1953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공정숙 교수는 “6.25 한국전쟁 당시 대구로 피난을 갔는데 마침 고려대도 피난지인 대구 원대동에 임시교사를 설치했었다”며 “고려대에 입학한 것이 나의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8남매의 첫째로 본교 입학 이후 동생들도 본교로 진학해 4명이 함께 본교를 다녔다. 그의 자녀 역시 4명 모두 본교에 입학해  인연을 이어나갔다. 이어 손녀마저 본교 경영대 경영학과에 입학하여 3대가 본교를 다니고 있는 ‘고대가족’이 됐다.
이들 가족은 다른 어떤 가족보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컸다. 그렇다보니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다고 말했다. 송상호 교수는 “아들이 고려대 법대를 떨어져서 연세대 법대를 갔다”며 “아들도 고려대를 보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들이 연세대에서 한동안 구박을 받고 다녔는데 그 이유가 ‘연고전’이 아니라 계속 ‘고연전’이라고 말해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현옥 교수도 “사위가 연세대 출신인데, 어느 해 고연전 날 딸이 남자친구와 ‘연고전’에 가겠다고 했었다”며 “딸 키워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송현영 씨는 “남편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 딸이 서울대 경영학과가 아닌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돼 남편 빼고 모든 가족이 환호했다”고 말했다. 딸 김혜인 씨도 “중학생 때 삼촌이 캠퍼스투어를 시켜주셨는데 그때 고려대에 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들은 고려대만의 특별한 유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현영 씨는 아직도 고려대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 나가서도 동문들과 너무 자주 모여 주변 사람들이 싫어할 정도였다”며 “레지스탕스처럼 몰래 만나곤 했다”고 말했다. 송상호 교수는 지난 여름에 서화회 후배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나이는 학생들의 아버지뻘이지만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며 후배들이 우리를 ‘교수님’이 아닌 ‘선배님’이라고 불러 친근감을 느꼈다”며 “고려대의 가족 같은 분위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4남매 중 3명은 현재 어머니인 사공정숙 교수와 마찬가지로 교수로 살아가고 있다. 막내인 송상기 교수는 현재 본교 문과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송상호 교수와 송현옥 교수 역시 각각 경희대와 세종대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각자 가르치는 분야도 대학도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학생을 가르치는 수업스타일이 비슷하다고 그들은 말했다. 송상호 교수는 “세종대에서 경희대로 문화예술경영을 배우러 온 학생이 있었는데, 송현경 교수님과 수업 스타일이 참 비슷하다고 말해 놀랐다”고 말했다. 송상기 교수는 “재학 시절, 사범대에 가면 온 건물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며 “어렸을 때부터 봐온 어머니의 교육법이 본능적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송현옥 교수는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고 그것을 향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대학생 때 해야할 것”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으니 삶의 안개 속을 즐기며 걸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들은 개교 110주년을 맞은 본교에게 한 마디 했다. 송현옥 교수는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라며 “고려대도 문화예술에 대해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상기 교수는 “민족대학에서 세계대학으로 나아간다는 얘기를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고려대 학생이라는 자부심과 설레임을 느낄 수 있게 해야 진정한 세계대학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송상호 교수는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변해도 고려대가 그대로 간직했으면 하는 것은 선후배 사이가 돈독한 고려대만의 가족정신”이라고 말했다. 김혜인 씨는 “예전 선배님들이 그랬듯 지금의 학생들도 거시적인 안목에서 사회를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110년 역사를 가진 국내 최고의 대학인데 단순한 취업기관으로 전락한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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