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보면 채팅창을 온갖 욕설로 도배하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래도 욕설은 마음에 상처만 입히지, 같은 편의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고의적으로 다른 팀에게 져주거나 게임 진행 도중 갑자기 나가기도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LOL)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증가하자 이들을 칭하는 ‘트롤러(Troll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트롤러의 명확한 정의는 ‘온라인 게임 내에서 상대에게 의도적, 지속적으로 분노를 유발하거나 좌절을 유도하는 등 매너 없는 플레이어’다.

▲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 배심원단 시스템' 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유독 트롤러가 많은 이유는 장르의 특성에 있다. LOL은 AoS(Aeon Of Strife) 장르에 속하는 게임이다. AOS는 다수의 사람이 한 팀이 되어 다른 팀과 끊임없는 싸움을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플레이어가 한 팀이 되어 움직이기 위해선 팀 내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 도중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클레어(Claire Hardaker, 영국 랜처스터대 언어학과) 교수는 “익명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트롤링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접속하는 온라인 게임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을 그대로 답습한다. 익명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때로는 친분관계를 쌓아가며 협동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지켜져야 온전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비공식적인 불문율일 뿐 어떠한 강제성이나 법적인 근거가 없다. 때문에, 기본적인 배려와 예의에 대한 개개인의 인격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을 해도 누군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일부 플레이어가 통상적인 사회 규범을 벗어나는 돌출행위를 한다.
LOL은 이런 돌출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트롤링 제재 강화와 매너플레이어에 대한 지원을 펼쳐왔다.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트롤링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게임 이용 영구제한 등과 같은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한다. 매너 플레이어에게는 격려 차원의 포상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치는 트롤링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012년 말, LOL 측은 ‘게임 배심원단 시스템 (트리뷰날, The Tribunal)’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유저 스스로 트롤링에 대한 제재 여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해당 시스템에서는 각각의 트롤링에 대해 배심원단으로서의 유저의 의견을 모아 신뢰 높은 결론을 도출한다. 유저는 ‘게임 배심원단 시스템’ 메뉴를 이용해 신고 받은 유저의 게임 내용을 열람하고, 이에 대한 처벌 여부(유죄, 무죄)를 선택해 평결에 참여할 수 있다.
게임 배심원단 시스템에 이용되는 트롤링의 구분 항목은 △공격적인 언어사용 △의도적으로 적에게 죽음 △팀원과의 의사소통 거부 △의도적으로 같은 메시지 전송을 비롯한 10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유저들은 이를 이용해 일일 평균 약 2,500건의 평결을 내린다. 이는 트롤링이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민감한 주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자료│정돈욱, <온라인 게임 트롤링 : 발생 과정과 유형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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