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8 09:56 (금)
우리의 밥 값은 우리가 정한다
우리의 밥 값은 우리가 정한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15.05.18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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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생협에선 아메리카노를 1100원에 판매한다. 사진|차정규 기자 regular@

‘ 아메리카노 1100원, 오븐스파게티 떡볶이 3500원, 봉골레 스파게티 5900원.’ 연세대 학생식당 메뉴의 가격이다. 본교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연세대에선 가능한 이유가 뭘까. 생활협동조합 때문이다.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정의한 협동조합의 뜻이다. 생활협동조합(생협)은 기존의 경제체제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비영리성을 원칙으로 수익을 조합원에게 환원하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된 2012년 12월 1일부터 현재까지 설립된 협동조합은 약 7000여 개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증가한 협동조합은 대학사회에도 존재한다. 대학생활협동조합(대학생협)은 학내 구성원이 스스로 필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학내 소비환경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 대학생협은 5월 기준 국립대 19개, 사립대 14개로 총 33개 대학에 설치돼있다. 대학생협은 대학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배움의 장으로서의 대학생협
생협은 민주적 원리에 따라 운영되며 조합원의 자율과 자치를 핵심으로 한다. 과거 학생들이 학내 후생복지시설 문제에 대한 해결수단으로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는 협동조합의 운영원리에 있었다. 협동조합에는 지켜야할 7대 원칙이 있다.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다. 대학생협 정선교 대리는 “민주적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대학생협은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개선해나가면서 자율성과 독립성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비영리성과 출자좌수에 관계없는 1인 1표제를 필수 조건으로 한다.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회를 통해 운영진과 이사장을 정하고 그 절차는 모두 정관에 기반해 실행된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손범규 연구원은 “협동조합은 효율성‧효과성이 당위성을 잠식해버린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경제적 대응방편”이라며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민주적인 거버넌스로 운영되는 사업체”라고 말했다.
김균(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협이 대학생의 공동체 의식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학생들은 함께, 스스로 무언가를 진행해본 경험이 적다”며 “학내 식당의 메뉴와 가격을 정하는 것부터 재정 관리까지 모두 조합원 및 운영진이 정해야 하는 생협은 학생들이 진정한 의미의 자치를 알게 한다”고 말했다.
각 학교 생협의 학생위원은 생협의 운영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학생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 이화여대 생협 학생위원장 박서정 씨는 “생협에서 학생위원으로 일하면서 자율‧자치‧민주‧비영리성 등 생협의 설립 원칙을 실감하고 있다”며 “조합원에게 운영구조를 공개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총회 외에도 다양하게 조합원 개인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생협을 보면서 바른 자치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합원에게 수익환원을
현재 서울 내 사립대 중 대학생협이 설치된 곳은 △서울대 △서울과학기술대 △경희대 △국민대 △동국대 △숭실대 △연세대 △이화여대 총 8곳이다. 해당 학교의 학생‧교수‧직원이라면 누구든지 생협에 가입할 수 있다.
대학생협은 장학금, 근로 장학생 선발, 배당 등으로 조합원들에게 수익을 환원하고 있다. 연세대 대학생협 관계자는 “조합원에게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려 한다”며 “매장 운영으로 발생한 잉여금은 생협 이사회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원에게 전액 환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적립된 생협 장학기금의 이자를 이용해 2014년 기준 생협 수익의 25.3%를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대학생협의 수익금은 크게 장학금과 배당금 지급으로 환원된다. 2014년 기준 서울대, 이화여대, 연세대는 생협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생협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고 경희대는 ‘생활비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외에 생협에서 근무하는 학생들에게 근로 장학금을 전달한다.
이용고 배당은 생협 매장에 사용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적립하는 것을 말한다. 경희대 대학생협은 “생협은 조합원이 생협을 얼마나 이용하느냐에 따라 배당이 주어진다”며 “생협매장을 이용할 때마다 사용 금액의 5%를 적립해 교내 생협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협 본래의 원칙과 의미를 지켜야
하지만 일부 대학생협에선 그 원칙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세대, 전남대, 강원대의 경우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등록금 고지서에 생협에 관한 안내서를 첨부하고 출자금 납부를 선택하도록 한다. 잡부금으로 명시된 출자금 납부를 선택하면 자동적으로 생협에 가입되는 시스템이다. 연세대의 경우 2015년 1월 학부생 22,502명, 대학원생 9,696명이 조합원으로 등록돼 있다. 이는 연세대 재학생 수(2014년 기준 19,227명)를 초과하는 숫자다. 연세대 생협 이항서 과장은 “개인이 다른 년도에 추가로 구좌를 납부하면 한 조합원이 2명으로 명시되기도 한다”며 “조합원 자격을 가지지만 재학생에 포함되지 않는 휴학생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입신청서를 쓰고 자발적인 가입 절차를 받는 타 대학 경희대(약 34%), 서울대(약 12%)와 가입률에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높은 조합 가입률이 생협에 대한 구성원의 폭넓은 이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윤지훈(연세대 언더우드국제학부15) 씨는 “선택사항이긴 하지만 등록금 고지서에 그냥 있으니까 정확히 모르고 내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며 “생협에 관해 자세한 건 모르고 학내에 24시간 편의점 같은 곳으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이 생협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조합원이 되고 출자금을 납부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손범규 연구원은 “생협 운영은 자발적인 조합원의 가입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런 형태는 자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운영의 편의성 보다는 조합원이 생협에 대해 자세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기에 사무국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생협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가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협이 학교 법인 소속으로 돼 있어 자율 운영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권종탁 사무국장은 “몇몇 대학에서는 발전기금의 명목으로 생협에 이익 창출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자율 운영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대학에서는 생협 잉여금 혹은 수익금의 일부가 ‘학교 발전기금’으로 전출되고 있다. 이화여대 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생협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학교 법인 소속”이라며 “따라서 수익이 발생하면 출자 장려금, 이용금 배당, 시설 적립금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대학 기금으로 반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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