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게에서 B맥주 소량 입고, 빨리 방문해야겠네요.’ 본교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특정 맥주 입고 소식을 알리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맥주가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뚜렷한 기호를 가지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맥주에 취향이 담기고 있는 것이다. 맥주에 빠져있는 사람을 이르는 ‘맥덕(맥주 덕후)’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맥주 소비 트렌드, 그리고 맥주 인기의 요인을 알아봤다.

▲ 사진|차정규 기자 regular@

소비자 욕구로 종류도 다양해져
에일(ale) 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을 강타했다. 에일 맥주는 상온에서 발효시켜 진하고 씁쓸한 맛과 특유의 향이 강한 맥주 종류다. 향과 맛이 각기 다 다르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과일이나 커피 등 독특한 향이 첨가돼 20대, 30대에게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안암동 펍 나이로비(nairobi)의 박진성(국제학부 07학번) 사장은 “에일 종류가 단연 인기”라며 “가장 대중적이고 잘 알려진 페일 에일(pale ale)이 인기지만, 아이리쉬 레드 에일(irish red ale)을 비롯해 다양한 에일 맥주도 잘 나간다”고 말했다. 대경대 평생교육원에서 ‘수제 맥주 제조과정’을 운영한 구본자(대경대 호텔조리학부) 교수는 “에일 맥주는 과일 등에서 추출한 일종의 ‘감칠맛’이 추가된 것이기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맥주시장에선 몇몇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라거(lager) 맥주로 소비가 제한돼 있었다. 맥주에 대한 소비자 입맛도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맥주가 수입되면서 소비의 폭이 넓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맥주 수입 규모는 2009년 1646만 달러에서 2013년 3950만 달러로 증가했다. 주2회 맥주를 마신다는 김성원(문과대 심리09) 씨는 “브루독이나 발라스트포인트 등의 수제 맥주는 맛에 개성이 있으며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해 즐겨 마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형 맥주 브랜드도 다양한 에일 맥주를 출시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퀸즈에일(queen's ale), OB맥주의 에일스톤(alestone) 등이 그 예다. 정철(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제조사들도 라거 타입의 맥주만으로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에일 맥주를 출시해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소비량 늘어나
여성의 맥주 소비가 늘어나면서 업계 역시 여성 입맛에 맞추고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성을 겨냥해 가볍고 상큼한 맛을 자랑하는 벨기에식 밀 맥주나 과일 향이 강한 사이다(cider) 등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정영신(문과대 사회12) 씨는 "주로 IPA나 밀 맥주를 즐겨 마시곤 한다“고 말했다. 나이로비 박진성 사장은 “과일 향이 있는 레드 에일(red ale), 벨기에식 밀 맥주 등이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여성이 맥주 소비의 중축으로 자리하게 된 이유는 여성들이 도수가 낮은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구본자 교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펍에서 맥주를 즐기는 여성이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알고 마시면 더 즐거워
맥주를 단순히 마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경희대 관광대학원은 2014년 비어소믈리에, 브루마스터 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맥주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관련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해당 과정은 맥주 이론 및 제조, 테이스팅 및 평가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OB맥주는 2013년 맥주문화체험관을 개설해 맥주 전문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맥주의 역사와 발효법, 맛있게 마시는 방법 등에 대한 강의다. OB맥주 홍보팀 이은아 차장은 “지금까지 9200명 이상이 강의를 들었다”며 “국내에 올바른 맥주문화를 확립하고 맥주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을 전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일 맥주를 처음 접하려는 사람에게 부드럽고 향이 약한 에일 맥주를 먼저 마셔볼 것을 추천했다. 맥주 토크쇼 ‘비어토크’를 진행했던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 씨는 “부드러운 에일인 페일 에일, 앰버 에일(amber ale)부터 시작해 맛과 향이 강한 종류인 인디안 페일 에일(Indian Pale Ale, IPA), 스타우트(stout) 등을 순차적으로 즐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나이로비 박진성 사장은 “많이 마셔보고 자신이 원하는 맛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수제 맥주 개발에 박차
수제 맥주(craft beer)는 국내 맥주 시장의 또 다른 트렌드다. 소규모 양조가 활기를 띤 데에는 2002년 1월 주세법 개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월드컵 등을 대비한 관광산업 지원을 위해 양조에 대한 규정이 완화됐다. 이로 인해 소규모 맥주 제조장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나게 됐다. <나만의 맥주 만들기>를 쓴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조호철 분석조사계장은 “미국의 브루펍(brew Pub)과 같이 영업장 내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고객이 음용하도록 허용했다”며 “누구나 쉽게 소규모 맥주 제조장에서 맥주를 마시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2014년 홍종학 국회의원이 발의한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국내 수제 맥주 시장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 맥주 시장에서도 소비자가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프로슈머화가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가 가정 등에서 직접 양조를 하는 홈브루잉(home brewing)이다. 맥주 커뮤니티인 ‘비어포럼(beer forum)’에서는 홈브루잉에 대한 문의가 쇄도한다. 취미로 홈브루잉을 한다는 블로거 까꽁 씨는 “입맛 따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비어머신만 있으면 레시피를 보고 따라할 수 있어 쉽다”고 말했다. 이에 정철 교수는 “수입 맥주가 다양해지더라도 품목은 한정돼 있는데다가 가격도 비싸 홈브루잉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용어 정리
라거(Lager)
: 라거 맥주는 저온에서 발효하는 하면발효법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보리의 홉 맛이 적어 씁쓸함이 적다. 목 넘김이 청량하고 탄산이 강하다. 국내 대기업 맥주 대부분이 라거 맥주에 속한다.
에일(Ale)
: 에일 맥주는 고온에서 발효하는 방법인 상면발효법으로 만들어진다. 보리의 홉 맛이 강해 씁쓸한 맛과 특유의 향이 강하다. 라거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기네스(Guiness) 등이 있다.
밀 맥주
: 보리가 아니라 밀을 주 원료로 사용해 만든 에일 맥주다. 비교적 밝은 색이 돌아 백맥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독일식 밀맥주는 보리와 밀을 같이 써서 묵직하며,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er) 등이 있다. 이에 비해 벨기에식 밀 맥주는 과일향이나 꽃향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호가든(hoegaarden)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이다(cider)
: 과일 등을 발효시켜 만든 주류로, 1905년 청량음료 상표로 사용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청량음료로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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