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 13:32 (금)
불황 속 작은 사치 열풍 분다
불황 속 작은 사치 열풍 분다
  • 유민지 기자
  • 승인 2015.05.26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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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민(여·23) 씨는 술은 8000원 가량의 수입 흑맥주만을 마신다. 비싸지만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그는 맥주를 마실 때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했다. 대신 박찬민 씨는 식비나 의복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하곤 한다. 밥도 밖에서 사먹기보다는 집에서 먹는다.
맥주에도 작은 사치 바람이 불고 있다. 본교 소비자광고심리연구실의 성영신(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생존을 위해 먹는 밥과는 별개로,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비싸고 고급스러운 맥주를 소비하는 것이 작은 사치”라고 말했다. 맥주 시장을 강타한 소비 트렌드, 작은 사치에 대해 짚어봤다.

▲ 일러스트 | 김채형 전문기자

특정 항목에서 고급 소비해
작은 사치란 오감을 만족시키는 사치다. 특히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20, 30대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이규대(문과대 일문07) 씨는 “월수입의 40%정도를 재즈 음악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재즈 바에서 위스키와 와인을 마시는 데 쓰곤 한다”며 “대신 종종 패스트푸드 등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말했다.
‘작은 소비의 작은 탈출구, 작은 사치가 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황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작은 사치는 절제된 소비의 작은 탈출구”라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며 절제하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활력을 준다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5>에서는 이를 생필품은 값싼 것을 찾으면서 특정 용품에는 고급 소비를 집중하는 현상인 ‘로케팅 소비’라고 일컫기도 했다. 작은 사치는 한편으로 ‘소비의 이중인격화’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어떤 항목은 극도로 절약하며 어떤 항목에서는 거침없이 소비하는 양극화된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김성원(문과대 서문10) 씨는 “절약을 행하다가 가끔 비싼 맥주를 소비하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은 사치가 가져온 시장의 변화
작은 사치는 프리미엄 맥주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수입 맥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바틀샵에서도 값이 비싼 맥주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병에 1만 원을 호가하는 맥주도 있다. 주 2회 정도 맥주를 마신다는 신윤하(한국외대 영문13) 씨는 “비트버거나 기네스 등을 즐기며, 맥주 소비에 일주일에 3만 원 정도 쓴다”며 “비싸더라도 맛있기에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맥주 시장을 더불어 디저트 시장도 작은 사치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통과일 아이스 바 브랜드 ‘브릭팝’은 천연 재료로 만든 홈메이드 스타일로, 3800원 이상의 고품질 아이스 바를 선보인다. 브릭팝 담당 업체인 몽키플러시 마케팅팀 관계자는 “현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가치를 소비하기 원한다”며 “브릭팝은 단순히 통과일 수제 아이스 바를 파는 게 아니라 건강한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작은 사치의 범위는 맥주, 디저트 등 특정 카테고리를 넘어서 일상적인 카테고리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 개개인의 입맛에 맞춘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가 증가했고 김밥 가게도 5000원이 넘는 유기농 프리미엄 김밥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황혜정 연구위원은 “먹고 마시는 등의 일상적인 카테고리는 제품 가격이 절대적으로 낮아 고가 소비를 하더라도 부담이 적은 반면 사치를 누렸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렌드 코리아 2015>에 따르면 이는 일종의 보상심리와 연관돼 있다. 주머니 사정은 얇아졌지만 특정 카테고리에서 고급스러움을 향유하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는 것이다.

현재를 즐기는 소비 늘어나
작은 사치는 경제 불황에도 이어진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더라도 소비 욕구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현실적인 경제적 제약을 고려해 ‘작은 사치’라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20, 30대가 현재지향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 역시 작은 사치의 증가 원인 중 하나다. 생존을 위한 소비가 주를 이룬 기성세대와 달리 20, 30대는 일상생활을 즐기는 소비를 주로 하기 때문이다. 성영신 교수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라면 현재의 고생도 감내할 수 있지만, 현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현재 지향적 소비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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