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은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교계는 올해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큰 행사를 준비했다. 16일 진행된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대표적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대한불교 조계종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대규모 불교 행사로, 주최 측 추산 30만 명이 참가해 부처의 가르침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본교에도 불교를 공부하는 교수님들이 계시다. 불광연구원 편집위원으로 활동하시며, 2011년 불교평론에서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하셨던 조성택(문과대 철학과) 교수님, 불교의 철학적 내용을 과학에 접목시키는데 노력하시는 양형진(과기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교수님께 현대 불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6일 오후 5시, 시청역에서 광화문까지 걸어가는 길. 사찰 이름이 쓰인 피켓을 든 스님들 뒤로 줄지어 따라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듯 피켓에 쓰인 사찰 이름이 다양하다. 행사로 인해 통제된 세종대로(광화문 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 구간은 차도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김지민(여·18)씨는 대형 연등 조형물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2시간 째 기다리고 있는 건데 사람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어요. 광화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건 처음 봤거든요. 행사도 어떻게 진행될지 정말 기대돼요.”

▲ 조계종의 종정예하인 진제 스님

세계간화선무차대회의 시작은 ‘릴레이 달마 토크’였다. 세계 각지에서 온 고승들이 한국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말하는 순서였다. 러시아에서 온 텔로툴쿠 스님은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인 평화를 얻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평화는 기도하는 것만으로 올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내면을 가꾸려 계속 노력하고 평화를 쟁취하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달마 토크가 끝나자 사회자가 동국대 운동장에서 시작한 연등행렬이 도착했다고 알려왔다. 작은 연꽃 모양의 등을 두 손에 얹어 걸어오는 스님들 뒤로 신자들이 막대에 걸려 있는 삼각형의 등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충주에서 왔다는 이순례(여·56)씨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연등행렬을 지켜봤다. “이거 보려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울에 올라왔는데 그 값하네. 정말 예쁘지 않아요?”
연등행렬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마무리되자 전광판에 네팔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나왔다. 4월 25일, 네팔에서는 진도 7.8의 지진이 발생해 1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낳았다. 지진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공연이 시작됐다. 무대 위에 북소리가 울리고 흰 지전을 든 무용수와 비나리 소리꾼들이 관중석 중앙을 통해 입장했다. 무용수들이 든 지전은 긴 종이가닥을 여러 겹으로 모아서 한데 묶은 형태로, 종이가닥에 구멍이 오려져 있어 마치 엽전다발을 길게 늘어뜨린 모양이었다. 흰 지전을 날리며 춤추는 진혼무를 끝으로 공연이 마무리됐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중앙에 조명이 밝혀지더니 조계종의 종정예하인 진제 스님이 한 송이 꽃을 손에 쥔 동자승 7명이 등장했다. ‘종정예하’는 조계종파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종단의 가장 큰 어른이다. 종정은 노란 승복을 입고 수행승이 지니는 지팡이인 주장자를 든 채 입장했다. 동자승 7명은 석가모니가 탄생 후 일곱 걸음을 걸었던 것을 상징화한 것이다.
잠시 조용해진 장내에 죽비소리가 울리자 법좌에 등단한 종정예하가 주장자를 잠시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그리곤 장내에 물음을 던졌다. “옛 부처가 나기 전에 누가 우주의 주인공인고? 고요하고 고요해서 그 체성은 평안한지라. 온 세계가 한 집이요. 정이 있고 정이 없는 모든 만물이 한 몸이로다. 대중여러분께서는, 방금 산승이 말한 그 주인공을 아시겠습니까?”
종정예하는 이를 천지만물의 근본이고 모든 중생의 마음이라 말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참된 나를 찾는 것이 영원한 행복과 대지혜를 누리는 기본이라 했다. 이는 간화선무차대회의 주제인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된 나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종정예하는 이어 참된 자아를 깨닫기 위해 우리가 어떠한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여섯 가지로 정리해 말했다. “첫째는 만복과 덕행을 쌓아야 함이요, 둘째는 청정하고 성실하여 품행을 단정히 해야 함이요, 셋째는 마음에 일어나는 온갖 분별심을 이겨내어 장애를 걷어 내는 것이요, 넷째는 화두를 잘 참구하여 중생의 미혹한 마음을 닦는 것이요, 다섯째는 마음을 닦아 온갖 두려움을 없애 참된 평화를 얻는 것이요, 여섯째는 일체를 다 알아 무애자재한 삶을 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섯 가지 나아갈 길을 지극한 마음으로 행하시면 필경에 진리를 깨닫게 될 뿐만 아니라, 대중의 화합과 행복한 정토사회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30여 분간 진행된 법어는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비는 말로 마무리됐다. 모든 영가들이 부처님의 극락정토에서 안락을 누림과 동시에 광화문광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진리의 낙을 누리길 바란다고 했다. “내년갱유신조재(來年更有新條在)하야 뇌란춘풍졸미휴(惱亂春風卒未休)로다. 내년에 다시 나뭇가지에 새 움이 자라서 봄바람에 어지러이 쉬지 못한다” 집 근처라 우연히 들러봤다는 최민기(남·26)씨는 법어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고 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스님이 하셨던 말들을 곱씹어보면 배울 점도 많은 것 같고, 특히 참된 나를 찾으라는 게 정말 가슴에 와 닿았어요.” 
세계간화선무차대회의 마지막 순서는 참가자들이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것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주최 측에서 지급받은 연등에 불을 밝히자 네팔, 러시아, 방글라데시에서 온 스님들이 무대에 올라와 세계평화기원문을 낭독했다.

“자비의 위대한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세계 종교인들은 기도와 수행의 힘으로 자신과 세상을 정화하며, 힘들고 고통 받는 우리 이웃들을 내 몸과 같이 보살펴야 하는 사명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 온 인류가 한 가족임을 깨달아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며, 지구촌의 모든 소외되고 고통 받는 형제들을 지원하는 인도적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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