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자녀는 가족에서 완전히 독립하기 위해 세 가지 준비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야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고, 가사노동 등 자기 신변 정리가 잘 돼 있어야 한다. 이를 ‘홀로서기(individuation)’라 부르며 학자에 따라 ‘개별화’, ‘자기 분화’라 부르기도 한다. 정순화(사범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홀로서기 위해선 위 세 가지 중 자신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길 권했다. 가족에서 독립과 의존의 기로에 놓인 대학생 자녀와 부모 관계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정순화 교수에게 물었다.

- 자녀가 대학생이 되면 부모와의 관계가 변하나
“두 위기에 서 있는 사람이 만나는 시기기 때문에 변해야 한다. 청년기의 대학생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상향곡선을 그리지만 완전한 독립과 정체성을 이루지 못한 위기에 놓여있다. 부모 세대는 신체적인 변화와 사회지위 상의 변화로 인생의 하향곡선을 그리는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당사자가 변하기에 부모와 자녀관계도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더는 부모 자녀 관계가 위아래 관계가 아니고, 성인 대 성인의 수평적 관계가 되기에 이 또한 부모 자녀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게 된다.”
-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당연하다. 한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부모와 자녀 관계에 대한 관심이 적다. 그래서 ‘20대 자녀의 진로 선택에 부모가 미치는 영향’, ‘대학생 자녀의 연애에 부모가 미치는 영향’과 같은 연구가 대부분이다. 자녀의 진로와 연애, 그리고 결혼이 가장 관심받는 20대의 발달과업이기에 이를 중심으로 부모의 역할이 연구된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하는 건 그 기저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변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청년기 자녀를 둔 부모의 역할은
“상담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 중요하다. 상담자 역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자녀에게 ‘언제든지 네가 필요로 하면 쉴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해 줄게’라는 믿음을 주는 ‘뿌리’, 둘째는 멀리서 자녀를 바라보며 자녀가 훨훨 날게 해주는 ‘날개’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가 청년기 이전에 온전한 관계를 맺지 못했을 경우, 부모와 자녀는 서로 다른 메시지를 주고받게 된다. 부모가 성인인 자녀가 혼자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겨 날개적 태도를 보인 일에 오히려 자녀는 부모가 뿌리적 입장을 취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한 예다. 특히 한국엔 날개적 입장을 소극적으로 취하는 부모가 많은데, 날개적 입장에 대한 부모의 존중이 이뤄져야 자녀가 비로소 홀로 설 수 있다.”
- 20대 자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부모와의 많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독립하기 전인 대학생 시기는 부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는 부모와 자식이란 관계를 일차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시간이자 자녀가 성숙하게 떠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하는 자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녀와 부모는 ‘자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엄마! 제가 한 번 수저로 동생 머리를 때렸을 때, 왜 그렇게까지 심하게 혼내셨어요? 저 정말 무서웠어요’라고 부모님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는 대화를 통해 부모에게 정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원피스와 비슷한 무늬의 원피스를 선물하면서 ‘어릴 때 이거랑 비슷한 원피스를 입으셨잖아요’라고 한 마디 건네는 것이다. 이는 부모에게 자식이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단 기쁨을 안겨주게 된다.”
-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는지 모르는 학생이 많다
“인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아침에 아버지께 ‘안녕히 주무셨어요’ 혹은 상을 차려주신 어머니께 ‘음식이 정말 맛있네요’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그 한마디를 던져야만 다음이 보인다. 아무리 바빠도 5분이란 시간은 부모에게 다가가는 시간으로 쓰길 바란다. 한 번의 시도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더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자녀는 어머니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버지라는 존재를 그려왔다. 상대적으로 어머니와 달리 자녀와 대화하는 법을 모르고, 자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아버지와의 끈을 다시 잇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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