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마지막 학기를 끝낼 무렵 여름방학 인턴에 지원하기 위해 이력서를 썼다. 이름부터 주소까지 써내려가는 것도 자기소개를 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제일 힘들다고 손꼽히는 ‘앞으로 이 회사에 들어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질문도 쓸 만했다.
날 어렵게 한건 의외의 질문이었다. ‘취미는 무엇인가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학생활 중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음악, 영화감상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오직 A+ 받기 위해 학교에 다녔고, 스펙 쌓기와 조기졸업을 위해 치열하게 밤을 새우고 공부했다. 방학이면 닭장과 같은 곳에서 영어공부를 했다. 소위 말하는 대기업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정말 좋아하는 것들은 만져보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들어가려는 회사는 어떨까. 사실 이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다. 단순히 내 대학생활을 돌아봤을 때, 이 분야에 경험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나도 안다. 이 일을 평생 업으로 삼아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졸업반이고, 어서 취업해 부모의 부담을 덜어 드려야 한다. 
한 동요제에서 ‘여덟 살의 꿈’이라는 참가곡의 가사가 화제가 됐다. 한 음악교사가 초등 1학년생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만든 노래다. ‘나는 영훈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사람들은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 가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게 정말 반전일까? 우리는 소위 좋은 스펙을 가졌으면 높은 지위의 직업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스펙을 쌓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성공은 고학력과 스펙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 직장을 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우린 어쩌면 작은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스펙을 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미 그 구멍보다 큰 인재라는 사실을 모르는 채 말이다. 낙타가 바늘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그 바늘을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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