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본인제공

- 어디로 여행했나
“2013년 6월, 이스라엘에 도착해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일주일의 시간을 얻어 프랑스 친구와 함께 이스라엘 일주를 하게 됐다. 북쪽의 끝자락에 있는 도시인 아코부터 남쪽의 끝자락에 있는 엘리앗까지 여행하면서 중요한 관광지역은 다 들르기로 했다. 특히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 예루살렘이었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박물관, 통곡의 벽, 교회 등 볼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여러 나라의 침략을 받았기에 시기마다 문화와 문물이 다르다. 예루살렘과 그 주변 유적들은 이 모든 역사를 거쳐 갔다. 지배민족이 바뀌어도 계속해서 자리를 유지한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 역사를 모두 경험한 곳이라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에서 갈라진 벽 틈 사이로 자신들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넣고 기도한다.”
- 여행 중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이스라엘을 여행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루는 고속도로 주변에 텐트를 치고 자려고 했다. 텐트를 치고 있는데 괴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둠 속에 눈동자 두 개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순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도망쳤다. 나중에 마을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그게 늑대와 비슷한 코요테라고 했다. 정말 놀랐다. 또 한 번은 같이 여행하던 친구와 호기심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접경지역인 가자지구 주변에 가보자고 했다. 가자 지구 주변을 5분 정도 걸었는데 뉴스에서 본 것처럼 부서진 건물에서 연기가 났다. 긴장하면서 걸어가는데 갑자기 옆 골목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 뜻 깊었던 일은
“예루살렘엔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인 성 안나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교회가 있다. 그 교회 옆에 과거에 연못이었던 베데스다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베데스다와 성 안나 교회를 설명해주는 안내책자가 있다. 관광객이 많다 보니 일본어, 중국어를 포함해서 여러 언어로 번역돼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언어 중에 한국어가 없었다. 그래서 관리인에게 이 책자를 한국어로 번역해 보낼 테니 배치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에 돌아와 번역한 책자를 그곳에 보냈고, 지금은 베데스다에도 한국어로 된 책자가 있다. 큰일은 아니지만, 굉장히 뿌듯했다.”
- 여행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세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먼저 사해에 갔을 때는 물에 편하게 누울 수 있어 굉장히 신기했다. 다만 염분이 높아서 사타구니와 겨드랑이가 따가웠다. 사해에서 염두해둬야 할 것은 30여 분마다 바다에서 나와서 몸을 씻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삼투압 현상 때문에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즈페 라맨(Mizpe Raman)이라는 큰 분화구 지역 마을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공장이나 상업시설이 하나도 없어 공기가 맑았고 경치도 좋았다. 밤에 야영을 했는데 주변에 불빛이 없어서 하늘 전체가 별로 가득했다.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또 한 번은 사막을 몇 시간씩 걸은 적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수평선 끝까지 나, 함께 여행한 프랑스 친구 둘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에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경건해졌다. 걸으면서 친구와 서로의 가치관도 공유하고 인생에 대해 이야기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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