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차정규 기자 regular@

- 어디로 여행했나
“대학교 2학년 때, 친구와 지도를 보다가 한반도의 척추처럼 동해안을 따라 나 있는 도로를 발견했다. 7번 국도로 불리는 그곳은 군대 가기 전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던 나의 흥미를 끌었고, 망설임 없이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이제는 새로운 7번 국도가 생기면서 옛날에 있던 7번 국도가 이용되지 않지만, 그 국도를 따라 가파른 언덕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면 절경이 많고 특히 탁 트인 푸른 바다가 보여 좋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강원도와 경상도의 경계였다. 강원도와 경상도 사이에는 높은 산이 있는데 아스팔트 도로가 깔렸긴 했지만,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무려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자전거를 끌어야 할 정도로 높은 산이었다. 예전에 이 도로를 여행했던 선배가 이 산에서 내려가다 넘어지는 바람에 여행을 포기했다는 말을 들었던지라 일행 모두 긴장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원한 바람을 맞는 순간 모든 긴장이 사르륵 풀렸다. 그 순간 너무나도 행복했다. 브레이크를 놓고 아찔함을 즐겼다. 올라가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었는데 그렇게 내려오니 딱 5분이 지나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 힘든 오르막은 길고 기쁜 내리막은 짧구나.’ ‘기쁨은 짧으니 우물쭈물하기보단 브레이크에서 손 놓고 잘 즐기자’는 생각을 했다.”
- 여행 중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폐쇄된 도로라 지도에 나와 있는 것과는 종종 다른 경우가 있어 길을 찾는데 조금 헤매곤 했다. 하지만 그런 문제보다 가장 큰 문제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자전거 여행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안장이라는 것 자체가 장시간 앉아있기에는 불편하다 보니 곤란한 부위가 곤란하리만큼 아팠다. 자전거 여행을 갈 때 여러분들은 반드시 방석을 챙기길 추천한다.“
-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자전거로 7번 국도 여행을 가자는 말이 나왔을 땐 친구들과 놀러 간다는 생각에 들떠서 마냥 기쁘기만 했다. 하지만 여행을 시작하면서 이런 마음은 180도 바뀌어버렸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니 말 많고 장난기 넘치던 일행의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5박 6일이란 기나긴 자전거 여행은 내게 큰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서로의 자전거 속도가 다르다 보니 함께 여행하면서도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 각자 달리는 속도는 다르더라도 결국은 만나는 도착지가 같다는 것은 내게 ‘따로 또 같이’ 하는 여행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여행을 다녀온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종종 눈에 그때의 풍경들이 아른거리곤 한다. 풍경에 땀이 섞일 때야 비로소 그 풍경이 가장 아름다워진다. 더 늦기 전에 땀 흘리고 오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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