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그려낸 우리 사회의 ‘틈’
붓으로 그려낸 우리 사회의 ‘틈’
  • 심정윤, 유가영 기자
  • 승인 2015.07.2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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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말했다. ‘틈’은 빈 공간이자 열린 공간이다. 결핍의 공간이자 충만의 공간이다. 우리는 ‘틈’이 생기면 어느 순간에 그 틈을 메꾸려고 한다. 비어있는 그 자체를 바라보지 못한다. 오히려 진짜 메워야 할 것은 버려져 있다.

전시 ‘틈’은 우리 사회 속에서의 ‘틈’을 주제로 한다. 김호석 작가는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사건이 보여준 우리 사회의 비극적 ‘틈’이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의 ‘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작 중 일부를 소개한다.

 

1. 물고기는 알고 있다 (2014)

작가는 작품이 물속의 진실을 알고 있는 물고기와 세상의 진실을 알고 있는 호랑나비가 만나 인간이 전달받을 수 없는 소리를 속삭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고 팽목항에서 낚시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는 “유가족이 얼마나 물속의 진실을 알고 싶었으면 물고기를 잡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울부짖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먹색을 기본으로 한 수묵 담채화로, 희망이 없는 사회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가장 기본적이고 정적인 기법으로 사회의 공분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큰 소리를 내어 울분을 토하기보다 담담하게 작품에 표현할 때 그 힘이 더욱 강하다”고 말했다.

2. 자식인 줄 알았는데 허공이었다 (2015)

작품 속 엄마는 흐릿한 형체로 표현된 아들을 안고 있다. 이 작품은 2014년 4월에 발생한 윤 일병 사건을 주제로 자식을 잃은 엄마의 슬픔과 절망을 표현했다. 주름진 손으로 허공을 껴안는 엄마의 모습에서 윤 일병 사건뿐 아니라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의 슬픔이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허공인 자식의 모습을 ‘홍운탁월(烘雲托月)’ 기법으로 그려냈다. ‘홍운탁월’은 ‘구름을 그려 달이 드러나게 한다’는 뜻으로 대상의 주위를 어둡게 칠해 대상을 돋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3. 통해라 (2013)

작품의 모델은 실제 작가의 아내와 딸로, 작품 속 모녀는 함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김호석 작가는 “딸은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동영상에 집중하는 반면, 엄마는 시큰둥한 얼굴로 쳐다본다”며 “대비되는 모녀의 모습으로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소통 과정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작품 속 모녀는 김호석 작가의 실제 가족이지만, 이 ‘가족’이 전달하는 의미는 공공성(公共性)을 지닌다. 김 작가는 “내가 그린 ‘가족’이 내 가족이자, 너의 가족이자, 세계의 가족이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며 “그림은 사적인 범주에만 그치면 힘이 없다”고 말했다. 보편성과 범 세계성이 없는 그림은 작가에게만 절박한 이야기고 자신을 위한 그림일 뿐이라는 것이다.

작품 속 두 여인의 부드러운 살결은 ‘배채(背彩)법’으로 그려냈다. 전통 한지의 뒷면에 채색하는 기법으로, 뒷면에 채색한 색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배어 나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4. 어머니 (2010)

작가는 간장을 푸기 위해 장독대를 열어보는 어머니의 얼굴을 그렸다. 간장에 비친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 속 인물은 실제 김호석 작가의 어머니로, 작가는 자식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다 한 어머니가 간장이 줄어들수록 위대한 이름만 남겨놓고 소멸함을 표현했다. 평생 자식을 먹여 살린 짭짤한 간장의 냄새는 엄마의 냄새이기도 하다. 작가는 “세월이 흐르며 죽음을 향해 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애달프다”고 덧붙였다.

 

사진│고려대 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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