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제대로 하는 국숫집이 있다. 2013년 2월 제기시장 근처에 문을 연 ‘국수사랑’이다. 가게는 10명 남짓 들어가면 꽉 찰 만큼 아담하지만, 국수의 깊은 맛과 푸짐한 양은 ‘사랑’ 그 자체다.

겉보기엔 평범한 듯 소박한데 국수 맛의 내공이 깊다. 일반적인 국숫집이 멸치와 디포리(밴댕이)만을 사용해 육수를 우려내지만 이곳은 특이하게 양파껍질과 고추씨가 더 들어간다. 육수에서 가장 중요한 멸치는 서성희(여·57) 사장이 매번 직접 보고 고르는데, 자잘한 크기로 깨끗하면서도 최상의 품질인 것을 쓴다. 멸치 비린내를 잡기 위해 찬물에서 멸치육수를 우려낸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국물 맛이 텁텁해질 수 있어 딱 1시간만 우린다. 디포리를 넣어 산뜻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멸치의 구수한 맛과 잘 어우러진다. 양파껍질을 넣어 국물 색은 살짝 분홍빛을 내면서 맑다. 일종의 천연색소인 셈이다. 고추씨는 국물 맛에 매콤함을 더하면서 전체적으로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육수 못지않게 탱탱한 면발은 국수의 수준을 한층 높인다. 수제로 국수를 만드는 ‘예산국수’를 사용해 찰기가 남다르다. 옛 방식 그대로 직접 면을 뽑고, 흰 국수 면발을 신우대에 늘어뜨려 햇빛에 충분히 말려 탄생하는 예산국수. 사람의 손과 햇살, 시간 그리고 바람이 만든 국수 면발은 씹을수록 유난히 쫀득거리고 입안에선 면발이 통통 튀듯 돌아다닌다.

국수에 올라가는 고명도 푸짐하다. 황태국수엔 황태포, 당근, 실파, 애호박에 팽이버섯과 느타리버섯까지 들어간다. 고명은 제철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모든 재료는 아침마다 서 사장이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고 손질한다.

서 사장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면을 새로 삶아 내놓는다. 삶아진 면은 바로 건져내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쏙 뺀다. 준비해둔 육수는 고명으로 올라가는 채소와 함께 다시 한 번 끓여낸다. 이 수고스러움을 거쳐야 3000원의 국수 한 그릇이 완성된다. 서 사장은 주변에서 판매용 육수를 쓰면 어떻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직접 하는 게 돈도 많이 들고 더 힘들지만, 사제품을 쓰는 게 내키지 않더라고요. 내가 직접 육수를 만들어야 믿음도 가고 아무래도 더 맛있죠.”

이곳 국수를 먹을 때면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라는 시가 떠오른다.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치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사랑’엔 그 ‘따뜻함’이 있다. 오늘도 서성희 사장은 국수 한 그릇에 따뜻한 정을 담아 손님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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