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가히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의 해라고 할 만하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배달 앱 광고는 버스정류장, 지하철 플랫폼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제는 브라운관까지 점령했다. 현재 국내 배달 앱 시장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스마트폰 사용률이 증가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배달 앱의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안암 상권은 배달 앱의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을까.

▲ 사진|서동재 기자 awe@

 

배달 앱 업체 ‘배달의 민족’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5월부터 8월까지 본교 주변(안암동, 제기동, 보문동, 종암동)에서 배달의 민족을 통한 주문은 전년 동일기간 대비 46.3% 증가했고, 등록 업소는 28.4% 늘어났다. 학생들의 배달어플리케이션 사용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본지는 25일부터 29일까지 2015년 1학기 본교 인근 거주 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7.5%가 2015년 1학기에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중 배달 앱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복수응답가능)에 ‘검색과 주문을 한 번에 할 수 있어서(56.5%)’, ‘여러 음식점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서(45.7%)’ 순으로 답해 편리성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배달 앱이 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배달 앱 등록 야식업체 110곳을 점검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 28곳을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배달 앱의 인기에 편승해 위생관리에 취약한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MBC, JTBC 등에서 배달 앱과 전화로 각각 주문한 뒤 음식의 양을 비교해보는 실험을 한 후, 배달 앱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기도 했다.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면 양을 줄이고, 쿠폰 등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들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배달 앱을 이용하면서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경험이 있다는 대답이 응답자의 37%였다. 불만족한 경험에 대해서는 ‘일반 주문보다 양이 적었다(35.3%)’, ‘어플리케이션에서 본 리뷰가 실제와 달랐다(29.4%)’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배달 앱에 대한 안암 상권 점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중국집 ‘취화루’를 운영하는 양동천(남·60) 씨는 “배달 앱에 내는 비용이 제품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며 “제 살 깎아 먹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미쳐버린 파닭’을 운영하는 임영택(남·52) 씨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는 “배달 앱을 이용하면 소비자나 점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최 씨는 “어떤 손님은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악성 글을 남기기도 하고, 경쟁업체에서 일부러 안 좋은 평을 남기기도 한다”며 “배달 앱의 리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배달 앱 사용을 선호하는 점주도 있었다. 피자·치킨집을 운영하는 박 모(남·30) 씨는 “주문이 많을 때 주문전화를 일일이 받기가 어려운데,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은 모바일로 들어와 편하다”며 “최근 수수료가 인하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잭아저씨 족발보쌈’ 최정률 실장도 “배달 앱에 가입하지 않는 것보다는 가입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장혁(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앱이 안암 상권에 미치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장혁 교수는 “배달 앱이 기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배달 앱 주 사용자 비중이 높을수록 △상권 내 평균 임대료가 비쌀수록 △상권 내 이동이 편리할수록 크다”며 “안암 상권은 배달 앱 주 사용자 비중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고 이동이 편리해 배달 앱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본교 부근 소비자는 단위 소비 규모가 작아서 배달 앱을 사용하기 어렵다”며 “학생들끼리 공동으로 배달 앱을 이용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배달 앱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 배달 앱 시장 규모가 올해는 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학생들도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앞으로 배달 앱 이용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이 52.5%,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답변이 22.5%를 차지해 향후 배달 앱 시장의 흐름을 예고했다.

이렇듯 배달 앱의 빠른 성장세에 불구하고 여러 비판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 앱의 재정 건전성 문제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지난 4월 발표한 배달 앱 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앱 업체의 광고비가 매출순이익보다 많은 상황이다. 업체들이 당장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 시장 선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은 작년 광고비로 약 190억을 사용하고, 1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소비자보호부 이명기 팀장은 “광고비 비중이 매출 순이익을 상회하는 것은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모순을 바로 잡아서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사업협회 임영태 사무국장은 “현재 배달 앱 시장은 겉보기에는 성공적이지만 결국은 적자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달 앱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배달 앱 업체들은 가맹점과의 상생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달부터 대폭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고, 가맹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가맹점에 종합 컨설팅을 해주는 ‘꽃보다 매출’, 무료로 광고를 만들어주는 ‘우리가게 CF 만들기’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요기요 역시 세스코와 업무협약을 맺고 음식점의 위생관리를 지원하고, 가맹점주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장님 희망배달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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