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원 규모의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을 둘러싸고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배달 앱 시장은 3강 체제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세 업체가 전체 배달 앱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 업체의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4000만을 웃돈다. 현재 12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 중 배달 앱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한 만큼 배달 앱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배달 앱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은 지난 7월, 바로결제 수수료 0%를 선언했다.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담당하던 수수료를 포기하면서 점주의 부담을 줄여주고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에 요기요 역시 일정액의 광고비를 내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 상품을 출시하는 등 배달 앱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배달 분야와 방법의 다양화는 물론 소비자 맞춤형 배달서비스까지 배달 앱 시장은 혁신을 거듭하며 ‘2차전’에 돌입하고 있다.

다양한 배달 서비스로 진화중

김종대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배달 서비스가 음식 이외에도 식자재나 생필품 등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달 앱들의 잇따른 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라 수수료 이외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종대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수익 모델의 예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 음식점의 음식을 대신 배달해주는 방식 △각종 식자재나 생필품을 통합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배달 서비스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음식점별로 필요한 자재를 자동으로 공급해주는 방식을 제시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서비스는 원래 배달이 되지 않던 음식점의 음식을 소비자에게 직접 주문을 받아 배달을 해주는 형태다. 지금까지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단순히 연결해주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여기에 배달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 6월 외식 배달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를 새롭게 출시했고, 요기요는 배달 전문 서비스 ‘푸드플라이’, ‘부탁해!’와 제휴해 사업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 업체들의 공통점은 자체적인 주문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배달 인력 고용에 부담을 느끼던 음식점들이 별도의 비용 없이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소비자는 원래 배달이 되지 않던 유명 음식점의 음식을 어디서든 먹을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도 배달 업체들이 크게 성장하는 추세다. 미국의 음식배달 업체 ‘그럽허브(Grubhub)’는 600여 개 도시에서 3만 개 이상의 음식점과 제휴해 작년에만 1억371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독일의 ‘푸드 판다(Food Panda)’는 전 세계 38개국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성호경 홍보팀장은 “배달전문 업체를 통해 배달 여건이 마련돼있지 않았던 음식점은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는 직접 가야만 먹을 수 있던 음식을 어디서든 시켜먹을 수 있어 모두에게 좋다”고 말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 추세에 따라 식료품 배달 서비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식료품을 수 시간 내 집까지 배달해주면서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미국의 식료품 배달 업체 인스타카트(Instacart)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식료품을 대신 구입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기업가치가 20억달러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신선식품배달서비스 ‘덤앤더머스’를 인수해 ‘배민프레쉬’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야채, 반찬, 빵 등 신선함을 유지해야 하는 음식들을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생활심부름대행업체 ‘띵동’은 음식 배달을 비롯해 각종 생활편의 가사업무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과 드론 택배

향후 배달 서비스를 이끌어나갈 핵심 키워드는 소비자 데이터 분석이 될 전망이다. 과거 주문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특정 사용자가 목요일 오후 7시에 어떤 음식을 주로 주문하는지, 어제는 무슨 음식을 주문했는지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에게 먼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사가 소비자의 정보를 축적하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한 배달 앱에서 1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병익(건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의 정보는 당연히 회사에서 보호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다양한 정보를 통해 소비자들이 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므로 이런 서비스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드론을 통한 배달 서비스도 상용화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해외 여러 업체가 드론을 통한 사업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창고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고객에게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영국 도미노피자는 드론이 피자 배달에 성공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법에는 △야간 비행 금지 △비행장 반경 9.3km 이내와 비행금지구역 내에서의 비행 금지 △고도 150m 이상 비행 금지 △인구밀집지역 비행 금지가 규정돼있어 현실적으로 드론을 배달 서비스에 이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기업 최초로 드론을 도입해 긴급구호품을 전달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드론을 통한 배달 서비스 도입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5년 국토교통부 주요정책과제 추진계획’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월에 무인비행 택배 시범사업자를 지정하고 12월부터는 시범 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드론 택배가 지금도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아직 안전을 담보하는 체계가 없는 상황”이라며 “충분한 검증을 통해 제도를 만든 후에 상용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배달 서비스는 더 빠르고 다양한 분야로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안병익 교수는 “현재 배달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음식 배달을 비롯해 식자재, 신선 식품 배달 등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온디맨드 서비스(On-Demand Service, 각종 서비스와 재화가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계속 확산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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