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년기념관 지하1층에 위치한 박물관 기획전시실로 들어서면 몽환적인 분위기가 찾아온 이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다양한 색감이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된 ‘신(新)몽유도원도’ 연작을 따라가다 보면 흰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에 다다른다. 방 한쪽 벽면에 길게 나 있는 창 사이로 ‘신몽유도원도’의 푸른 색감이 은은히 펼쳐진다.

▲ 사진 조현제 기자 aleph@

도건 석철주 화백의 ‘몽, 중, 몽(夢中夢)’ 회고전이 8월 26일부터 10월 18일까지 본교 박물관(관장=조명철) 기획전시실과 현대미술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30여 년간 추계예술대 미술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한 작가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그의 초창기 ‘독’ 연작부터 2005년 작업을 시작한 ‘신몽유도원도’ 연작까지 망라하는 회고전이다.

석 화백은 “이번 작품들은 실제 대상을 스케치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풍경을 그렸다”며 “제목 ‘몽, 중, 몽(夢中夢)’은 꿈은 현실로 변할 수도 있고 꿈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6세부터 청전 이상범의 문하에서 동양화 교육을 받고 1980년대 초부터 수묵산수화와 채색화를 그려온 석철주 화백은 “동양화의 장점을 수용하되 표현 기법에서 동서양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서양에서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할 때 물감을 개서 종이에 칠해나간다. 이와 달리 석 화백은 물과 편필(扁筆)을 통해 물감을 지워 색이 밖으로 배어나오게 하는 기법을 사용해 독특한 표현법을 구축해 왔다. 그는 “서양식 재료인 아크릴 물감으로 동양의 수묵화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신몽유도원도’에 대해 석철주 화백은 “그림에 대한 해석을 관람자에게 돌려 각자의 마음에 떠오르는 편안한 풍경을 생각하도록 이끌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내 그림은 인상이 강하지는 않아도 오래 봐도 싫증나지 않는 편안함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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